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를 사랑하는 법을 배워가는 중입니다.

면접탈락 피드백

by 강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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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는 언제나 빛을 향한다. 그리고 그 빛은 늘 앞에 있는 사람을 비춘다. 하지만 나는, 조명 너머의 사람들을 오래전부터 동경해왔다. 스포트라이트가 닿기까지의 모든 단계를 설계하고, 목소리가 완성되기까지의 시간을 버티며, 음악이라는 언어에 사람이라는 해석을 더하는 일. A&R은 그 모든 순간의 중간에 존재하는 사람들이다. 나는 그 자리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아직 무대 위에 오를 수 있는 이름은 없지만, 무대를 만드는 마음만큼은 하루하루 더 선명해지고 있다.



A&R은 단순한 기획자가 아니다. 그저 좋은 음악을 고르는 것이 아닌, 그 음악이 왜 지금 이 사람에게 필요하며, 이 시대에 어떤 의미로 들려야 하는지를 설계하는 일이다. 잘 만든 곡은 많지만, 그 곡을 진짜 노래로 완성시키는 건 사람이다. 그 사람의 생애, 음색, 경험과 서사가 음악과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진심이 전달된다. 나는 늘 그 진심을 찾아내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곡을 고를 때에도, 가사를 분석할 때에도, 나는 가장 먼저 ‘이 노래를 부를 사람은 어떤 사람이어야 할까?’를 묻는다. 그렇게 나의 질문은 언제나 사람으로 향하고, 그 질문 끝에서 음악이 시작된다.



최근 한 면접에서 나는 스스로를 제대로 말하지 못했다. 준비는 충분했다. 블로그에 쌓아둔 수십 개의 리뷰, 수많은 음반 크레딧, 분석한 레퍼런스들과 A&R로서의 시선. 하지만 그 모든 것을 10분 남짓한 시간 안에 구조적으로 정리해내지 못했다. 질문이 주어졌을 때, 나는 음악에 대한 감정으로 대답했지, 실무적 설득력으로 접근하지 못했다. 그 순간을 곱씹으며 내가 발견한 건, 내 언어가 부족했던 게 아니라 나의 감각을 직무와 연결 짓는 방식이 미숙했다는 점이었다. 나는 음악을 사랑하는 감성적인 태도는 충분했지만, 그 감각을 실무에 어떻게 적용할지를 설명하는 훈련이 덜 되어 있었다. 그래서 면접은 실패였고, 동시에 가장 날카로운 피드백이었다.



그 실패 이후 나는 내 일상을 다시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나는 늘 음악을 분석해왔다. 발매된 신곡을 들으면 가사 구조를 분해하고, 편곡의 변화 흐름을 기록하며, 아티스트의 톤과 호흡에 어울리는 콘셉트를 머릿속으로 조합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했던 이 모든 감각적인 노력이 사실은 A&R의 기초 역량이라는 것을, 나는 실패를 통해 비로소 체감했다. 그리고 나의 언어를 재정비하기 시작했다. 음악을 감각적으로 사랑하는 것을 넘어, 직무적으로 해석하고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한 훈련을 다시 시작했다. 나는 지금, 감성과 실무를 연결하는 언어를 배워가는 중이다.



나는 휠체어를 탄다. 하지만 장애는 내 가능성의 크기를 줄인 적 없다. 오히려 나를 음악 가까이에 있게 만든 동력이 되어주었다. 음반 매장에 가서 크레딧을 읽고, 공연장에서 휠체어석에서 박수를 치며, SNS에서 아티스트의 커뮤니케이션을 분석하고, 블로그에 리뷰를 남긴다. 움직이는 방식은 다르지만, 음악을 향한 진심은 누구보다 성실하게 쌓아왔다고 믿는다. 나의 현실은 분명 불편하고, 때로는 이해받기 어렵지만, 나는 그 장벽을 넘어가는 방식 대신, 그 장벽을 내 이름으로 증명해가는 방식을 택하고 싶다. 그렇게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이 업계 안에서 살아남을 길을 만들어가는 중이다.



A&R은 늘 무대 뒤에 존재한다. 이름이 조명 받는 일은 드물지만, 조명이 비추는 방향을 결정하는 사람은 A&R이다. 나는 그 역할에 로망을 갖고 있다. 무대 위를 누군가의 진심으로 채우기 위해, 나는 나의 진심을 다듬고 있다. 실패가 있었다고 해서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그 실패는 내가 음악을 대하는 태도가 얼마나 진지한지를, 내가 얼마나 간절하게 이 일을 원하는지를 더 또렷하게 만들어주었다. 아직은 미완성이고, 넘어야 할 벽도 많지만, 나는 그림자 안에서 빛을 설계하는 사람으로 자라나고 싶다. 언젠가 내가 만든 데뷔 앨범의 첫 소절이 누군가의 인생을 바꾸는 순간을 상상하며, 오늘도 음악을 듣고, 쓰고, 배우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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