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워지지 않는 허기
칼국수집 창문 너머로
썰물에 드러난 바다 위
갈매기 한 마리가
제자리에서 비행한다
사람들은 그 짧은 떨림을
놓칠세라 연신 셔터를 눌러댔다
파란 눈의 서빙 로봇은
의자 다리에 걸려 잠시 멈칫한다
바다를 등진 채 창문을 닦던
낯선 억양의 아르바이트생이 다가와
의자 하나를 조용히 비켜두었다
그 물기 빠진 손으로
음식을 건네받는 순간,
접시에 온기는 식어갔고
허기는 그대로 남았다
실안개가 내려앉은 바다는
오늘 무엇을 흘려보냈을까
푸석한 모래 위에
새빨간 꽃게가 있을 리 없다
밀려온 조개껍데기들은
숨을 오래 참은 듯
입을 벌리고 있었다
밀물이 천천히 차오르며
발끝에 남은 여백을 적신다
눈치 없는 갈매기 한 쌍이
모래 위에 그림자를
떨구고 사라지면,
내 해변의 빈자리는
더 또렷해질 뿐이었다
작년의 바다와 올해의 바다는
겹쳐진 장면처럼 그대로였지만
그 앞에 선 나는, 어디선가
조금 옮겨져 온 사람처럼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나는 바다를 보러 온 것이 아니었다
허기 난 마음이 잠시 내려둘 곳을
찾고 있었을 뿐,
그러나 그 어디에도
가벼워지는 순간은 오지 않았다
바다는 끝내 아무 말이 없었다
밀물보다 먼저 닿아 있던 것은
실안개도, 바람도 아닌
비워지지 않은 나의 마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