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뒤에서 음악을 만드는 사람

나는 무대 뒤에서 누굴 빛내는 걸 좋아해.

by 강성민

나는 아직 무대 뒤의 사람이다. 누군가를 비추는 조명이 되기 위해 준비 중인 사람이다. 누군가의 목소리에 이유를 부여하고, 음악에 서사를 입히는 일. 그게 내가 되고 싶은 A&R의 일이다.

스포트라이트는 언제나 무대를 향하지만, 나는 그 빛이 닿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사랑한다. 그 사람의 음색이 가장 빛나는 지점을 찾기 위해 끝없이 노트를 채우고, 레퍼런스를 듣고, 밤을 새우며 가사를 음미하는 일. 그게 내 하루의 전부가 된 지 오래다. 음악을 듣는 감각은 처음엔 취미였고, 나중엔 언어가 되었으며, 지금은 나를 설명하는 방식이 되었다.


어릴 적부터 나는 감정에 민감한 아이였다. 누군가의 말보다 표정에 더 집중했고, 음악 한 곡의 첫 소절에 눈물을 흘린 적도 많았다. 세상이 다 지나쳐버린 디테일에 머물러 있는 나 자신이 한때는 버거웠지만, 지금은 그 섬세함이야말로 A&R로서의 강점이라고 믿는다. 목소리에 담긴 이야기, 소리의 뒤에 숨은 결을 읽어내는 능력은 내가 음악을 대하는 방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누구보다 음악을 사랑하지만, 나는 음악의 완성은 결국 사람이라고 믿는다. 잘 만든 곡이 좋은 노래가 되기 위해선, 그 노래가 입혀질 목소리와 생애, 서사가 있어야 한다. 결국 A&R은 사람을 가장 가까이서 관찰하고, 그 사람의 현재와 가능성을 정리해서 ‘어떤 음악이 되어야 할지’를 설계하는 직업이다. 단순한 기획을 넘어, ‘무엇을 어떻게’보다 ‘왜’를 먼저 묻는 일. 나는 그 질문을 던지는 데 익숙한 사람이고, 그 대답을 찾는 데 시간을 아끼지 않는다.


장애가 나의 정체성을 규정할 수는 없다. 나는 휠체어를 탄 채 음반 매장에 들러 새 음반의 크레딧을 읽고, 콘서트장에서 휠체어석에서 환호하며, 블로그에 리뷰를 쓴다. 몸의 방식은 달라도, 음악을 사랑하는 태도는 누구보다 진지하다. 그게 내가 이 업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장벽을 넘는 방식은 많지만, 나는 그 장벽을 내 이름으로 증명하고 싶다.


A&R은 늘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빛을 만든다. 나는 그 그림자를 동경했고, 이젠 그 자리로 향하는 중이다. 아직은 배워야 할 것도 많고, 넘어야 할 현실도 있지만, 음악을 향한 진심만은 단 한 번도 흔들린 적 없다. 그 진심이 언젠가 누군가의 데뷔 앨범 속 첫 번째 트랙이 되기를, 그리고 그 첫 소절을 들은 누군가의 인생이 바뀌기를, 조용히 바라며 하루하루를 쌓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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