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는 흔적이 되어

상처를 마주하는 자세에 대한 짧은 생각

by 나세모이


상처를 완벽히 아물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니다.

다치지 않았던 것처럼 깨끗하게 아물게 한다면

상처를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니다.


하지만 그런 방법은 존재하지 않니다.

이미 일어난 일은 과거가 되어버렸고

타임머신이 있지 않은 이상

없었던 것으로 되돌릴 수 없기 때입니다.


그럼 상처는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저는 파혼을 했니다.

시간이 꽤나 흘렀지만

아직도 미래를 송두리째 빼앗긴 것 같았던

그날의 아픔은 절대 잊히지 습니다.

아픔을 잊고 싶었지만 잊히지 않았던 이유는

깊게 파인 상처 때문이었니다.

생채기는 참 많이 아팠니다.

쓸리고, 파이고, 찢어져 고통스러웠니다.


그렇게 오랫동안 상처를 안은 채 일상을 살다 보니

아물지 못한 상처가 곪아 더 큰 아픔을 가져왔니다.

아픔을 겨내 더 이상 아프지 않고 싶었니다.


그래서

상처를 흔적으로 만들기로 했니다.


흔적.


다친 곳을 꿰매거나

연고를 발라 새 살이 돋게 해도

깊이 파인 상처는 흔적이 남니다.


다치지 않았던 때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흔적으로 남긴다면

아픔에서 벗어날 수는 있니다.



저는 파혼의 피해자로 아파하는 대신

그 주체자로서의 나를 인정하고 보살피기로 했니다.

옳고 그름, 선택과 후회를 따지지 않고

그저 잊히지 않았던 그날의 아픔을

그렇게 흔적으로 남기기로 했니다.


상처를 극복하는 한 가지 방법은

상처가 흔적이 되도록 하는 것니다.

흔적을 남기지 않는 방법은 없음을

당연하게 인정하는 것니다.

없었던 일이 될 수 없음을 의연하게 받아들이고

마음껏 아파한 뒤에 흔적이 되도록 만드는 것니다.


그러다가 어쩌다 한 번씩 흔적을 발견하면

'어? 여기 상처 났었지.' 하고

무난하게 지나칠 수 있게 흔적으로 두는 것니다.


저는 상처 났던 흔적을 안고 현재를 살아니다.

상처 입은 누군가에게도 이런 생각이 닿아

아픔을 이겨낼 방법이 되길 바라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