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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와의 정원 - 오가와 이토

결국 남는 건 엄마에 대한 사랑과 추억이다

by 구르미

츠바키 문구점을 읽고(듣고) 오가와 이토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과 등장인물에 대한 심리묘사와 진부하지 않은 전개가 마음에 들어 구독 중인 플랫폼에서 오가와 이토의 작품을 찾아봤다.


그러다가 찾은 작품이 '토와의 정원'이었다. 처음에는 츠바키 문구점처럼 잔잔한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읽었는데, 생각보다 음침하고 어찌 보면 호러 느낌도 있었다. 그럼에도 마지막에 밝게 끝나는 걸 보면 역시 빛을 잘 묘사하는 오가와 이토스러웠다.


'토와의 정원' 이야기의 주인공은 토와 라는 여자 아이이다. 토와는 시각 장애인인데, 어려서 엄마와 항상 붙어살았고, 엄마 품의 세상의 전부였다. 그러다가 엄마가 일을 나가게 되고, 혹시나 무슨 일이 생길까 엄마는 '잠자는 숲속의 공주' 약을 준다. 이건 수면제인데 이때부터 뭔가 불안한 느낌이 든다.


토와는 점점 커가지만 엄마는 토와를 항상 집에만 있게 하고, 집을 떠나는 시간도 길어진다. 그 덕분에 토와는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나이가 10살이 다되어도 기저귀를 차고 다니는 약간은 '정글북' 스러운 아이가 된다.


그러다가 결국 사건이 발생한다. 엄마가 집에 오지 않는 것이다. 일주일에 한 번 '수요일 아빠'가 음식을 문 앞에 놔주긴 했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혼자서 뭘 해보지 않았던 토와에게 그 기간은 엄청난 고통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15년을 버티면서 집은 쓰레기장이 되어가고, 결국 나중엔 '수요일 아빠'도 더 이상 배달을 해주지 않게 된다. 엄마가 당부했던 그 누구에게도 기척을 보이면 안 된다는 말에 토와는 집에 완전히 고립된다. 나중에는 먹을 게 없어서 지우개까지 먹으며 버티다가 집 밖으로 나섰고 그렇게 토와는 구출된다.


그런데 구출되고 나서 반전이 일어난다. 토와의 엄마는 집을 나간 것이었고, 외모에 콤플렉스가 있던 엄마는 토와의 눈을 멀게 하기 위해 화학약품을 눈에 넣었다는 것이다. (물론 나중에 아닌 것으로 밝혀지지만)


그렇게 슬픈 이야기로 끝나나 했는데, 그 이후부터는 오가와 이토스럽게 밝게 마무리된다. 친구를 만나고, 사랑도 잠깐 하고, 결국 엄마와는 끝내 재회하진 못하지만 엄마가 자기를 많이 사랑했다는 걸 깨닫고 행복하게 잘 살면서 끝난다. 그래도 만났으면 어땠을까 했는데 작가는 진부해지는게 부담스러웠는 듯 하다.


조금 아쉬웠던 점은 제목에도 나와있는 정원이 큰 역할을 하진 못했던 점이다. 계절의 흐름이나 냄새에 대한 원천이 되는 것이 있긴 했지만, 뭔가.. 제목까지 넣을 정도는 아녔다. 정원에 대한 묘사는 '츠바키 문구점'의 정원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고립된 시각 장애인을 등장시키고 그녀가 느꼈을 고독과 공포와 불안감을 잘 표현했고, 심리적 안정을 위해 마지막에 해피엔딩으로 끝나서 불편하지 않은 마음으로 잠을 잘 수 있게 해 줘서 고마웠다.


또 다른 오가와 이토의 작품을 찾아봐야겠다. 거기에선 또 어떤 이야기를 펼쳐낼까? 확실히 책을 읽다 보면 작가를 따라가는 편향이 생기게 된다. 물론 그러다가 질리면 또 다른 작가를 찾긴 하지만.


나에게 토와의 '정원'처럼 힘들 때 기운을 복 둬주고, 향수를 일으키게 했던 공간이 어디였을까? 이미 재건축으로 사라진 초등학교 때 살던 집? 어렸을 적 외할머니 집? 실제 가볼 순 없지만 그 따뜻함을 떠올리고 싶어 기억을 더듬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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