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내 앞에 존재하고 있었다.

모든 것은 다 내 마음에서 비롯된다.

by 사춘기 엄마

순천에 살 때 새벽마다 국가정원으로 산책을 다녔다.


정원박람회를 하기 전에는

새벽 5시부터 개장하기 전까지

시민들이 산책하거나 조깅을 즐길 수 있도록

정원을 무료로 개방한 시기가 있었다.

(박람회 기간은 금지되었는데 지금은 어떠한지 모르겠다.)


5월의 국가정원은 정말로 아름다웠다.

특히 습지쪽으로 야생화밭이 있었는데

5-6월에는 파란색 꽃이 언덕 가득히 피어있어

그 광경은 가히 장관이었다.


나는 정원을 산책하며

이렇게 행복할 수 있나!


감탄이 절로 나오는 아름다운 꽃과 나무들,

푸릇한 잔디

초록 숲 사이로 고요히 흐르는 개울물까지

나는 그곳을 정말로 사랑했다.


영화 헤어질 결심을 보고

이동진 평론가의 리뷰를 본 적이 있는데

산의 사람과 바다의 사람이 다르고

우리는 각자 어디에 해당하는가에 대한 의견이

기억에 남았는데


나는 단연코

산의 사람도, 바다의 사람도 아닌

숲(정원)의 사람이다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숲과 정원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이사를 가게 되었다.


나는 항상 국가정원을 그리워했다.

그 풀내음,

탁 트인 경치,

새벽의 인적없는 고요함,

그 모든 것들이 사무치게 그리웠다.


이 곳에는 정원이 없다고,

이 곳은 너무 척박하고 삭막하다고,

후에 다시 순천에 가서 살고 싶다고 하면서

쁘나와 남편에게 불평, 불만을 늘어놓았다.


그러자 쁘나는 내게

그럼 엄마가 베란다에 화분을 키워~

엄마가 정원을 가꾸면 되지~

하는데


나는 내가 정원일을 하는 건 싫어!!!!

내가 식물을 키우면 족족 다 죽는단 말야!!!! 하며

못된 핑계를 대며 자기합리화를 했었다.


그런데 올해 5월에

아파트 앞 도로를 강아지와 산책하는데

도로 옆 길가에

국가정원에서 봤던 그 파란색 꽃이 길가를 따라

쭉 피어있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작은 면적이 아니라

꽤 넓은 면적으로 말이다!!!


어머 세상에!!!


길가에 핀 그 꽃은

자연적으로 핀 것인지,

시에서 꽃씨를 심은건지 모르겠으나

이 꽃을 내 집 앞에서 바로 볼 수 있다니

너무나도 좋았다.


그러고보니 산책을 하다보면

길가에 핀 꽃들,

주택 담장을 넘어 얼굴을 내밀고 있는 이름모를 꽃들이

정말로 많았다.


어머!! 이 꽃이 여기에도 있었네!!!

어??? 이거 국가정원에도 있었던 꽃인데???


그날부터 나는 길가에 피어있는 꽃들과 잡초들을

유심히 보게 되었다.


그렇게 관찰하고 보니

내가 사는 지역은 삭막한 동네가 아니었다!!!


더 나아가

잘 살펴보면

천변의 아름다운 산책길도 있고,

집에서 좀 걸어가면 생태공원도 있으며

산책길이 꽤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국가정원이 좋아!!

이곳은 국가정원에 비할바가 못되!!! 하며

불평, 불만만 늘어놓고 있었던 것이다.


참 바보같았구나

눈 앞에 있는데도 못 알아보다니!!!


나는 이미 갖고 있었다.

사시사철 꽃이 만발한 정원을!!

그것도 눈 앞에!!!!


나는 정원을 갖고 싶다고,

나는 게을러서 정원을 가꿀 수 없으니

누군가가 부지런하게 정원을 돌보아서

나는 그저 그 아름다운 정원을 즐기고만 싶다고

스스로도 참 이기적이고 못 된 마음이다 하고 있었는데


가질 필요가 없었다.

이미 내 앞에 존재하고 있었다.


집 문을 나서자마자 보이는

이름모를 꽃들과 나무들을 나는 그저 즐기기만 하면 되었다.

이게 바로 내가 진정으로 바란 것이 아닌가!!!


도대체 무엇을 아쉬워하고 있었을까!


그러자 나는 내가 살고 있는 이 도시가 좋아지기 시작했다.

더이상 국가정원과 비교하며

이 도시를 폄하하지 않게 되었다.


모든 것은 다 내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것

작은 풀꽃조차 나를 일깨워준다.

고맙다 꽃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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