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든다는 게 참 좋다.

내가 얻은 귀하고 소중한 깨달음

by 사춘기 엄마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그 구조가 독특하다.


정문이 있고 후문이 있는데

후문은 돌로 막혀 있어 차는 드나들 수 없고

오로지 사람만 이용할 수 있는 도로다.


후문은 큰 도로에 접해 있어

정문보다 바로 아파트로 들어올 수 있는

편리한 통로지만

막혀 있어 이용하지 못함이

항상 아쉬운 점이었다.


또한 내가 살고 있는 동은 후문에 더 가까워서

더욱 그러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에 출근을 하려고 정문을 나오는 데

차들이 정문 바로 옆의 샛길로 줄줄이 빠지는 게 아닌가.


내 생각에

다른 때도 아닌

가장 바쁜 아침 시간에

사람들이 길을 빙돌아 가면서

시간을 허투로 쓸 것 같진 않았다.


이 샛길에 무언가 지름길이 있나보다,

내가 모르는 길이 분명히 있구나 싶었다.


그 날 퇴근을 하면서 곧장 정문을 지나지 않고 그 샛길을 가보았다.


그랬더니 정말로 울퉁불퉁하고 정돈되지 않았지만

지름길이 있었다.


우리 아파트 정문에서 나오자마자 있는 신호등은

한번 빨간불로 바뀌면 다시 파란불이 되는데 2분이나 걸린다.

(내가 직접 재보았다.)


그렇게 신호를 받아 50m만 가면 다시 신호등이 나오는데

그 신호등은 파란불이 되는데 또 2분이 걸린다.


아침에 100미터를 이동하는데 5분여 정도가 걸린다는 건

치명적이다.


지각이냐 아니냐가

그 빨간 신호등에 달려있다.


우리 아파트에 살고 있는 주민들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한 사람이

많았을 것이다.


어떻게 하면 이 시간을 단축할 수 있나.

정문을 나오자마자 맞닥뜨리는

빨간불의 저주가 걸린 날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는 방법이 없나.


그렇게 지름길은 발견되었으리라.


그런데 그 지름길은 사실 고속도로 사무소에 연결된 샛길로

나는 그 길을 이용할 때마다 꺼림칙한 기분을 느꼈다.


이 길을 정말 이용해도 되나?


톨게이트 바로 옆 요상한 길로 빠져나와 큰 길로 이어지는 그 길은

급할 때는 정말로 요긴한 길이었지만

무언가 잘못된 요행을 행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어찌 되었든

이렇게 이용하라고 만들어진 길은 아니라는 건 자명했으므로.


그런데 오늘 아침

강아지와 산책을 하면서 새로운 길을 발견하였다.


평상시처럼 후문을 통해 큰 길로 나오는 것까지는 동일했지만

갑자기 강아지가 길을 건너자고 하는 게 아닌가.


길을 건너가 반대편 길로 산책하는 일도

종종 있었던 일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길을 건너갔다.


길을 건너가면

장례식장으로 들어가는 길 하나,

한국도로공사로 들어가는 길 하나,

그리고 또 하나의 길이 있었는데

그 길은 어디로 이어지는지

전혀 관심도 없었고 ,

가보지 않았던 길이었다.


아니, 후문 앞에 떡하니 있었던 길을

5년동안 살면서도,

강아지 산책을 하면서도 한번도 가보지 않았다는 점이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조금 이상했다.


내가 왜 이 길을 안 가봤지?


나는 모르는 길을 가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희안하게도 이 길은 가보지 않은 것이다.


강아지는 그 새로운 길로 나를 이끌었다.


길을 따라 쭉 내려가니

아주 익숙한 길이 나타났다.


바로 그 지름길과 만나는 길이었던 것이다!!!


정리해보자면

우리 아파트 정문에서 왼쪽 샛길로 빠지면

굴이 하나 나오고 그 굴을 지나면 톨게이트로 올라가는

그 지름길이 오른편에 나오는데

오늘 발견한 그 길은

지름길 왼편의 길과 이어지는 길이었던 것이다.


유레카!!!!


이제는 찜찜하게 그 길을 이용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이제 이 길을 이용하면 되겠구나!!

이쪽 길이 더 편리하고 좋은 길이었는데

찝찝한 마음이면서도 해결하려 하지 않고

익숙한 길로만 다녔구나!!!


강아지야 고맙다 정말!!!!!!


나는 이럴 때 머릿 속이 번쩍 하는데

내 눈 앞에 해결책이 있었는데도

내가 찾으려 하지 않아서

그 방법을 눈 앞에 두고도 못 보는,

이런 일이 살다보면 꽤 많다는 것을 발견할 때 그렇다.


답을 찾으려 멀리 길을 떠날 필요가 없다.


답은 내 눈 앞에 있다.

항상 그랬다.


내가 바라는 것은 저 멀리 있어,

내가 그것을 가지려면

말도 안 되게 어려운 방법을 찾아야 하고

그걸 해내야 해!

이런 생각에 빠져있었던 적이 있다.


고등학생 때 공부에 집중되지 않을 때마다

어디 절에 박혀서 공부를 해야하나,

기숙학원에 들어가서 하는 게 더 좋을까,

항상 밖에서 그 답을 찾으려 했다.


하지만 답은 내 안에 있었다.


그 곳에 간다고 공부가 잘 되었을까?

공부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은 내 주위에 넘쳤다.


책상이 있는 내 방도 있고,

학교 교실에도 내 책상 있고,

도서관만 가도 칸막이 책상이

배치되어 있었다.


사실은 괜한 핑계를 대며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는 나를 합리화하려는 것이었을 뿐


공부 뿐만이 아니라

다른 일도 그러했다.


좋은 선생님이 되려면 독일 유학을 가야하나,

더 성공하려면 가정을 등한시하고

일만 쫓아야하나.


항상 눈 앞에 있는 답을 못 보고

허황된 생각에 빠져

이 방법, 저 방법을

몸으로 직접 해보면서

알게 되었다.


나는 바보였구나.


내 손에 답이 있었는데

다른 사람 손을 펼치고 다니면서

답 없어요? 답 가지신 분~~???

이러고 다녔었구나


결국 중요한 것은

일단을 찾으려고 의지를 내야 한다는 것!!

찾지 않으려는 사람에게 길은 보이지 않으므로.


그리고 내 안을 깊숙이 들여다보는 것!!

내 손에 있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고정관념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내 옹졸한 편견으로 잘못된 판단을 내리고 있는 건 아닌지,


핑계를 대거나 합리화하려는 모든 변명을 내려놓고

진실로 답을 찾으면

그 답은 항상 내 눈앞에 있었다는 것을

30대에 알게 되었다.


누군가가 나에게 말했다.

꼭 된장인지 똥인지 먹어봐야 알아?? 보면 알잖아!!!


그럼 나는

나는 내가 직접 해봐야 알겠어요!!! 하며

모든 것을 다 직접 해보려고 했다.


그러한 시간을 지나고 보니

그 시간도 의미가 있었구나,

이 길을 찾아내려고

반드시 그 길을 갔었어야만 했구나 싶기도 하다.


그래서 더욱더 내게 이 깨달음은 귀하고 소중하다.


나이 드는 게 아깝지가 않다 정말로.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