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평화롭다

지리산에 살고 있는 S를 만나고 오면서

by 사춘기 엄마

지리산에 살고 있는 S를 만나고 왔다.


그녀는 시골집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아주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남편과 함께 근무하는 동료가

요즘 사주 공부를 한다면서

남편과 나, 쁘나의 생년월일을 봐줬는데

내 사주에 나무가 없어서

지리산 옆에 사는 게 좋다고 했단다.


그 이야기를 듣고 보니

괜시리 진짜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실제로 지리산 근처 지역에 살고 있다.)

지리산 천왕봉에 한번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S는 천왕봉 바로 아래에 있는 마을에 살고 있어

천왕봉도 가고,

그녀도 만나고,

아주 일석이조인 일정이었다.


아닌게 아니라

장염끼가 아직 남아 있는 상태에서

오후 늦게 그녀의 집에 도착해서

저녁을 같이 먹는데

배가 아프지 않았다.


이제 나을려는 타이밍에

그녀의 집을 방문하게 된 것인지

아님 정말로

지리산의 기운으로

장염이 나은건지 모르겠지만

나는 지리산의 영험한 기운에

몸이 회복했다고 믿는 쪽이다.


그녀와 밤 늦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녀는 그대로였다.

그녀의 세계관은 더 확장되었고 견고해져서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나를 신선하게 자극했다.


아! 이래서 내가 그녀를 만나고 싶었구나.


요즘 10시만 되면

잠이 쏟아져 일찍 잠자리에 들었던 내가

그녀와의 대화가 너무나도 재밌어

12시 가까이 이야기를 나눴다.

(더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내일 새벽에 일찍 일어나 지리산에 가봐야하므로)


그녀와의 대화를 내일로 기약하고

침대에 눕자마자 3초컷으로 잠에 들었다.

평소 4시간정도 자면 눈이 저절로 떠지는데

(그래서 굉장히 피곤하다.)

지리산의 기운 덕분인지 6시간을 푹 잤다.

(아니면 운전하랴, 대화에 집중하느라 에너지를 쏟아서인지도 모르겠지만)


새벽에 부랴부랴 짐을 챙겨

우리는 천왕봉을 향했다.


그녀는 중간에 자기는 쉬고 있을테니

나보고 천왕봉을 찍고 오라고 했지만

그녀와 있다보니

천왕봉을 다녀오는 게 무슨 의미가 있으랴,

오랜만에 만난 그녀와 더 대화를 나누고 싶어

올라가는 데까지 함께 올라갔다가 내려오자고 했다.


올라가는 등산로 옆에는

우렁찬 계곡물이 시원하게도 내려가고 있었다.

최근 비가 많이 내려 계곡물도 많이

불어난 것 같았다.


우리는 등산로 중간중간에 널찍한 돌이 있으면

그때마다 앉아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언젠가 들었던 지리산에 관련된 이야기를

그녀에게 해주었고

지리산이 토산이라 모든 사람들을 품어준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녀는 참 좋은 산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산은 우리를 품어주는데

막상 그녀의 마을 사람들은 반목하고 살고 있다고 했다.


여러 가지 일들이 얽히고 설켜

마을 사람들끼리 감정이 상하는 일이 있었는데

그녀가 이사를 한 후

마을 사람들 각자의 하소연을 듣게 되었다고 했다.


처음에는 그녀 또한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냐며

한 쪽 편을 들게 되었는데

다른 쪽 이야기를 들어보니

꼭 그렇지만도 않음을 알고

그녀는 한 가지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지리산이 모든 걸 결정할거야.


만약 사람들의 행동이 정말로 잘 못 된 거라면

산이 그들을 벌 줄거고

아니라면

그들을 풍족하게 만들 것이라고.


나는 동의했다.

정말로 맞는 말이라고.

사람이 사람을 벌줄 필요가 없다고,

정말로 잘못된 일이라면

하늘이,

산이,

신이 벌을 내릴텐데

우리가 애써 판단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언제나 그녀만의 답을 찾아가고 있고,

그녀만의 세계 속에서 평화롭게 살고 있다.


나는 그런 그녀가 참 좋다.


그녀와의 1박 2일 만남을 뒤로 하고

으로 돌아오는데

비가 쏟아졌다.


장염도 씻은 듯 나았고

내 마음도 그녀와의 만남을 통해

말끔해지고 깨끗해진 것 같았다.


겨울에 만날 때는 함께 천왕봉에 올라

맑은 해를 같이 보자는 약속을 마음에 담고

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녀가 항상 행복하고 건강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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