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들이여 싸우라!!!

그리고 반드시 변화하라!!!!!!!! 그러면 평화가 찾아올 것이니

by 사춘기 엄마

남편과 내가 가장 크게 다퉜었던 장면이

책장 앞을 지나갈 때마다

한번씩 떠오른다.


한편으로는 부끄럽기도,

한편으로는 좀 어이가 없었던 그 사건.


나는 그 당시 발도르프 교육을 공부하고 있었는데

그 연수를 다니기 시작하면서

급격하게 생활비가 쪼들리기 시작했다.


연수는 서울, 강원도에서 진행되어

왔다갔다하는 교통비만 해도 10만원이 넘었고

재료비에 연수비에, 이것저것 하면

한번 연수를 갔다오는 데

50만원은 그냥 깨지는

고가(?)의 교육이었다.


그 당시의 나는 매우 유연하지 못해

들고 있던 적금이나 펀드를 깨서

부족한 생활비를 보충하면 된다는 생각을 아예 생각하지 못했다.

중간에 저축을 그만둔다는 것이

내 사고회로에 없었던 것이다.

그만큼 나는 저축에 대한 고집이 있었다.


딱 50만원만 어디에서 내 통장으로 들어오면 좋겠다

하고 있을 때

친언니가 본인이 하고 있는 다단계 판매업을

제안했다.


나는 의심이 많아

아무리 친언니의 이야기라도 믿을 수가 없었다.


나는 어떤 결정을 내릴 때

참고 문헌이 꼭 필요한 사람이라

일단 책이나 자료를 찾아보는 사람이었다.


언니가 준 책과

도서관에 가서 내가 직접 빌린 책을

비교해가며 읽어보았는데

그 내용이 무척 흥미로웠다.


한번도 해보지 않은 경제공부를 하게 된 것이었다.


그 때의 남편은 게임에 미쳐 있을 때라

생활패턴이 평일에는 직장, 게임, 잠

주말에는 게임, 잠

이렇게만 생활하는 단순한 사람이었는데

(무려 5년을 그렇게 생활했다.)

나는 그게 무척이나 마음에 들지 않았다.


취미 생활을 위해 빚까지 낸 남편은

나보다 경제 관념이 더 없어보였고


내가 읽은 책을 남편도 한번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남편에게 책을 한번 읽어보라고 말했다.


남편은 연애를 할 때부터 책 읽는 모습을 한번도 보인 적이 없을 정도로

책과는 아주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당연히 남편은 싫다고 했다.

그리고 나에게 다단계를 하고 싶으면 하라고 말했다.

너가 책도 읽고 잘 알아보고 하는 것 아니냐며

나보고 알아서 하라고,

자기에게는 어떠한 강요도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나에게는 나가서 추가 생활비를 벌어오라고,

내 생활에 변화를 주라고 말하면서

(사실 공무원은 다단계를 하면 안된다.

내가 미팅장에 가보고 싶다고 하자

단순하게 미팅장에 다녀보라는 이야기였다.)

본인은 자신의 생활에 너무 만족하고 있으며

어떤 변화가 생기는 것은 싫다고 말하는

남편이 그 당시에는 너무나도 미웠다.


나는 남편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제발 게임만 하지 말고

책 좀 읽어보라고!!!

잠만 자지 말고!!!!!!!!


내 비난에 남편은 무척이나 화가 났고

묵언 시위를 벌이고 있었는데


며칠 뒤

한 택배가 와서 열어보니

책이 들어있었다.


책 이름은


잠???!!!!!!!

여보 이거 누가 시킨거야??

자기가 시킨거야?????

이거 지금 나 엿 먹일려고

일부러 이 책을 고른거야???????????


나는 앞 뒤 상황을 보려 하지도 않고

분노가 폭발해

남편의 눈 앞에서 그 책을 다 찢어버렸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가님 죄송해요

당신의 소중한 작품을 제가 그때 찢어버렸네요.)


남편은 경악을 금치 못했고

내 폭력적인 모습에 처음으로 이혼을 생각했다고 후에 말했다.


사실 남편은 내 이야기를 듣고

정말로 책을 좀 읽어야겠구나, (내가 읽어보라고 한 책 말고) 싶어서

재밌어 보이는 책을 검색해

주문했던 것이었다.


그런 지도 몰랐던 나는

나를 비난하기 위해

내 논리를 비아냥되기 위해

그 책을 주문했다고 생각해

내 분노 스위치가 켜져버렸던 것이었다.


며칠 뒤 서로의 화가 좀 풀리고

이야기를 나누자

그러한 상황이었다는 것을 듣고

너무나도 어이가 없고

내 분노로 찢겨진 책에게 미안해졌다.


내 폭력은 그 방향을 잃었고

나는 남편에게 사과했다.

미안하다고,

당신을 오해했다고.


그리고 며칠 뒤 다시 책이 왔다.



남편은 정말로 읽어보고 싶어서

산 책이었다며

다시 그 책을 주문한 것이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님 책 다시 샀으니 용서해주세요.)


당연히 그 책은 한번도 펼쳐진 적 없이

지금 내 책장에 고이 꽂혀져 있다.


나는 그 책을 볼 때마다

사소한 오해가 불러일으키는

파란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사람에 대한 분노를

물건에 투영하면 왜 안되는지에 대해

뼈저리게 반성했다.


그만큼 그 일은 내게 창피한 일이었고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싸워도

건강한 방식으로 싸워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상대방을 내 틀로 해석하고

일방적으로 오해하고

비난하는 것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나는 이 결혼이라는 제도가

어쩌면 한 개인이 타인을 온전히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기 위해

있는 제도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태어날 때는 혼자 태어나지만

살아가려면 타인과 함께 살아야 하는데

그 타인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 하면

계속 불화를 겪는다.


꼭 스님들이 절에서 수행하는 것처럼

우리 일반인들은 그 수행을

성인이 되면 결혼이라는 제도로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그만큼 타인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어렵다.

있는 그대로 본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최근의 나는 내 남편이 좋다.

그냥 그 사람인게 좋다.


남편이 대단히 완벽한 사람이라서

좋은 것도 아니고

인격적으로 위대해서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이 사람의 모든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니

이 사람과 함께 사는 게 나쁘지 않다.


예전에는

이 점은 정말 싫어,

이 부분은 정말 최악이야, 하며

남편의 면면들을 파헤쳐

비난하고 평가했다면

(누가 나를 그렇게 비난하고 평가한다면 견딜 수 없었을 거면서)


지금은 그 어떤 판단도 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냥 이 모습도 저 사람의 한 모습이지, 하고 만다.

저런 면도 있었구나,

그냥 남편에 대한

데이터를 계속 축적하는 느낌이다.


데이터가 많아질수록

남편에 대해 더 잘 알게 되고

더 잘 알게 될수록

더 잘 이해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남편을 관찰한다.

이렇게 말했을 때 남편이 어떻게 반응하나,

이런 상황에 어떤 생각을 하나,

관찰하다보면 꽤 재밌다.


남편의 의외의 모습을 알게 될 때는

더욱더 재밌다.


가끔씩 남편과 이야기할 때

우리는 지금이 연애때보다 더 가까운 것 같아

라는 말을 하는데

정말로 그렇다.


서로에 대해 더 잘 알게 되었고

이제는 서로에 대해 비난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의 관계는 훨씬 편안해졌다.


이렇게 변화하기까지

수많은 다툼과 싸움이 있었다.

그 갈등 속에서 우리는 점차적으로 변화해왔다.


부부들이여 싸우라,

그리고 반드시 변화하라,

그러면 평화가 찾아오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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