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으면 이렇게 해주쇼!!

에스파의 쇠맛 나는 노래로 부탁해용~~

by 사춘기 엄마

개학을 앞두고 우울하다는 쁘나를 위로하기 위해(?)

어제 쇼핑을 다녀왔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은 시골이라

큰 도시의 거대한 아울렛을 들른 후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쁘나와 나눈 대화가 매우 인상깊었다.


대화는 이러했다.


갑자기 쁘나의 질문

"엄마, 엄마는 언제까지 살고 싶어??"

"으엥? 당연히 벽에 똥칠할 때까지 오래오래 살아야지~!!"


그러자 쁘나는 어리둥절해져서

"왜 벽에 똥을 칠해????"

그래서 아차! 싶었다.

평소에 나는 좀 거칠게 말하는 편이다. (반성 반성)


"아 그건 말야, 나이가 들어서 치매라는 병에 걸릴 수도 있거든.

그 병에 걸려서 심하게 아프면

모든 기억을 잊어버리게 된대.

그러면 자기가 싼 똥도 그게 똥인지 몰라서

그런 행동을 할 수도 있다는 의미였어.

근데 아까 한 말은 취소.

그냥 오래오래 살고 싶다는 이야기였어."


"그래? 그럼 몇 살까지 살고 싶다는 거야?"

"뭐, 나이로 말하긴 어렵고,

그냥 쁘나가 후에 결혼하는 것도 보고 싶고,

쁘나가 애기 낳는 것도 보고 싶고,

그 애기가 애기 낳는 것도 다 보고 죽고 싶은데??"


그러자 쁘나가

"엄마 되게 오래 살고 싶구나~" 한다.


그래서 한 마디 더 덧붙였다.

"근데 죽을 때 아픈 건 싫어,

그냥 잠자다가 꾀꼬닥 죽고 싶어."

그러자 쁘나도 자기도 그렇게 죽고싶다고 한다.


"만약에 후에 엄청 아픈 병에 걸렸는데

고칠수도 없다고 하면

엄마는 스위스가서 안락사 하고 싶어.

너 안락사 알아?"

하자 쁘나는 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거 좋네~, 나도 아픈 건 싫어."라고 말한다.


쁘나는 또 나에게 질문했다.

"엄마는 죽을 때 어떤 말을 마지막으로 하고 싶어?"

"아 그건 엄마가 예전에 말했잖아!

에스파의 아마겟돈 틀어~~~~!!!"

그러자 쁘나가 "아~~~ 맞아 맞아 그랬네~~~" 하며

깔깔거리며 웃었다.


이게 무슨 이야기냐 하면

외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장례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는데

나는 확고하게 내 장례식에 대해 쁘나와 남편에게 말한 것이 있었다.

내가 죽으면 이렇게 장례식을 치르라고.


내가 원하는 내 장례식은

휘황찬란하지만 덧없는,

요즘의 삐까뻔쩍한 장례식장 말고

그냥 집을 파티장으로 꾸미고

내가 죽기 전에 좋아했던 음악을 크게 틀고

남편과 쁘나가 춤이나 추고,

노래나 부르면서

즐겁게 내 장례 의식을 치뤄줬으면 좋겠다는 거였다.


그러면서 둘이서 죽은 나에게

"여보~~ 엄마~~ 좋은 데 가쇼~~~" 라며

축하하는 말이나 해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남편은 조금 어이없어 했고,

쁘나는 재밌다고 했다.


그래서 요즘 엄마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에스파의 아마겟돈이랑 위플래쉬니까 알아두라고 말했었다.

그리고 가장 좋아하는 노래가 바뀌면

실시간으로 이야기할테니 잘 기억해두라고 했다.


그리고 시신은 화장해서 아무데나 뿌리라고,

바람따라 아무데나 갈 수 있으니 얼마나 좋으냐고 했더니

남편은 좀 고민하는 것 같았다.


"여보 그렇게 못 할 것 같아??" 하자

남편은 "아니, 자기가 원하는 대로 해줄게." 해서

남편에게 물었다.


"자기는 내가 자기 장례식 어떻게 치뤄줬음 좋겠어?" 하자

"그냥 아무렇게나, 나도 뭐 딱히 원하는 거 없어." 한다.

남편은 모든 일에 별로 원하는 게 딱히 없는 사람이다.

"오케이~ 쁘나야 아빠가 혹시라도 죽으면

우리 파티하자~~

여보~~ 천국 가서 재미나게 살고 있으쇼~~ 하자."

그러자 쁘나가 깔깔거리면서 좋다고 했었다.


이 이야기를 엄마, 아빠께도 했더니

(막내딸이 죽었는데 사위랑 그 자식이 집에서 파티나 하고 있는 꼴을 보면

좀 놀라실까봐)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거냐며

"너는 진짜 또라이다." 하셨다.


"왜~~~!! 아빠 후에 돌아가시면 어떻게 해드릴까?" 하자

아빠는 그냥 보통의 사람들이 하는 것처럼

장례식장에서 장례치르고

돌아가신 할아버지, 할머니가 모셔서 있는 선산에 묻어달라고 하셨다.


그래서 엄마한테도 물었는데

엄마의 대답이 묘연했다.

"엄마는 어떻게 해드릴까?" 하자

"엄마는 생각 좀 해보고."

"엥??? 아빠 옆에 묻히는 거 싫어?" 하자

"엄마는 생각 좀 해봐야할 것 같아." 하신다.

옆에서 아빠는 띠용하신 표정이었지만 별말씀 없이 가만히 계셨다.


이렇게 평상시에도 가족과 함께 죽음에 대해 편하게 이야기하는 게

필요한 것 같다.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사실은 지금의 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거니까.


결국 우리 모두는 후에 죽으니까

오늘 하루 즐겁고 행복하게 살자고,

그리고 각자가 원하는 방식대로 보내드리자고,

남아있는 사람들이 미리 준비할 수 있게 말이다.


그래서 이 이야기의 끝은

최애곡을 에스파의 더티워크로 바꿀까 고민중에 있다는 것이 결론이다. (싱겁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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