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다.
며칠 전 잠자기 전에
방의 불을 모두 다 끄고 눕게 된 적이 있었다.
잠자려면 당연히 불을 다 꺼야 하는 거 아니야? 하겠지만
쁘나는 어렸을 때부터 어둠을 무척 무서워해서
우리는 12년동안 한번도 불을 다 끄고 잔 적이 없다.
항상 수면등이나 작은 조명들을 켜고 자야해서
처음에는 밝은 불빛 때문에
도대체 잠을 잔건지, 안잔건지, 모를 정도로 피곤했었지만
사람은 적응의 동물 아니던가.
물건 욕심이 많은 쁘나는 전등마저도
이 모양, 저 모양, 희안한 모양의 전등을 사달라고 해서
우리 집에는 여러 가지 모양의 수면등이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그저께 전등을 끄고 수면등도 안 켠 상태로(컴컴한 방안 상태로)
쁘나랑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잠들었는데
잠들기전 '어라? 쁘나가 어둡다고, 빨리 불 켜라고 안 하네?'
이걸 쁘나한테 말할까 말까 하다가 그냥 잠에 들었다.
남편도 그 변화를 눈치챘을까 싶어
"여보, 어젯밤에 우리 불 아예 다 끄고 잔 거 알아?" 하자
남편도
"어, 알았어, 쁘나가 이제 불 다 꺼도 안 무섭나봐." 라고 대답했다.
옆에서 밥을 먹고 있는 쁘나한테
"쁘나야, 너 어제 불 안 켜고 잔 거 알아?" 하자
쁘나는 시큰둥하게
"그랬나~"한다.
원체 예민하고 불안도가 높은 아이로 태어나
전혀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우리를 들들 볶아댔던 쁘나가
이제는 커서
밤에 불도 다 끄고 자는 날이 오다니.
감격스러웠다.
기다려 주다보니 이런 날도 오는구나~
그래서 어젯밤, 잠들기 전 불을 끄면서
"쁘나야, 오늘도 불 다 끄고 잘까?"하자
쁘나는 내게 소리를 꽥 지르며
"조명 빨리 켜줘!!!" 한다.
한 번이 두 번 되고, 두 번이 세 번이 되는 거지 뭐.
스타트는 끊었다 이말이야~
조금만 더 기다리다 보면
이제 어둠도 무서워하지 않는 쁘나가 될 거라는 걸 알기 때문에
"그래~, 조명 키고 자자~~" 했다.
불 끄고 자기까지 12년 걸리다니
너도 참 대단하다 싶으면서도
이렇게 성장해가는 아이를 보니
마음이 뿌듯하고 기쁘다.
기다리다 보면 다 이뤄진다.
부모님들이여,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주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