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짧은 생각
별다른 이유가 없는데도
유난히 출근하기 싫은 날이 있습니다.
알람 소리가 울리기도 전에 눈이 떠졌는데
이불 밖으로 손가락 하나 꺼내기가 어려운 그런 날.
그런 아침을 애정하는 시간으로 만들기 위해
미적거리던 몸을 느릿느릿 일으켜
갓 볶은 신선한 원두로 커피 한 잔을 내립니다.
원두를 그라인더에 정성스레 갈아
드리퍼에 탈탈 털어 쏟아낸 다음
딱 적당한 온도의 물을 부어 뜸을 들이고
한 바퀴, 두 바퀴 빙빙 돌리며 물을 부으면
구수한 초코향이 방 안 가득 퍼지며
똑똑 한 방울씩 커피 방울이 떨어집니다.
예쁜 잔에 옮겨 담은 커피 한 모금 입에 물고
쌉싸름한 행복을 음미하다 보면
아침 햇살이 유난히 눈부시게 아름답게 느껴지고
하루를 살아갈 힘이 샘솟습니다.
핸드드립 커피를 제일 좋아하지만
크레마가 가득 덮인 캡슐 커피도 좋아합니다.
머신으로 열과 압력을 가해 추출한 에스프레소,
프렌치프레소로 가루를 눌러 낸 커피,
모카포트로 끓여낸 커피,
빼놓으면 섭섭한 인스턴트커피까지
모든 종류의 커피를 선호합니다.
커피에 매력을 느끼는 가장 큰 이유는
다양한 방법으로 즐길 수 있어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동일한 원두더라도
다른 방법을 사용해 커피를 추출하면
그 맛과 향이 완전히 달라지는 신비가 펼쳐집니다.
분명히 씁쓸하고 시큼했는데
돌연 떫떠름하고 고소해집니다.
'어떻게'라는 방법의 차이가 만든 결과입니다.
요리 경연 프로그램에서
같은 재료를 가지고 어떻게 조리하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음식이 만들어지는 것과
비슷한 것도 같습니다.
커피 머신이나 모카포트같이 기구를 바꾸지 않고
단지 드립커피를 내리는 물의 온도를 조금만 바꿔도
커피의 맛과 향이 달라집니다.
아마 살아가는 방식을 조금만 바꿔보아도
인생의 맛과 향이 달라질 것입니다.
그러니 세밀하고 정교하게 까지는 아니더라도
조금씩 천천히 뭉뚝하고 무질게
변화를 즐기면서 살아보는 건 어떨까요?
그러다 만약 원하는 풍미를 얻지 못했을 때는
다른 방식을 골라 다시 해보면 됩니다.
셀 수 없이 많은 방법들이 있으니까요.
다양한 방식으로 즐길 수 있어서
커피를 좋아하는 것처럼
각양각색의 인생살이가 있어서
삶이 즐거운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