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평가 시대의 영어

왜 입시에서 여전히 결정적일까

by 엘바고

“영어는 이제 덜 중요해졌죠?”라는 착각

2018학년도 수능부터 영어 과목은 절대평가로 전환되었다.
이후 여러 해가 흐른 지금도 많은 학부모와 학생들이 영어에 대해 이렇게 말하곤 한다.

“절대평가니까, 1등급만 받아두면 괜찮잖아요?”

표면적으로는 맞는 말이다.
수능 영어에서 90점 이상이면 누구나 1등급을 받는다.
하지만, 실제 서울 지역 대학 입시에서 영어는 여전히 핵심 변수 중 하나다.
문제는 ‘절대평가’가 되었기 때문에 오히려 관리가 더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영어의 점수 구조는 변했지만, 입시 구조는 그대로다

정시 전형에서 서울 주요 대학들은 영어를 가산점 또는 감점 방식으로 반영한다.
예를 들어,

1등급을 받으면 감점 없이 만점을 유지할 수 있지만,
2등급일 경우 [-1점], 3등급이면 [-3점], 4등급 이하부터는 최대 [-5점]까지 감점이 적용되는 대학도 있다.

수능 국어·수학에서 고득점을 받아도, 영어에서 단 1등급만 밀려도 최종 등수가 바뀌는 사례는 수없이 많다.
즉, 영어는 절대평가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상대평가만큼의 변별력을 발휘하는 과목이다.


1등급 비율은 ‘예측 불가’한 민감한 수치

수능 영어는 시험의 난이도 조절에 따라 1등급 비율이 매년 크게 달라진다.
어떤 해에는 1등급 비율이 12%에 가까운 경우도 있었지만,
어떤 해에는 5%대로 내려가기도 한다.

예측 불가능한 난이도, 시간 압박과 듣기·독해의 이중 과제, 그리고 시험 당일의 변수까지 고려하면
영어는 결코 '쉬운 과목'이라 말할 수 없다. 불확실성과 리스크가 내재된 과목이다.


지방 학생이 겪는 영어 학습의 구조적 불균형

서울과 비수도권의 교육 환경 격차는 영어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예를 들어, 내신 영어에서 수행평가와 서술형 문항의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서울권 상위권 학교들은 ‘쓰기 중심 영어’ 체계로 전환되고 있지만, 지방의 학교에서는 아직도 지필 중심의 전통적 평가방식이 유지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또한, 수능 영어에 대한 접근성 역시 차이가 크다.
서울 학원가에서는 ‘비연계 대비’, ‘실전형 듣기 훈련’, ‘문제 유형별 시간 분배 전략’까지 세분화된 커리큘럼이 적용된다. 이는 단지 문제풀이 기술을 넘어서,
학생이 영어를 ‘시험 언어’가 아닌 ‘사고의 언어’로 다루게 만드는 과정이다.


입시에서 영어는 여전히 전략 과목이다

서울 입시에서 영어는 ‘필수’가 아니라 전략의 중심이다.
국어·수학·탐구 과목이 상대평가로 변별력을 만든다면, 영어는 결정의 순간, 차이를 만드는 무게추가 된다.

그리고 지방에서 서울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에게, 영어는 가장 고립되기 쉬운 과목이기도 하다.

단지 점수 문제가 아니라,
출제 방향에 대한 해석, 학습 피드백, 리딩 기반 실력까지 장기적 설계와 환경이 필요한 영역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수학이 입시를 좌우한다는 말, 사실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