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일아, 내게 오라~~

기꺼이 다 헤치워줄테니!

by 사춘기 엄마

올해 일을 쉬게 되면서 백수가 되었다.


일을 할 때는 모든 에너지를 직장일에 쏟아

집에 들어오면 기진맥진,

아무일도 할 수가 없었다.


체력을 기르던지,

일을 쉬엄쉬엄 하던지 했었어야 했는데

그때는 뭐가 문제인지도 모르고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런데 일을 쉬고 집에 있으니

집안일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나는 항상 스스로를

주부로서는 꽝인 인간이라고 평가했고

집안일은 세상에서 가장 하기 싫은 일,

해도해도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무가치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나는 꽤 훌륭한 주부였다.


다이어트 때문에

나와 쁘나가 먹을 음식을 요리하기 시작했는데

다이어트가 끝나고나서도

매 끼니를 정성껏 준비하고 있다.

청소나 빨래도


그리고 정리


나는 원래 정리는 꽤나 좋아하는 편이어서

직장에 있던 내 책상은 항상 깨끗하게 정리하였는데

집은 그렇지 못했다.


그래서 집에 있는

모든 서랍을 열어 각각의 물건을 분류하고

다시 재배치해보니

그 물건에 가장 알맞고 적절한 위치를 찾는 게

꽤나 여러번의 시도가 필요함을 알게 되었다.


이쪽에 넣어도 봤다가,

저쪽에 갔다두기도 했다가,

그러다가

그 물건에 딱 맞는 위치를 찾았을 때의 그 기쁨,

아! 이곳이 너의 자리구나!!!! 할 때의

뭔지모를 희열을 느낄 때마다

내가 얼마나

집을 정리하고 싶어했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우리 집은 물건이 많아서

정리할 엄두도 못 냈던 지난날에는

물건들을 볼 때마다

한숨이 나왔는데

그게 정리를 제대로 못 한,

아니, 안 한 나에 대한 한숨이었구나를 알게 되었다.


그렇게 집안일을 하게 되면서

나에 대해 알게된 새로운 사실이 있다.


나는 내가 이토록 완벽주의자인지 몰랐다.


예전의 내가 집안일을 무가치한 일이라고 폄하하고

집안일을 하지 않는 나 스스로를 자기합리화 했던건

어쩌면 완벽하게 하지 못할 바에는

아예 시작조차 안 하겠다는

나의 무의식이 작동한 것은 아닐까.


시간을 들여,

정성을 들여,

완벽하게 정리된 집안을 볼 때마다

마음이 편안하고 행복하다는 걸

이제서야 알았다.


이제라도 알아서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여러 이유로 올해 일을 쉬게 되었을 때는

당황스럽고 어떻게 해야하나 걱정스러웠는데

웬걸

주부로서의 새 삶을 찾은 듯한 느낌이다.


나는 집도 좋아하는 사람이었구나,

그것도 깨끗한 집,

정리가 잘 된 집을 좋아했구나.


그럼 내가 정성을 다해 우리집을 돌봐줘야지,

아이 기뻐라,

집안일아 내게 오라,

기꺼이 다 헤치워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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