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 짓지 말고 살어!!!

도덕성 발달은 어떻게 시키는 거야???

by 사춘기 엄마

지난번에 쁘나가 나에게

"엄마는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뭐야?"라는 질문을 했었는데

생각해보니

그 질문을 쁘나에게는 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

어제 쁘나에게 물어보았다.


"쁘나야, 너는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무슨 말을 하고 싶을 것 같아?" 하자

쁘나의 대답이 굉장히 재밌었지만 여러 가지를 생각케 했다.


쁘나 왈

"죄 짓지 말고 살어!!"


앜ㅋㅋㅋㅋㅋㅋ

"아니, 왜 마지막 말이 그거야?" 라고 물어보자

쁘나 왈

"이것 밖에 생각이 안 나는데?" 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평소 쁘나를 잘 알고 있는 엄마 입장에서

처음에는 너무나도 웃겼지만,

이 대답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

조금 곰곰이 생각해봐야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평소 쁘나는 준법 정신이 너무나도 투철해

길을 걷다가 내가 실수로 작은 쓰레기라도 흘린다 치면

내게 "엄마 이거 떨어뜨렸어!!!"라며 화를 낼 정도로

사회 규범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어린이이다.


그러한 규범적 태도는

학교생활에서도 드러나는데

집에서는 까불거리는 쁘나가

학교에서는 아주 모범생처럼 행동한다는 것도

이러한 쁘나의 타고난 기질적 특성이 발현된 모습일 것이다.


아이가 준법 정신이 투철하면 좋은 거 아닌가요? 할테지만

속내를 살펴보면 그렇지 않다는 게 문제다.


도덕 발달과 관련하여 유명한 학자인

콜버그가 인간의 도덕발달과 관련하여

6가지 단계를 제시하였는데


아주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인간이 도덕적 행동을 하는 이유가 각 단계별로 다른데


1단계는 남에게 혼나기 싫어서

2단계는 무언가 보상을 받고 싶어서

3단계는 남이 좋아하니까

4단계는 규칙이니까

5단계는 남을 배려하기 위해서

6단계는 자신의 양심에 따라서

도덕적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단계가 올라갈수록 도덕적으로 성숙한 사람이라는 건데

지금 쁘나가 취하고 있는 태도는

얼핏 보면 4단계, 사회 규칙이니까 지켜야 해!!라고 볼 수 있으나

실제로 쁘나와 대화해보면 그렇지 않다.


쁘나가 규범적으로 행동하는

가장 강력하고도 유일한 이유는

선생님께 혼나기 싫어서 라고 했다.


평소 쁘나의 예민함을

남편도 나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큰 소리로 쁘나를 혼낸 적이 없었다.

무언가 크게 잘 못 하는 일도 없을 뿐더러

(누군가는 참 육아가 쉬웠겠네요 하지만 다른 부분에서 엄청 어려운 아이다.)

잘 못 한 일에 대해서도

다음번에는 이렇게 하세용~~ 하고 말하는 식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유치원이나 학교를 가면서

다른 친구들이 선생님한테 혼나는 모습을 보면서

극도의 공포감을 경험한 쁘나는

자신이 그러한 상황에 처하지 않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기 시작했다.


선생님에게 혼나지 않기 위해

쁘나는 모범생처럼 행동하기 시작했으며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외부생활을 하는데 쏟았다.

그로 인한 피로감과 짜증은 당연히(?) 우리에서 풀기 시작했다.


우리는 쁘나가 얼마나 집 밖에서 에너지를 쓰고 있는지를 알기 때문에

그 짜증과 예민함을 다 받아주어야 헸으니

어떤 면에서는 정말로 다루기 힘든 아이였다.


하지만 점차 학교생활도 고학년이 되면서

혼나는 공포에서 점점 벗어나는 듯 했는데,

이제는 사회 규범을 지키지 않으면

경찰관에게 잡혀가서 벌을 받을지도 몰라,

나쁜 짓을 하면 큰 벌을 받을 거야 라는

또다른 공포심이 생겨

최근에는 죄를 짓는 것에 대해 무척이나 예민하게 반응하게 된 것이다.


그에 더해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에 대해서도

예민해져서

가령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나올 때

쁘나가 내게

"엄마, 방금 전에 식당에서 좀 목소리 크게 말한 거 알아?" 하며

나를 퉁주는 것이 아닌가!


"아니야, 별로 크게 말 안 했어~~" 해도

쁘나는 "엄마 목소리 진짜 컸거든!!" 하며

나를 혼낼 정도다.

(나는 정말로 억울하다.)


유튜브 영상을 보는데

아주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님이신

조선미 교수님께서

식당에서 뛰어다니는 아이에게는 부모가 아주 단호하게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야! 라고 훈육하라고 말씀하시는데

교수님! 우리 아이는 제발 좀 뛰어다녀봤으면 좋겠어요!!

라고 말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진짜로 식당을 뛰어 다니라고 하는 게 아니다.)


타고난 기질과 경험들이 누적되어

어렸을 때는 선생님,

이제는 경찰관이나 어떤 법적인 처벌 등등등

누군가에게 혼나기 싫어서

준법을 지키려는 쁘나의 태도가 너무 경직되어 가고 있다는 점을 알고 나니

쁘나의 도덕 발달을 좀 자극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콜버그가 말한 도덕 발달 단계에서

1단계는 어린 유아에게서 발견되는 단계인데

초등학교 고학년인 쁘나가

아직도 계속 1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건

금 생각해봐야 할 문제였던 것이다.


나 또한 항상 생각하는 것이

내가 지금 도덕적 행동을 선택하는 건

콜버그 선생의 몇 단계에 해당하는 걸까를 가끔 생각하는데

적어도 나이가 들면 점차 단계가 올라가야지 그럼그럼,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쁘나가 계속 1단계에 머무르면서

혼나기 싫다는 두려움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면

이 또한도

건강한 발달이라고 보기 어려울 것이다.


콜버그 선생도

대개의 사람들이 3단계나 4단계에 머무른다고 주장했지만

좀더 높은 수준으로의 발전을 목표로 하는 것이 나쁠리가 없다.


그 다음 단계로 발전하기 위해

쁘나를 어떻게 자극해야할까 고민이 되는 아침이었다.


어휴

육아가 이렇게 어렵습니다요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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