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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사과 Dec 22. 2022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한 스푼씩 떠서 나누어 먹었을 때

그 한 통이 나만의 것이길 바랐었다.


바닐라라는 말이 너무 예뻐서

초콜릿보다 딸기보다 예뻤던 말의 어감 때문이다.


민트라는 말이 주는 생동감

초록의 생기에 더해지는 초코의 강렬한 달콤함

가라앉는 영혼을 끌어올리는 웃음소리 같다.     


말이 예뻐서 갖고 싶은 것들이 있다.

설렘이라는 말만으로도 마음이 물결친다.

반짝 반짝이라는 글씨를 보고만 있어도

은하수가 펼쳐지고

이라는 글자는 글자 자체에서 향기가 날 것 같다.     


복숭아라는 말에 담긴 싱그러운 향기

크림이라는 말은 입안에서 굴리면 부드러워진다.

그린 파파야라는 말이 주는 이국적인 호기심

향기야 말로 삶이고 성격이고 마음이다.     


친구가 지어준 일본 이름 ‘히마와리

너를 닮은 꽃이라고,

해바라기를 이름으로 지어주었다.


말이 그 사람일 수 있다면,

내 이름이 아닌 단 하나의 말로 정의 내린다면,

좋아하는 말들이 그 사람이라면,


바닐라 빈 라테

아름답고 부드러운 말의 집합체

이고 싶은데


달콤한 것을 먹지 못하는 탓에

카운터 앞에만 서면 말한다.



아메리카노 주세요. 따뜻한 거요.


텁텁하고, 딱딱하고, 씁쓸하고, 멋없고, 정 없는

그 말이 이젠 나 같아서 더 아메리카노 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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