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왕국 2를 이제서야 제대로 보고 나서 치는 엄청난 뒷북
올해에는 쁘나와 함께 하는 루틴이 하나 있는데
바로 금요일 밤마다 함께 영화를 보는 것이다.
집에 있는 빔프로젝트로 영화를 보다가
최근에는 TV를 사서
큰 TV로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빔프로젝트로 벽에 영상을 쏴서 보니
영화관에 온 것 같이 재밌고 신났었는데
점점 익숙해지다보니
영화를 틀어놓고 각자 핸드폰을 한다거나
게임을 하는 일도 많았다.
그런데 둘다 딴 짓 안하고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같이 보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런 경우는 50프로도 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영화 스토리가 조금이라도 재미가 없으면
내가 졸기 때문이었다.
쁘나는
엄마!!! 제발 영화 보면서 자지마!!! 하면서
나를 흔들고 퍽퍽 때리는데(?)
나는 맞으면서도 졸았다.
영화를 볼 때마다 왜이렇게 잠이 오는지 모르겠다.
어제가 마침 불금이어서 쁘나에게
"쁘나야~ 오늘 불금이네, 이따가 영화 뭐 볼까?"하자
쁘나는 대뜸
"엄마는 영화 보면서 자지나 마!!!" 하는 게 아닌가.
그래서 나름 심각하게 쁘나에게 대답했다.
"쁘나야, 엄마는 영화볼 때마다 잠이 엄청 와, 잠병에 걸렸나봐. 엄마 심각해." 하자
쁘나의 해결책이 아주 그럴싸했다.
"그럼 엄마, 영화 보는 내내 뭘 먹어!"
이야, 우리 딸이 나에 대해 잘 아네.
뭘 먹으면서 보면 잠은 안 오겠다 정말
"좋은 생각이야, 뭐 먹으면서 보지? 일단 고구마부터 굽자ㅋㅋㅋㅋ" 하며
고구마를 에어프라이기에 돌렸다.
뜨끈한 고구마를 들고 침대에 누워
OTT 영화를 고르고 있는데
쁘나가 오랜만에 겨울왕국 2를 보자고 했다.
오!!! 겨울왕국~~~!!!
"쁘나야, 나 사실 겨울왕국 2 제대로 본 적 없다?
맨날 중간에 졸아서 사실 겨울왕국 2 내용 잘 몰라ㅋㅋ"하자
"에에에에ㅔㅔㅔ?? 엄마 진짜 몰라???" 쁘나가 놀라워했다.
"엉"
왜냐하면 겨울왕국 2 OST는 개봉 당시 쁘나랑 엄청나게 불러재꼈기 때문에
(평소에도 가끔씩 부름)
정작 겨울왕국 2 내용을 잘 모른다는 게 좀 어처구니 없는 일이긴 했다.
"아니 나는 겨울왕국 2는 틀기만 하면 잠이 온다니까, 좀 내용이 재미없는듯~" 하자
쁘나가 오늘은 졸지말고 제대로 봐보라고 했다.
"오케이, 제발 잠아 오지 마라. 제에에ㅔㅔㅔ발" 하면서
영화를 보기 시작하는데
어제는 다른 날과 달랐다 아주!
영화를 아주 집중해서 보기 시작했는데 점점
에에에에ㅔㅔㅔㅔㅔ엥??
이게 이런 내용이었어????
재밌네~~
이 노래가 이런 의미였어????
(사실 영어 노래는 거의 의미 잘 모르고 아무렇게나 들리는대로 따라부름)
아니, 이 상황에 이 노래가 나온다고???!!!!
에에에에에ㅔㅔㅔㅔㅔ엥????
쁘나는 내게 좀 조용히 보라고
나를 퉁줬다.
그런데 나는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몇년이나 지나서 뒷북치는 것 같아 좀 그렇지만
안나가 정말로 용기있는 캐릭터라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다.
1탄에서도 언니 엘사를 지키기 위한 안나의 행동이 꽤나 용기있고
진취적인(?) 여성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2탄에서의 안나는 정말로 대단했다.
(스포 주의!!!)
중간 내용 중에
엘사가 죽은 것으로 오해한 안나가
어두컴컴한 동굴 속에서 부르는 노래가 있는데
그 가사가 정말로 대단했다.
안나는 사랑하는 언니인 엘사가 죽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길을 잃어버렸고 희망이 사라졌다며 절망하는데
그러다가 머릿속에서 속삭이는 작은 목소리가 자신에게 말한다고 한다.
그 목소리는 바로
But you must go on 그렇지만 넌 계속 가야만 해
And do the next right thing 그리고 당장 해야 할 일을 해
와우~~!!!!!!!
지금 내 감정은 절망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어도
해야할 일을 하라는 내면의 목소리에
안나는 자신을 일으켜 세워
해결되지 않은 일을 처리하러 길을 나선다.
나는 그 장면에서
정말로 놀랬다.
요즘
'감정이 태도가 되지 않게' 라는 문구가 이곳저곳에서 보이는데
이 안나의 행동이야말로
감정이 태도가 되지 않는 모습의 표본같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일단은 해야할 일을 하는 것!
왜냐하면 우리는 일상을 살아야하기 때문이다.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해야할 일은 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그렇게 해야할 일을 하고 보니
안나의 행동이
엘사도 살리게 되고,
아렌델 사람들(자기 왕국 사람들)도 살리게 되고,
모든 것이 다 연결되어 해결된다는 스토리였다.
진짜 주인공은 엘사가 아니라
안나였다.
엄마야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조차 나에게 깨달음을 주시네
나는 그냥 맨날 엘사 언니한테 놀아달라는
떼쟁이 동생으로 안나를 기억했는데
아니었다.
(아니, 가만히 생각해보면 1탄에서도 엄청 용기있는 캐릭터였는데
왜 이렇게 이상하게 기억하고 있었지??)
그녀는 자신의 삶을 이끌어나가는
대단한 뚝심을 가진 인물이었다.
오케이
안나님의 말씀, 명심 명심!!
Just do the next right thing 그냥 당장 해야 할 일을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