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여행스타일은 무엇입니까?

여행을 떠나고 싶은 자의 넋두리

by 사춘기 엄마

나는 내가 J인지, P인지 잘 모르겠다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그건 심각한 착각이었다.


나는 완벽하게 J였다.

그걸 이제서야 확실히 알았다.


무슨 말이냐면

한때 굉장히 인기있었던

성격검사인 MBTI 검사에서

본인이 계획형(J)인지, 즉흥형(P)인지

검사하는 항목이 있는데

나는 검사할 때마다 J 로도 나왔다가,

어떤 때는 P 로도 나왔다가

왔다갔다하는 것이 아닌가.


특히 헷갈렸던 지점은 여행과 관련된 내 행동이었다.

성격검사 질문 중 많이 하는 질문이

여행을 갈 때 계획을 세웁니까? 안 세웁니까? 인데

나는 여행계획은 안 세우는데? 뭐지?? 했던 것이다.


평상시의 나는 체크리스트를 만들어서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는데

어느 정도냐 하면

최근에는 하루에 해야할 일을 다 적은 표를 만들어서

(이걸 나는 하루 루틴 체크리스트라고 명명했다.)

매일 매일 체크하면서 생활하고 있는데

매우 편리하고 생활에 안정감을 줘서

아주 활용을 잘 하고 있다.


일을 할 때도

항상 포스트잇이 옆에 있어야 하는데

왜냐하면 포스트잇에 오늘 해야할 일을 적어놓고

그 일을 완수하면 펜으로 찍- 가로줄을 그으면

성취감을 느끼는 스타일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여행은 조금 달랐다.


대개 사람들은 여행 계획을 세울 때

어디어디를 가보자~~

그 지역에서 가장 핫하거나

유명한 곳을 가기 마련인데

나는 그런 여행이 항상 헛헛하고

그 지역의 찐(?)을 못 본 것 같다는 생각이 매번 들었다.


그래서 새로운 도시로 여행을 가면

계획따윈 없이 그냥 무작정 길을 돌아다니는 게

나만의 여행 스타일이었는데

그건 무엇이었을까.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 여행도 아주 즉흥적인, 무계획 여행이 아니었다.


헷갈렸던 지점이 생겼던 이유는

내 완벽주의 성향때문에

겉으로는 즉흥형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예전에 유럽 여행을 갔었을 때

내 여행 스타일은 무조건 한 도시에서 최소 일주일 이상을 머물면서

처음 3일 정도는 모든 길을 무작정 다 가보는 것이었다.


그렇게 3일 정도가 지나면 지도 없이도 돌아다닐 수 있게 되고

그러면 그 길에 있는 미술관이라던지, 유명한 랜드마크들을 가보는 것이었다.


그렇게 여행 했던 이유가

바로 내 완벽주의 성향 때문이었음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그 도시에 대해 완벽하게 알고 싶은데 그럴 수 없으니까

적어도 길 만큼은 완벽하게 알게 되면

내가 그 도시에 대해 좀 알게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그렇게 마음이 편안해져야만

그 도시를 제대로 관광할 수 있었던 것이다.


완벽하게 숙지되지 않으면 불안했던 것이다.


그런데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아무 계획 없이

오늘은 이 곳을 좀 돌아다녀볼까나~~

여기 한번 들어가볼까나~~~

요러고 무작정 돌아 다녔기 때문에

나는 내가 즉흥형이라고

착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사실은 그 전날 잠자기 전에

나는 이미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도 그렇고


내일은 이 지역을 다 훑어봐야지,

점심은 길거리 음식으로 때우고

저녁은 레스토랑에서 먹자,

이런식으로 대강의 계획을 세우고

당일날에는 그 계획을 대강 실행하는 것이다.


최근 이동진 영화평론가의 유투브를 듣다가

여행과 관련한 주제가 나와서

관심있게 들었는데

그중 여행의 심리학이라는 책에 나온

여행 스타일에 대한 이야기가 아주 흥미로웠다.


사람마다 여행하는 스타일이 다른데

두가지 기준에 따라 분류한다는 것이다.


첫번째로는 외향적이냐 아니냐,

두번째는 개방적이냐 아니냐에 따라

4가지 스타일이 있다는 것이다.


외향적이면서 개방적인 사람은 먼 곳이거나 힘든 곳을 여행하면서

일상에서 하기 힘든 독특한 경험을 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히말라야 트래킹같은 여행을 하면서 사람들을 사귀고 교류하는 여행을 한다는 것이다.


외향적인데 개방성은 없는 사람은 거대 리조트를 가거나 크루즈 여행을 선호한다고 한다.

그곳에서 액티비티를 즐기거나 사람들과 사교하고 만나는 여행을 즐긴다는 것이다.


내향적인데 개방적인 사람들은 역사적인 배경을 갖고 있는

소도시나 마을 같은 데를 가는 것을 좋아하고

그곳과 연관된 역사나 사회적인 맥락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고 한다.


내향적이면서 개방적이지 않은 사람들은 주변과 단절된 곳으로 여행을 간다고 한다.

산골에 있는 산장이라던가 조용한 곳에 가서 휴식하는 것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4가지 타입 중 나는 어디에 속할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는 세번째 타입에 속하는 사람이었다.

완벽주의 성향 때문에라도 내 손에 다 잡히는 조그마한 소도시 여행이

가장 마음 편하고 좋았던 것이다.


이국적인 풍경은 보고 싶은데

너무 거대한 도시는 불안하니까

3일 정도면 그 도시의 모든 골목길까지 다 가볼 수 있는

소도시 여행이 내향적이면서도 개방적인 구석을 갖고 있는 완벽주의 나에게

딱 알맞은 여행법이었던 것이다.

그걸 이제서야 제대로 알았다.


그래서 누군가가 가장 좋았던 여행지가 어디였냐고 물어보면

고민할 필요도 없이 이탈리아 피렌체를 꼽았던 이유가

단순히 그 도시가 아름다워서 좋아했던 것도 있지만

그에 더해 내 성향과 여행 타입에 가장 최적화된 도시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불안도가 높은 사람이었다는 것을 제대로 알게 되자

여행은 가고 싶은데 막상 여행을 가게 되면

출발하기 전에 마음 속에 일렁이는

막연한 불안감을 어떻게 처리해야할지 몰랐던 것이다.


대학생 때는 그러한 불안을 느끼는 내가 너무 소심해보이고 스스로가 답답해서

유럽 배낭여행을 혼자 다녀오는 것으로

내가 나를 벼랑끝으로 몰아 세운적도 있었던 것이다.


불안형인데 완벽주의도 있어,

그런데 아예 개방성이 없는 것도 아니야,

내향적인데 내향적인 내가 싫어서

나를 몰아부치다 보니

겉으로 표현되는 내 모습은 내가 봐도 아주 뒤죽박죽이었던 것이다.


이제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씩 알게 되면서

내가 나에 대해 제대로 안다는 게

이렇게 마음 편할 일일 줄 몰랐다.


이제는 여행지를 고를 때 어느 곳을 가면

내가 가장 즐겁게 여행할 수 있는지를 알게 되었으니

해외여행을 가고 싶다는 욕구가 마구마구 올라왔다.


아~~ 쁘나를 어떻게 꼬시지~~~~

(쁘나는 작년 비행기 사고를 뉴스로 본 이후로 비행기를 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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