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놈의 관운!
엄마는 사주팔자를 믿지 않는다.
내가 한번씩 사주팔자를 보고 왔다,
점을 보고 왔다 그러면
(딱 세번 봤다.)
엄마는
"너는 돈이 쎄가나게 많냐?
엄마는 그렇게 힘들게 살때도
점 한번 보러 다닌 적 없다.
열심히 살면 다 되!" 하며
퉁을 주셨다.
그런 엄마가 유일하게 사주팔자를 들먹일 때가
내가 학교를 그만 둔 일에 관해서다.
엄마는 갑자기
먼 과거를 회상하면서
내가 태어나고
옆집의 용한(?) 이웃할머니께서 오셔서
언니, 오빠, 나
우리 세 명의 사주팔자를
넌지시 말해주고 간 적이 있었다고 한다.
(이게 우리 엄마의 사주팔자 관련 유일한 경험이다.)
언니와 나는 관운이 없어서
관직에서 일은 못 하겠고
오빠는 관운이 있어서
관직에 나가겄네 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언니와 나는 현재
공무원도, 직장인도 아닌데
우리 오빠만 교사다.
(용하셨다! 그 할머니)
그러면서 이번에 만났을 때도
남편에게
"얘가 관운이 없어서
학교를 나온 것 같아."
하시는 것 아닌가.
덧붙이는 말이
"나는 얘가 임용되고
학교 발령받아 나갈 때
그 할머니 말 틀렸구만.
막내도 나랏밥 먹고 살겄네.
사주팔자가 뭐야,
하나도 안 맞네 했어.
그런데 이렇게
중간에 그만 두고
나올 줄 생각이나 했겠어?"
하시지 않는가.
그 어렵게 살 때도
점집 한번 찾아가 본적 없는 엄마가
갑자기 사주팔자 타령이라니!
나는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났다.
엄마는
학교를 나온 후
내가 한 일에 대해
내게 뭐라고 하신 적은 없었지만
아마도 탐탁치 않으셨으리라.
그렇지만 엄마는 이제
내 특성에 잘 알고 있어서
"얘는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는 얘라
그냥 하고 싶은 대로 내비둬야되."라는
나에게만 적용시키는 (언니, 오빠는 아니다.)
육아 원칙을 세우신 것이다.
엄마는 이제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임에도
아직도 내 걱정을 하시고
육아 원칙을 수정해가시면서(?)
나를 응원해주고 계신다.
지금의 나를 부정하시지도 않는다.
그저 젊을 때 열심히 일하라고만 하신다.
(속마음은 어떠신지 몰라도)
그런 엄마와의 관계가
최악일 때는
모든 것을 엄마 탓을 하면서
내 진로가 꼬인 건 다 엄마 탓이야!!!
불우한(?) 가정환경 때문에 이렇게 된거야!!! 라며
내 마음이 지치고 힘들 때는
엄한 곳에
화풀이를 했었다.
(그때의 나 정말 부정의 끝판왕이었다.)
그렇게 부정을 떨었으니
마음이 힘들수밖에.
힘들어서 탓을 하게 된 것이 아니라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이미 엉뚱한 곳에 남탓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내 마음이 힘들었던 것이다.
내 삶은 내 거야!!! 라고 말하면서
사실은 내 깊은 마음 속에서는
내 삶은 이미 이런저런그런 것들로 인해
방해받았고 망했어,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뿌리 깊은 생각을 다 뒤집어 엎고
끊어내는 것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
지금도 완벽하게 다 정리되었냐고 물어보면
아니겠지만
그래도 예전에 비하면
이제 잔뿌리만 남은 것 같은 느낌이다.
엄마는 지금도
마음 한편으로는
내심 내가 다시 임용을 봐서
학교로 돌아가
나랏밥 먹길 바라는 마음도
있으신 것 같다.
(아직도 미련을 못 버리시고)
그런데 엄마 미안
내가 관운이 없어서
학교로는 못 돌아갈 것 같아
다른 일로 잘 먹고 잘 살아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