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나처럼 버티고 있나요?”

by 데미바바

그 해 여름은 무척이나 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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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래 친구들은 풋풋한 20대를 벗어나 각자의 길을 걷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20대의 마지막을 보내며 내 꿈인 음악과 작별을 고해야 했다.

뒤처진 사회생활을 비웃기라도 하듯 내가 일하던 사무실은 문을 닫았고, 세상은 생각보다 더 차가웠다. 실용음악과를 졸업한 나에게 사회는 쉽게 자리를 내어주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전염병이 퍼지면서 일자리마저 사라졌다.




내가 음악과 이별한 이유는 생존이었다. 가치 실현이나 자아실현과는 거리가 먼, 그저 월 100만 원의 수입이 필요했을 뿐이었다. 재테크, 투자 같은 단어들은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였다.

이력서를 수없이 넣어봤지만, 내 나이에 기회를 주는 곳은 없었다.

나는 무너지고 있었다.




결국 날 받아준 것은 정수기 수리와 영업직이었다.

한여름, 땀을 뻘뻘 흘리며 방문한 집에서 듣는 말들은 얼음장 같았다.


"손부터 씻으세요."
"마스크 내리지 마세요."


온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위로와 따뜻한 말 한마디가 절실했지만, 이미 무너진 내 곁엔 아무도 없었다.

누군가의 품에 안겨 펑펑 울며 "나 힘들었어"라고 말하는 상상을 수없이 반복하며 하루하루를 버텼다.

그러다 결국 모든 것이 무너졌다.



그날, 어린이집에서 수리를 마치고 돌아온 밤 8시에 전화가 왔다.


"물이 흘러요."


나는 부랴부랴 달려갔다. 핀잔을 듣고, 연신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신입인 나는 문제를 해결하려 애썼지만, 원인조차 찾을 수 없었다. 결국 부지점장이 급히 자택에서 나와 도와주었다.

수리가 끝난 후, 부지점장은 화를 냈다.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그의 저녁 시간을 망친 건 나였으니까.


집으로 돌아가는 길, 통장 잔고를 확인했다. 어제가 월급날이었다.

잔액: 42만 원.



한낮, 뜨거운 태양 아래, 불법 증축된 샌드위치패널 옥탑방에 누워있었다.

절망이 천장에서부터 천천히 내려왔다.




아직도 그해 여름이 무섭다. 어떻게 일어섰는지, 어떻게 견뎌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제는 중요하지 않다. 10년 전 일이 되었으니까.

지금의 나는 어떨까? 우리는 모두 위기를 극복한 이야기를 좋아하니까.

이 부분은 여러분의 상상에 맡기겠다.


혹시 지금 이 글을 읽으며 같은 아픔을 겪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아픔을, 적어도 나는 알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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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초년생 #꿈과 현실 #생존의 무게 #20대끝자락 #위로 #외로움 #진솔한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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