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어지는 너 (시절인연)

멀어지는 관계에 대한 짧은 생각

by 나세모이


'시절인연'이라는 말이 있니다.

모든 인연에는 때가 있다는 뜻입니다.


처음 이 단어를 알게 되었을 때

인간관계에 대한 저의 고민을

한시름 덜어낼 수 있었던 기억이 니다.

멀어지는 관계에서

내가 무언가를 잘못했다는 자책, 또는 죄책감을

내려놓을 수 있었기 때문니다.



초등학생 때, 생일날 친구들에게 초대장을 주고

집으로 초대해 파티를 하는 문화가 있었니다.

3학년 때는 반 친구들 20명이 넘게 우리 집에 와서

엄마가 만들어 준 음식을 먹고 축하 파티를 했니다.

다들 정말 친했는데

매일 같이 놀았는데

지금은 얼굴도, 이름도 희미하기만 니다.


중학생, 세상에서 둘도 없던 단짝이 생겼니다.

매일 같이 등교를 하고

하굣길에 시장에서 떡볶이를 사 먹고

도서관에서 시험 공부를 하고

첫 극장 영화도 같이 봤니다.

서로 다른 고등학교로 진학했지만

시간을 쪼개 만나면서 우정을 나눴니다.

그런데 제가 다른 지역으로 대학을 가면서

서서히 연락 횟수와 만남이 줄어들었고

다른 지역에 터를 잡게 된 이후로

어느새 안부조차 묻지 않는 관계로 멀어습니다.


회사 입사동기들과는 거의 매일 메신저를 했니다.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다 같이 모여 놀았고

무리 지어 여행도 자주 다녔니다.

그런데 제가 퇴사를 하게 된 이후,

역시나 점점 연락이 뜸해지더니

지금은 카톡 프로필만 확인하는 관계 됐습니다.


언제, 왜, 어떻게 멀어지는지 모르게

그렇게 되어 있었니다.



저는 멀어지는 이런 관계들 속에서

저한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곤 했니다.

오랜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이 부럽기도 했고

나는 왜 소중한 사람들과 멀어지게 되었나

여러 이유를 곱씹고 찾아보곤 했습니다.


때때로 그 원인을 상대방에게서 찾으며

내 탓이 아니라 상대방 탓이라고

화살을 돌리기도 했니다.


그런데 '시절인연'이라는 말을 알게 된 후로

관계에도 때가 있는 것임을 깨닫게 되었니다.

쳐 지나가는 인연이 있고

한 시절을 함께 하는 인연이 있고

평생을 같이 걸어가는 인연도 있음을

새삼 깨닫게 되 마음이 한결 가벼워습니다.


그러면서 또 알게 되었니다.

자연스레 멀어지는 인연

누구의 잘못이 있어서가

계절이 가듯

시간이 지나듯

그저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것을.


그러니 나를 탓할 필요도 없고

상대방을 나쁜 이로 만들어

그간의 좋은 추억을

얼룩지게 만들 필요가 없다는 것을 죠.



멀어지는 인연은 나의 한 시절을 함께 나눈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하면 니다.


혹시 기회가 생겨 느슨해진 인연의 끈이 팽팽해진다면

다시 새로운 시절인연이 되면 되고,

연이 닿지 않아 그대로 멀어진다 해도

누구의 탓도 아닌 그저 시절이 지나감일 뿐니다.


멀어졌지만 나의 한 시절을 빛나게 만들어준

소중한 나의 인연들을 떠올리며

멀어진, 멀어지는 관계에 관해

짧은 생각을 기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