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속 그림자

by 김사과


그림자 안에서 윤곽이 되고 싶다

깨지지 않는 아쿠아 유리 속에

겁먹은 얼굴 잠시 숨겨놓고

맹렬히 자라는 것들

물 주지 않고

시들어 사라지면 좋겠다


얼핏 보이는 것들

아른아른해서

햇살처럼 보인다면


물음표는 해마라고 부르겠지

손으로 가린 얼굴은

말미잘 속 흰동가리라고 짐작하겠지


그렇게

그림자 속 그림자가 되겠다

세 가지 색으로 뭉개졌어도

무지개로 짐작해주길


윤곽을 다 칠하지 못한

그림자 속 그림자가 차라리

더 분명한 색깔일 테니


차라리 그림자 속 무지개가 되겠다

먼 것들 속 먼 나로 돌아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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