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단계 영업을 이렇게 했다고??? 놀랠 놀자다.
나는 학교를 그만 두고
다단계 판매업을 하게 되었다.
온전히 내 선택이었다.
가끔씩 아빠는 나보고
또라이라고 한다.
왜냐하면 내가 항상
그들이 보기에
이상한 일을 벌이기 때문이었다.
최근에는
초등학생인 딸이
내 머리를 잘라주고 싶다고 해서
어차피 집에 있는 거
한번 해보라고 했다.
강아지 털 미용해주는 가위로
머리를 싹둑싹둑 짧게 잘랐다.
당연히 머리스타일은
쥐파먹은(?) 스타일이 되어서
미용실에 가서
한번 다듬어야 했다.
미용실 원장님이
아이가 해보고 싶어한다고
머리를 정말로 이렇게 잘라온 사람은
처음 본다며
놀라워했다.
(그렇게 특이한가?)
나는 항상 새로운 일,
특히 내가 어려워하거나
겁내하는 일을
과감히 도전하고
해낼 수 있어야
인생을 올바르게 사는 거라고
믿는 신념이 있었다.
(이 생각은 지금도 맞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대학생 때는
나 홀로
유럽으로 두달동안 배낭여행을
떠난 적도 있고
(혼자 여행하는 것을
두려워했었기 때문에
과감히 실행)
오토바이 타는 게
너무 무서웠지만
그래도 도전
(오토바이 이야기는 후에 하겠다.)
오토바이 사고가 한 번 있었음에도
이까짓 거 이겨낼 수 있어! 하면서
지금도 타고 다닌다.
그래서 우리집에서 나는
자타공인 또라이로 불리고 있다.
나는 장사꾼이 되어보고 싶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유능한 장사꾼.
내가 생각했을 때
가장 어렵고
나에게 없는 능력이라고 하면
바로 장사꾼의 마인드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험한 세상을 사려면
어떤 능력이던 다 갖고 있어야 해!!
못 하는 게 아니라
안 할 수 있으려면
내가 가장 자신없고
내게 가장 어렵다고 생각하는 일을 해보자!!
이왕 학교도 나온 거
어떤 일이든 다 할 수 있잖아!!
해서 한 일이 다단계 판매일이었다.
실제로는 친언니가
먼저 그 일을 하고 있어서
자연스럽게 접한 것도 있었다.
그런데 나는 무모함도 갖추고 있지만
의심도 많아서
언니가 가져다준 자료는
하나도 안 읽고
(아마도 언니는 세뇌당했을 테니까!)
내가 직접 도서관에 가서
이런저런 자료를 찾아보고나서
결정내린 일이었다.
내가 선택한 다단계 회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다단계 회사로
내가 전혀 몰랐던 세상에 대해
알아가는 게 꽤나 재밌었다.
또 결정적으로
이 회사 물건을 팔아봐야 겠다고 생각했던건
그때 당시 내 몸 컨디션이 매우 좋지 않아서
영양제를 먹고 있었는데
영양제를 만드는 재료가 중요하다며
친환경 농업을 실천하고 있는 회사라는 점이
내 이목을 끌었다.
학교를 나오기 전
3년 동안
나는 발도르프 교육에 대해
공부하고 있었는데
그 교육 사상에 매우 심취해있었다.
하지만
공부해야 하는 내용이
엄청나게 많았는데
그중에서도 친환경 농업에 대해
배운 적이 있다.
진짜 땅의 힘으로 농사를 지으려면
한 해 농사를 지은 후
3년은 밭을 쉬게 해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야 땅에 영양가가 생겨
그 땅에서 재배되는
작물에 영양가가 높아진다는 것이었다.
(인위적인 비료 없이)
그러한 내용을 알고 있었는데
그 다단계 회사가 그렇게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고 해서
내 마음을 움직였다.
나는 이상적인 것을 추구하기도 해서
현실에서 이루기 어려운 것을
실제로 해내는 것을 보면
마음이 끌린다.
그래서 발도르프 교육도
다단계도
다른 사람은 저게 뭐야,
다 그것이 그것이야, 하는데도
내게는 이상적인 그 무언가기
나를 움직이게 만들었다.
그래서 바로 실행.
나는 선생님이었기 때문에
설명 하나는 기가막히게
잘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교사 마인드로
제품에 들어간 성분이 무엇이고
이 성분이 어떻게 재배되어서
어떤 제조과정을 거쳤는지
이런 것을 알아가고
설명하는 게
너무너무 재밌었다.
친환경 농법이 어쩌고저쩌고
유통과정이 핵심이라는 둥 어쩌고저쩌고
나는 이런 이야기가
너무 신기하고 재밌었는데
다른 사람들은 재미가 없나?
왜 질문을 안 하지?
이거 좋아요, 써보세요,
이 말은 죽어도 안 나왔다.
장사꾼이 되어보려고 했는데
내 신념에 맞지 않은 일은
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문제는
나만 재밌었다는 것이다.
내 설명을 듣는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건지
어리둥절해했다.
설명을 쭉 하고 나서
저는 다 설명해드린 것 같네요,
인터넷으로
더 알아보시고
필요하시면
앱 들어가셔서
알아서 주문하셔요~
하고 돌아왔다.
내 알고리즘 상
무언가를 누가 이야기해주면
저게 사실일까, 아닐까
검증하는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에
나는 다른 사람들도
그러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이 물건을 써보니까 좋았다고 해서
모든 이에게 좋을까?
나한테는 좋을 수 있지만
남한테는 안 좋을 수도 있지 않은가?
왜냐하면 사람은 다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내 마인드는
장사꾼으로서는 꽝이었다.
나는 선생님 마인드를
아주 강하고 갖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만난 사람들은
대개 40대, 50대 어머님들이었는데
어머님들께 이러한 이야기를 해드리면
자기야, 그런 얘기는 됐고,
들어봐, 우리 아저씨가 말이야
어쩌고저쩌고,
본인의 가정사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닌가!!!
아니, 잘 모르는 사람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셔도 되나????
나는 아주머니들의 문화에 대해
너무 무지했던 것이다.
자기 예전에 초등학교 선생님이었다며~,
자기는 똑똑해서 그런 이야기가 재밌을 지 몰라도
나는 몰라, 알아서 주문해줘~~
아니 내가 어떤 사람이지 알고
나보고 알아서 해달라는 것인가???
내 입장에서는
도대체가 이해가 안 되는
아주머니들만의 방식이 있었다.
2-3시간동안
시댁 이야기,
남편 이야기,
자녀 이야기,
어느 식당이 맛있더라,
누가 이랬다네 약간의 흉보기,
더 놀라웠던 건
남편과의 성생활 이야기를
하신 분들도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놀랄 일도 아니었는데
그때의 나는 참 순진했었다.
나는 잘(?!!!) 설명해드리고 싶었는데
내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는 사람이 없었다.
(당연한 것 아닌가!!!)
나는 또 내가 익숙한 방식으로
일을 했다.
알고리즘을 돌려보자.
말로만 설명하니까
재미가 없어서 그런 건 아닐까?
그럼 이미지를 보여주자.
(안돼! 하지마! 그들이 원하는 건 그런게 아니야 바보야!!)
나는 PPT를 만든 후
그 출력본을 가지고 가서
아줌마들에게 보여드렸다.
아줌마들은 더욱 질색하시면서
이런 거 나는 몰라~,
자기야 일단 내 얘기 들어봐~!
아 이것도 아니군,
정말로 그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는
그들이 질문할 때 해주면 되는데
그들은 나에게 거의 질문하지 않았다.
(당연하지! 뭔가 강매하는 것 같은 상황을 누가 좋아하겠어!!)
오케이, 설명하지 말라는 거지?
알겠어.
그래서 나는 그녀들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그녀들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신기하고 재밌었다.
오~ 이런 일도 있군요,
어머! 그다음에는 어떻게 하셨어요?
나는 꽤 괜찮은 리스너였다.
하지만 문제는
시간이 흐르면서
그 얘기가 그 얘기였고
흥미가 점차 떨어지자
그녀들을 만나고 싶지 않아졌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그녀들의 이야기를 들어줬을 뿐인데
매출은 잘 나왔다는 것이다(!!!!)
그녀들은 내가 참 좋은 사람이라고 했다.
(뭘 보고???)
아 이런 게 방문판매 인가?
만약 이게 판매라면,
나는 오래 못하겠다.
재미가 없었다.
매출이 잘 나오니
나는 몇 번 무대에 올라
제품강의를 할 기회가 주어졌다.
너무 신났다.
PPT를 준비하고
이렇게 설명을 해볼까,
저렇게 설명을 해볼까.
그 준비하는 시간이 너무나 재미었다.
그렇게 몇 번 강의를 하고나자
그녀들을 더 만나기 싫어졌다.
그때 알았다.
나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것보다
내가 말하는 걸 무지무지 좋아하는
사람이구나!!
그래서 초등학교 선생님도 맞지 않았구나!!! 라는 걸.
무슨 말이냐하면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1-2시간씩 설명을 하면
아이들의 흥미는 바로 식어버린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에게 길게 주절주절
설명하지 않으려고
각고의 노력을 해야 했다.
일방적인 강의만큼
초등학교 수업에
알맞지 않은 것도 없다.
항상 내 주둥이를 단속해야했기 때문에
수업이 끝나면 입이 근질근질해서
옆반 선생님한테 가서,
교무실에 가서
그렇게 수다를 떨었었다.
하지만 그때뿐이지
내 마음은 공허해져갔다.
이게 아닌데 하면서.
그래서 다단계 영업도 그만두었다.
실행하는 것도 빠르지만
그만 두겠다는 판단이 서면
그만 두는 것도 빠르다.
이러한 경험이 쌓이면서
나는 좀더 유연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고
확신한다.
좀 또라이같은 방법이긴 하지만.
나를 만났던 그녀들이 잘 살았음 좋겠다.
나는 전혀 강매를 할 생각이 없었지만
그녀들 중 강매를 당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내 돈 쓰면서 기분 찜찜하게 산 제품이
마음에 들리가 없다.
본의아니게 민폐끼친 점 사과드립니다.
잘 사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