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연하게 '편지'라는 단어를 마주하면 다들 어떤 감정이 먼저 떠오를까.
누군가에게는 사랑, 누군가에게는 정성.
하지만 나에게는 후회로 남아있다.
2007년, 22살.
세상엔 엄마와 나, 단 둘만 남겨져 있었다.
아픔만 삐죽삐죽 삐쳐나오던 철없이 철들어가는 아들과, 지금도 알 길 없는 마음을 품은 엄마가 있었다. 그해 우리는 서로 아무런 소통도 없었고, 마음을 나눌 일도 없었다.
폭력적인 아버지와 함께 떠난 누나가 없는 아파트. 해방감과 허전함 사이에서 혼자 있던 날들이 많았다. 엄마는 집에 잘 들어오지 않았고, 가끔 내가 없을 때 흔적만 남기고 나가곤 했다.
가족을 버리고 떠난 아버지, 생존을 위해 함께 떠난 누나. 그들의 존재감이 점점 희미해질 무렵, 그 아파트는 낡은 감옥의 독방처럼 느껴졌다.
생필품이 떨어지고, 전기와 수도가 끊기고, TV와 전화마저 멈춘 그때,
나는 미움의 계단을 차근차근 오르고 있었다.
통장잔고가 바닥난 지 오래였고, 보이지 않는 엄마에 대한 분노는 커져만 갔다. 새벽에 술에 취해 써 내려간 편지는, 차가운 비수의 말들로 가득했다. 내 미움의 창고를 열어젖히고, 휘갈겨 쓴 3장의 편지를 식탁 위에 던져두었다.
그 편지를 다시 가지러 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해가 뜨고 한참이 지나 눈을 떴다.
거실에 엄마의 편지가 있었다.
단 세 줄.
내 세 장 분량의 미움에 대한 답장이었다.
"엄마가 미안해.
다시 돌려 놓을게.
사랑한다, 아들."
8년 후, 부천의 한 병원 중환자실.
아무 말도 못 한 채 누워있는 엄마의 멱살을 잡고 애원했다.
이대로 떠나 날 불효자로 만들지 말아달라고, 신께 기도했다.
삶은 왜 이토록 큰 짐을 내게 지게 하려 했을까.
그날 이후, 내 마음속엔 그 세 줄의 편지만 남아있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나의 후회를 기록하고 싶어서다.
혹시나 누군가는 그 미움의 순간을 되돌리길 바라며.
혹시나 누군가는 사랑의 순간을 놓치지 않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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