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을 사랑했었네
미라클 모닝을 시작한 지 한 달이 되었다
미라클 모닝을 시작한 지 4주 차가 되었다.
목표는 10시에 취침하고 5시에 일어나는 것이었는데 5시에 일어난 시간은 손에 꼽는다.
10시에 딱 맞춰서 잠든 적도 별로 없다.
어느 정도 타협해서 늦게 일을 마치고 운동까지 하는 날은 11시에 취침, 그런 날은 6시에 일어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찍 일어나는 것보다 11시 이전에 잠드는 것이 너무 어렵다.
그래서 이 전에는 미라클 모닝을 시도할 생각도 하지 않았다. 밤에 하는 재미난 프로그램이 너무 많고 눈뜨면 출근인데 새벽까지 미적대는 그 시간이 없다면 삶이 출근해서 하는 일과 해야 하는 일들 그 두 가지로만 꾸려지는 것 같아서 밤의 유희를 포기할 수 없었다.
밤의 고요와 적막함을 좋아하는 것도 미라클 모닝을 할 수 없는 또 다른 이유였다.
우리나라처럼 밤 이벤트가 많은 나라에 살면서 그 이벤트에 실시간으로 동참하지 못하고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야 밤새 이런 재미난 일들이 있었구나 하고 뒷북을 치는 건 뭔가 손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급하지는 않지만 나에게 중요한 일들을 밤 시간에 하는 걸로 미뤄두니, 정작 그 일들에 착수하려는데 걸리는 시간이 너무 길었다. 육체노동을 끝내고 난 후의 보상심리로 10분만 30분만 1시간만 쉬자고 외치다가 계획한 일은 매번 다음 날로 미뤄지고 새벽 2시까지 잠들지 못하다가 그다음 날은 출근 준비가 빠듯한 시간에 일어나서 헐레벌떡 하루를 시작하고 찜찜하게 잠자리에 드는 나날이 쳇바퀴처럼 반복되었다.
아무리 다짐해도 이런 패턴이 반복되자 내가 밤에 하고 싶은 건 영어 공부나 독서 글쓰기가 아니라 여유롭게 야식을 먹으면서 재미난 유튜브 영상을 보고 넷플릭스를 보는 것이었음을(밤 체질이 아닐 수도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머리를 굴려 시간을 덧셈 뺄셈 해 봐도 일찍 일어나서 한 시간이나 두 시간 정도 하고자 하는 일을 하는 것 밖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어 보였다. 그래서 그 악명 높은 미라클 모닝에 나도 동참하게 되었다.
한 달이 지난 지금 결과는? 대만족까지는 아니지만 대체로 만족스럽고 시작하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비록 내가 원하는 시간에 딱딱 잠들고 벌떡 일어나진 못했지만 적어도 한 시간이라도 아침 시간에 하고 싶은 일들을 할 수 있었고 그렇게 하루를 시작하자 그 뒤의 시간들로 좀 더 제대로 보내고 싶다는 욕구가 그날 하루의 관성처럼 계속 이어졌다.
사랑하는 밤과 새벽을 포기한 대가가 생각보다 고통스럽지는 않았다.
30년 넘게 나는 밤을 사랑한다고 외쳤는데 한순간에 밤에 대한 사랑을 저버렸는데 아무런 후유증이 없다니... 밤이 알게 되면 거참 인간이란 간사하구먼 하고 혀를 끌끌 찰지 모르겠지만 나는 밤을 변절한 대신 이른 새벽에 대한 새로운 짝사랑을 시작했다.
창문을 활짝 열고 새벽의 찬 공기를 천천히 마신 후 재빠르게 이를 닦고 화분에 물을 주고 차를 한 잔 내린 후 시작하는 하루
밤의 적막함 만큼이나 새벽의 고요도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