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지역 사회에서 하는 연수를 들으러 갔다가
대학교 때 같은 과였던 동기를 만났다.
그녀는 근처 초등학교에 근무하고 있다고 했다.
요즘 어떻게 사냐고 물어보는 질문에
올해 일을 쉬고 있다고 했더니
그녀는 학교로 알바나(?) 다니라고 내게 충고하기 시작했다.
나는 올해는 일을 쉬기로 했다고 이야기했는데
그녀는 갑자기 당황스러운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동기들끼리 만나면
죽지 못해 일한다,
다음 생에 태어나면 다시는 이 일을 안 할거다, 라는
말만 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순간적으로 우리 이야기를 누가 듣고 있진 않나,
주위를 둘러 보게 되었다.
연수 중간에 잠깐 쉬는 시간이라
우리 주변에 자기 자리에 앉아 쉬고 있는 사람들은
조용히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제발 우리의 이야기를 듣지 않았기를 바라면서
그녀의 이야기를 다른 방향으로 틀었다.
아,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싶었다.
요새 간간이 세간을 떠들썩하게 하는 교사 자살 사건이라던지,
너무나도 비상식적인 학부모님들의 민원이라든지,
교사 일이 힘들다는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어떤 일이든 힘들지 않은 일은 없다.
그리고 정말로 그렇게 힘들고, 괴롭고, 지옥같다면
그만 두고 자신이 원하는 일을 찾아 하면 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나 또한 학교를 나왔던 것이고.
더군다나 내가 간 연수는 2시부터 5시까지 진행되는 수업으로
그녀가 이 시간에 이 연수를 들으러 왔다는 것은
학교에 조퇴를 내고 나왔다는 것인데 (조퇴든 출장이든 상관없는 이야기다.)
그것도 일주일에 3번 들어야 하는 강좌를
학교 선생님인 그녀가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든, 그 이유가 뭐든
학교를 빠져나와 수업을 들으러 올 수 있을 정도로
자유를 가진 그녀가
죽지 못해 학교를 다닌다고,
주위 사람들이 듣든 말든 이야기한다는 것이
나는 무척 당황스러웠다.
그 시간에 수업 준비를 할 수도 있고, (수업 준비를 하는 선생님이 얼마나 많은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들 상담 준비를 할 수도 있을터다.
교사 생활이 정말 싫다고 생각하는 선생님께
내 아이가 가르침을 받아야 한다면,
나는 단연코 싫다.
자기 일에 대한 자부심은 남이 부여해주는 것이 아니다.
본인 스스로 자기 일에 대한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제아무리 좋은 직업이라도 본인이 싫으면 싫은거다.
그 일을 그만두지 않고 계속 할 거라면
자기 스스로 그 일에 대해 전문가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좀더 능동적이면서도 자주적으로 그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교 선생님들이 업무도 많고, 아이들 가르치는 일도 힘들다는 것,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일을 내가 하기로 한 이상,
기쁘게, 즐겁게, 본인이 보람을 느낄 수 있는 방향으로 일을 끌고 가야 한다.
개인 내적인 문제라면 개인 상담을 받던지 해서
방법을 찾아야 한다.
더군다나 교사라는 일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 아닌가.
사람을 상대하는 일인데
선생님이 '너희들 정말 미워, 나는 이 일이 정말 싫어.'
이런 마음가짐으로 일한다면
그 에너지가 아이들에게 전달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인가?
정교사로 공립학교 생활도 해봤고, 기간제 교사 일도 해봤고, 보결 교사 일도 하면서
여러 선생님들을 만났다.
정말 열정적으로 아이들을 진심으로 가르치는 선생님도 만나 봤지만
하루하루 시간 때우기 식으로 의욕을 잃고 근무하는 선생님들도 많이 보았다.
선생님들의 권위를 스스로 깎아먹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사회가, 학부모가, 선생님들로부터 교권을 빼앗아 간다고 하는데
교권은 교사 스스로 지키고, 발전시켜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교사 한 명, 한 명이 성실하게 일하고,
아이들에게 진심을 다하는데
그 누가 그 교사의 교권을 빼앗을 수 있단 말인가.
이런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다.
수업 준비도 열심히 하고,
아이들 상담, 학부모 상담도 열심히 했는데
오히려 어처구니 없는 민원을 받아서
열의를 잃어버렸다는 교사의 이야기였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 사람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건가 싶었다.
본인이 열심히 했는데
남들이 인정해주지 않으니
뿌엥~~~, 나 다 안 할거에요,
열심히 해봤자 저 칭찬도 안 해주시고, 인정도 안 해주시잖아요,
그럼 열심히 할 필요가 없어요,
이런 이상한 논리를 피면서
본인의 무의욕에 대한 변명을 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런 핑계는 말도 안 되는 변명이라고 생각한다.
왜 남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면, 칭찬받지 못하면
열의가 떨어지는지 본인 스스로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그리고 도대체 왜 선생님이 되고자 했는지부터 점검해야 한다.
아이들에게 어떤 선생님이 되고 싶은지,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건지,
어떤 모습을 아이들에게 본보기로 보여줄건지,
아이들은 다 보고 있다.
선생님의 모든 것을.
교권이 추락한 세상이라고 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교권이라는 것이 추락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그렇게 함부로 말하는 사람들만이 있다고 생각한다.
아직도 대다수의 학부모님들께 선생님은 어려운 존재고
아이들은 선생님의 가르침을 받아 성장하고 꿈을 키운다.
선생님들 스스로 자부심을 갖고 일하길 바란다. 진심으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