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끈한 아궁이처럼 오래오래 지속되는 열정을 가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by 사춘기 엄마

요즘 나를 위해 하는 소소한 착한 일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쓰레기 줍기


아침에 강아지를 산책시키면

반드시 강아지는 모닝똥을 싸는데

그 똥을 담은 비닐을

아파트 쓰레기장에 있는 공용 쓰레기봉투에 버린다.


그때 그 주변에 떨어져있는 쓰레기를 주워서 버리는 것이

소소한 즐거움이다.


그 행동은 타인을 위한 행동이 전혀 아니다.

오로지 나를 위한 행동이다.


쓰레기 수거장이 깨끗하면

내 기분이 좋으니까.


나는 이기적인 인간이라

나밖에 생각하지 못하므로

이 일도 나를 위해 한다.


쓰레기를 줍고 나면 내 기분이 좋으니까.


쓰레기장이 깨끗해서

다른 아파트 주민들도 기분 좋다면

그건 덤이라고 생각한다.


기분 좋은 사람이 늘었다면 뭐 그래도 좋고, 아니어도 뭐 상관없고.


왜 쓰레기를 줍기 시작했냐하면

사실 강아지를 데리고 이곳저곳을 산책하다보면

길거리에 쓰레기가 정말 많이 버려져 있음을 매일매일 보게 된다.


볼 때마다 기분이 안 좋다.

다 치워버리고 싶은데

그 쓰레기를 산책 동안 이고지고 다닐 생각이 없기 때문에

하지 않는다.


산책 끝자락에는 다리가 아픈 강아지를 안고 걸어야하므로

쓰레기 무게까지 늘릴 수 없다.

그러면 너무 힘들어서

그 다음날 산책가기가 싫어지게 되니까.


그렇게 무리하게 되면

강아지도 좋아하고,

나도 좋아하는 산책이 너무 무거운 일이 되버려서

하기 싫어져버리게 되니까.


너무 힘들면 안된다.

적당히 힘들어야 매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내 마음이 가는대로 행동하기로 마음 먹었다.

하기 싫으면 안 하는 거다.

대신 내가 하고 싶으면 어느 누구가 말려도 할 것이므로.


그래서 쓰레기장에 강아지 똥봉투를 버릴 때

그 주변의 쓰레기를 줍는 것으로 타협을 보았다.


아주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힘들지도 않고,

즐겁게 할 수 있으니까.


최근에

김금희 작가의 대온실 수리 보고서라는 책을 읽었다.


책 내용 중에

이런 대화가 오간다.


주인공과 주인공 친구의 딸이 나누는 대화인데

주인공이 이렇게 말한다

"너무 마음 아파하지는 말자, 너무 마음이 아프면 외면하고 싶어지거든. 너무를 조심하자고.'


너무 애를 쓰다보면

빨리 지치게 되고

더이상 마음을 쓰고 싶지 않아질 수 있으니까

'너무' 감정적으로 치우치지 않게 살아야겠구나

생각하게 된 문장이었다.


항상 급한 성격탓에

내 마음과 열정을 한꺼번에 쏟아버리는 바람에

끓는 냄비가 확 식어버리듯

번아웃이 온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내 마음을 살펴보니

아직도 그 일을 좋아하고 있고

가치있게 생각하고 있는 내 마음을 발견하게 되었다.


발도르프 교육 철학이 그러했고,

지금까지 배워왔던 모든 것들에 대해.


그래서 요즘 루돌프 슈타이너의 철학이 담긴 책들을 다시 읽고 있다.

책을 다시 읽다보니

예전에는 보지 못했던 행간의 의미가 좀더 손에 잡히는 듯 해서

무척 재밌다.

(예전에는 내용이 너무 어려워서 뜨문뜨문 읽고 넘겼었다.)


이제는 그러지 말자.


확 불타오르는 장작불이 아닌

은근하게 계속 타오르는

아궁이 불처럼

내 열정을,

내 사랑을,

오래오래 뜨끈하게 유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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