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는 오토바이로 하나가 된다.
나는 오토바이를 탄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스쿠터를 탄다.
오토바이를 타기 전
운전을 하다가
오토바이 떼(?)들을 보면
"아이고~ 저게 저래 재밌나?"
이해가 안 되었었는데
내가 타보니 이해가 된다.
매우
오토바이를 타게 된 경위는
우리 남편 때문이다.
남편은 매사 차분하고
게임 좋아하는
집돌이인데
가끔 엉뚱한 행동을 하는
면모를 가졌다.
대형 피규어장을 사서
피규어를 가득 채워 놓는다거나(???)
상의없이
강아지를 데려온다거나(?????)
이런 식이다.
신랑의 취미는
장보기인데
마트에서 찬찬히
물건을 구경하고
사오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
그래서 어느 순간
집에서 사라져있으면
쁘나와 나는
"아빠 또 마트 갔나보다~" 한다.
그래서 몰랐다.
밤마다 마트에 다녀온 줄 알았는데,
사실은 오토바이를 사서
한 바퀴씩 마을을 돌고 온다는 걸.
우리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테라스형 아파트라고 해서
지하 주차장에는
각 세대별 작은 창고가 있고
그 창고 앞이
개인 주차장인 (1세대 당 1자리 배정)
그런 구조이다.
그런데 우리 호수는 주차장 공간이
다른 집들보다 조금 더 넓어
한 대를 주차하고나도
조금 남는 공간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턴가
그 공간에 오토바이가 세워져 있길래
어느 집이 오토바이를 여기에 세우나? 하고
그냥 혀만 차고
별로 신경쓰지 않았던 것이다.
(나는 좀 무심한 면이 있다.)
한 달, 두 달
오토바이가 서있는 기간이 꽤 길어지자
"희한하네,
누가 이렇게 오래 오토바이를 세워놓을까?"
하는데
문득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내 말을 듣는
남편의 표정이 매우 평화로웠던 것이다.
"어? 당신 이 오토바이 주인 알아?"
"알지."
"누군데?"
그런데 더 황당한 건
쁘나가 옆에서 킥킥 거리는 것이다.
"쁘나도 알아?"
"엄마, 진짜 눈치 없다."
"엥? 뭐가?"
"이 오토바이 아빠 거잖아!!!"
또잉???????????
"이게 자기 거라고?????"
"응, 오토바이 샀어. 헤헤"
순진한 얼굴로 웃는 남편 옆에
쁘나가 웃으면서
"엄마 진짜 눈치 못챘어?" 한다.
"뭘????"
"아빠 밤마다 나갔잖아~~"
"마트 간 거 아니었어???"
나는 정말로 띠용 했다.
더 황당한 건
입이 새털만큼 가벼운 쁘나가
오토바이의 정체에 대해
나에게 한 달이 넘게
말하지 않은 거였다.
"쁘나 너는 어떻게 알게 됬는데????"
"저번에 아빠가 태워줬어."
"엥???????????????? 언제???"
"저번에 아빠가 나 데리고 마트 가자고 한 적 있잖아. 그때."
"허어어어어어어ㅓㅇ어어얼!!!"
황당을 넘어
경악했다.
"쁘나를 태웠다고???? 위험하잖아!!"
쁘나는 무서움이 많다.
그런데 쁘나 왈
"엄마 오토바이 재밌어. 안 무서워."
"엥????? 안 무섭다고???????"
"응"
아니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지.
두려움 많은 쁘나마저 오토바이가
안 무섭다고 하질 않나,
어디 돌아다니는 것을 싫어하는
집돌이 남편이 오토바이를 사서
돌아다녔다고 하질 않나,
그것도 나 몰래
쁘나까지 태워서
오토바이 야행을 즐겼다니!!!!!
겁많고 예민한 쁘나가
세상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도록
우리는 꽤나 정성을 들여서
체계적 둔감화를 실시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수십 단계를 점프한 레벨인
오토바이 타기를
쁘나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것을 보고
그래, 엄청 위험해보이지만
쁘나도 좋아하고,
남편도 좋아한다면
나도 타봐야겠네 싶었다.
"잠깐만, 내가 한번 타봐야겠어."
남편 뒤에 타서 출발하자
겁이 확 들었다.
처음으로 타본 오토바이는
꽤나 무서웠다.
특히 코너를 돌 때
오토바이가 기울어지자
정말로 넘어질 것 같아서
가슴이 불안해 터질 것 같았다.
나는 남편 귀에 대고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다.
"무서워~~~~~~~~~~~~~~!!!!"
짧은 시승식 후에
내가 내린 결론은
"나 오토바이 가르쳐줘." 였다.
두렵고 무서운 일이다???
그럼 해봐야지.
이게 내 신조다.
그 날로 일주일에 3-4번
공원에 가서 오토바이를 배운 후
우리는 제주도로 떠났다.
제주도에 가서
오토바이를 빌린 후
우리는 오토바이 여행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무모했다.)
차로 여행하는 것과
오토바이로 여행하는 것은
하늘과 땅 수준으로
차이가 컸다.
차로 여행할 때는
주변의 풍경이 나와 동떨어진 것이라면
오토바이는
그 풍경이 내 피부에 와닿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상하게도 운전하는 행위는 똑같은데
완전히 다른 체험이었다.
하늘과 길가의 가로수들,
어디서 나는지 모르는 냄새와 향기들에
철저히 경험하게 된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그 날 것의 시간이,
경험이 좋았다.
그래서 나는 오토바이를 좋아하게 되었다.
지금은 오토바이 떼들을 보면
"어디 가시나? 좋은 데 가신감?"하며
부러워할 때도 있다.
또 예전에는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시골에 오토바이 타시는 할머니들이
그렇게 눈에 잘 들어온다.
나도 할머니되서도 저렇게
털털털털 거리면서
오토바이 타고 다녀야지 싶다.
남편과 나는 오토바이를 타기 시작하면서
그 관계가 이루 말할 수 없이
돈독해졌다.
서로의 헬맷에
블루투스 이어폰을 장착해
여행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평소에는 그렇게 길게
이야기하지 않는데
오토바이 여행에서는
시덥잖은 이야기부터
속으로 오래 고민해왔던
이야기까지
우리는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그것에 더해 앞서 가는 사람이
"여기 돌맹이 있다~" 라든지
"옆에 차 위험하니까 조심해~" 라든지
서로 배려해주고 신경써주다 보니
관계가 더욱 좋아질수밖에.
내 인생에 전혀 생각치 못했던 일이
몇 가지 있었는데
그 중 하나였던 오토바이!!!
새로운 경험은
일상을 바꾸고
이해의 폭을 넓힌다.
예전에는 전혀 이해되지 않았던
라이더들을
지금은 너무나도 이해하고
안전 운전하시길 기도한다.
나는 그 변화가 꽤 마음에 든다.
그런데 웃긴 건
라이더들끼의 어떤 문화가 있는데
바로 도로에서 서로 마주치면
손을 들어 가볍게 흔드는 인사를 하는데
수줍음 많고
내성적인 남편이
그렇게도 인사를 열심히 한다는 것이다.
블루투스 이어폰에
남편의
"안녕하세용~~~~~~" 소리가
크게 들리는데
"자기야, 왜 그렇게 인사를 열심히 하는 거야??"
"재밌잖아!!! 만나면 반가우니까~"
나는 모르는 사람에게
인사하는 것이 거북해서
절대로 인사하지 않는데
(절대로 안 하는 건 또 무슨 심리인지;;)
내성적인 남편에게
이렇게도 발랄한 면모가 있었다니.
몇 년을 함께 살아도
서로 모르는 부분이
불쑥불쑥 튀어나올 때마다
신선하고 재밌는 점이
부부 관계의 즐거움이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