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글쓰기 모임 '지음'

함께 지음

by 만돌

키워드 '그가 나타났다'


그가 나타났다. 마주치지 않았으면 했던 그가 오늘의 내 짝이었다.


내가 참여하는 독서 모임 이름은 ‘참회’다. 참외 아니고 ‘참회’. 정기 모임은 한 달에 한 번, 작가 초청 강연은 세 달에 한 번 있다. 작가 초청 강연이 있는 날은 제비뽑기를 통해 두 사람이 한 쌍을 이뤄 미리 작가의 책을 읽고 준비한 질문에 문답하는 시간이 있다. (국가에서 예산 지원을 해주는 모임이다. 저출산 국가이다 보니 출산율 증가를 위해 아마 사업 담당자가 몰래 귀띔해 만들어진 콘텐츠 같다) 매번 이성과 짝이었지만 오늘은 재수 없게도 남자와 문답해야 했다. 근데 이 남자 어디서 많이 봤다.


아니나 다를까 내가 생각했던 그가 맞았다. 최진성, 내 절친이자 학창 시절 주변 동네에서 모두가 알아주는 인싸였다. 하지만 그는 오해로 인해 나에 대한 헛소문을 퍼뜨렸고, 내 주변 사람들은 모두 나를 떠나갔다. 진성은 내게 사과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자신의 안위를 위해 끝끝내 사과를 미루었다. 학창 시절에는 가족만큼, 아니 어쩌면 가족보다 소중히 생각하는 게 친구 관계인데, 그날 내 인생은 무너져 내린 것만 같았다.


30대가 된 지금도 나는 진성과 문답할 마음이 없어 작가의 책만 뚫어지게 쳐다봤다. 진성도 그날 일을 잊지 않았는지 내게 미안하다고 거듭 사과하며 어쩔 줄 몰라 하는 느낌이었다. 오래 지난 일이라 용서하고 싶지만, 당시에 너무 힘들어했던 내가 생각나 쉽사리 괜찮다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답답한 마음에 진성의 사과를 무시한 채 밖으로 나가 줄담배만 피우고 왔다.


책방에 돌아오니 작가의 강연이 시작됐다. 바뀌지 않을 것 같던 마음은 작가의 한마디로 바뀌었다.


“용서를 뭐라고 생각하나요? 제가 생각하기에 용서는 오히려 ‘용서를 구하는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때려죽여도 용서치 못할 일이 있겠지만, 세월이 흘렀을 때 어쩌면 그것도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기 어려울 만큼 우리의 내면도 복잡했던 게 아닐까요? 사고회로가 달라 마음과 마음이 닿기까지 여러 과정을 거칠 수는 있습니다. 이거 하나만 기억해주세요. 더 많이 배웠다는 것은 남을 이해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는 것.”


그를 용서한지 1년, 그가 나타났다. 내 인생 단 한 번뿐인 결혼식 사회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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