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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월 차 브린이가 본 '브런치 스토리'

블로그나 SNS와는 다른 신기한 플랫폼

by 구르미

균형이란 말을 참 좋아한다.


언제나 좋은 일만 있을 순 없고, 나쁜 일만 있을 순 없다. 좋은 일이 있다가도 안 좋은 일이 생기고, 안 좋은 일만 있다가도 좋은 일이 생긴다.


불가항력적인 외부 요인 외에도 나 자신도 균형을 찾으려고 한다. 힘들면 쉬려고 하고, 어려우면 해결책을 찾으려고 한다. 그게 당연한 것이라 생각했고, 항상 힘들 때면 나도 어떻게든 해결하든, 해소하는 방법을 찾곤 했다.


힘든 일이 생기면 여행을 가기도 했었고, 운동을 하기도 했었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도 했었다. 가끔은 그냥 아무것도 안 하기도 했었다. 한 동안 무탈하게 평범하게 소소하게 잘 살아오다가 난데없는 불안이 밀려왔다. 원인은 잘 모르겠고, 그래서 해결책도 잘 모르겠었다. 그러다가 이번에 찾은 게 바로 글쓰기였고, 갑자기 떠오른 브런치를 두드렸다.


원래 블로그도 했었지만, 정보 관련 글이 대부분이었기에 브런치는 생소한 게 많았다. 신기했던 점 몇 가지를 리해 봤다.


1. 조회수가 보이지 않는다.

로그는 조회수가 각 게시물마다 바로 뜨는데, 브런치는 라이킷만 뜨고 조회수는 통계로 들어가야 보인다. 진짜 잘 썼다고 생각했는데, 조회수 40이 나오면 참 김이 빠진다. 일부러 마상을 막아주는 걸까?

T스럽게 접근해 본다면, 브런치에 작성되는 글의 종류를 볼 때 자극적인 글이나 정보 글보다는 문학적, 비문학적이더라도 산문적 글이 많기 때문에 알고리즘 스타일로 밀려들어오는 유입이 한정적이다. 누가 자기 계발, 승진, 은퇴 이런 키워드를 검색해서 찾아보진 않으니까. 그리고 브런치 자체도 이용자가 그렇게 많다고 볼 순 없기도 하고. 어쨌든 조회수를 보이지 않게 한 것은 나름 이해가 되고 좋은 선택이었다고 본다. 그 덕분에 흥미 위주의 글이 조금 줄어들 수도 있긴 하니까.


2. 라이킷 인심이 후하다.

영어 관련된 글을 연재 중인데, 누적 조회수가 45회인데, 라이킷이 25회다. 잘 썼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조회한 사람의 절반이 좋아요를 눌렀다고?

이것도 T스럽게 접근해 본다면, 다들 글을 열 때 신중하게 여는 것 같다. 나도 그렇긴 하니까. 더 집중해서 읽기 때문에 더 좋아요를 누를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 같다. 물론 습관적으로 새로운 글이 올라오면 누르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긴 한데, 어쨌든 단순 조회수가 아니라 라이킷이 오르면 작가 입장에서는 기분이 좋다.


3. 댓글에 인색하다.

분명 조회수도 있고, 라이킷도 있는데.. 댓글을 다는 사람은 정말 희귀하다. 좋은 글을 봐도 신기하게 다들 댓글이 적거나 없는 경우가 많다. 왜 그럴까?

내 입장에서는 글 쓸 때 그 사람이 얼마나 고민하여 작성했을지 알기 때문에 섣불리 수정사항이나 의견을 개진하기 어려운 것 같다. 글쓴이에 대한 경외감? 존중?이라고 해야 할까? 내 기준으론 그렇다. 가끔 댓글이 아쉽기도 하지만, 블로그에 달리는 의미 없는, '잘 봤습니다. 제 블로그에도 한번 찾아와 주세요.'라고 하는 영업글보다는 나은 것 같다.


4. 단편글보다는 연재나 매거진이 주를 이룬다.

폰으로 책 한 권을 읽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뉴스 기사던, 글이던 보통 5분 이내의 분량을 읽기 좋아한다. 하지만 작가 입장에서는 5분 정도 분량에 모든 것을 쏟아내긴 어렵다. 브런치 운영진도 그런 생각에 연재나 매거진을 장려하는 듯하다. 한 번에 다 쓰기도 어렵거니와 한 번에 다 읽기도 어려우니까.

나도 연재를 써본 적이 없었는데, 2개의 연재글을 쓰다 보니 규칙적으로 글을 쓰게 돼서 좋고, 한 가지 주제에 대해서 길게 생각할 수 있게 돼서 좋다. 물론 가끔 소재가 생각나지 않으면 안 쓰고 싶은 생각도 들지만, 나중에 더 보완해야지 하며 뼈대라도 쓰려고 하고 있다. 그 덕분에 회차별로 분량 차이가 많이 난다.


5. 50대 이후 작가가 많다.

글은 결국 경험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경험을 기반으로 이야기를 쓰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대부분 은퇴 이후의 생활에 대한 글이 많고, 또 특이한 경험을 기반으로 하는 에세이도 많다. 그와 걸맞은 나이가 50대 즈음이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도 50은 넘지 않았지만, 비슷한 또래이므로 공감할 수 있는 소재가 많아서 반가울 때가 종종 있었다.


아마 1년 후쯤엔 또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브런치가 특이한 공간임에는 분명하고, 지금 나에게 글을 쓸 수 있는 창고가 되어주는 것에 고마운 것도 확실하다. 구독자가 더 늘었으면, 라이킷이 더 올랐으면 하는 기대도 있지만, 결국 내가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이 가장 소중한 것이므로 여기가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내가 쓰고 싶은 글이 아닌 남이 읽고 싶은 글을 써야 하는데, 어쩌다 보니 혼잣말만 늘어놓은 것 같아 조금 뜨끔하긴 하지만, 한번 정리해보고 싶었던 내용을 올리게 되어 마음은 홀가분하다. 1년 후에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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