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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enna Dec 04. 2021

쿠폰, 너라는 개미지옥

- 놓지 마, 정신줄!

 코로나 이후 외출이 뜸해지고 굳이 차려입을 필요가 없어지면서 제대로 된 옷을 살 일이 없어졌다. 그러나 슬슬 단계가 완화되고 모임도 생기는데 거진 2년을 청바지나 트레이닝복으로 지내다 보니  마땅히 외출할 때 입을 옷이 없어 아쉽다.



 재킷이라도 하나 사려고 쇼핑몰을 뒤적이다 보니 예전 자주 입던 브랜드에서 6주년 행사라며 쿠폰을 준다고 한다. 뽑기처럼 하루 한번 여러 종류 중 하나의 쿠폰을 주는데 첫날 10 퍼센트 추가 할인쿠폰을 뽑았다. 좋은 가격에 추가 할인까지 더하니 공짜라도 얻은 마냥 기분이 좋다. 난 재킷이 품절되기 전에 서둘주문했다. 얼마 뒤 도착한 재킷이 마음에 든 나는 사진과 함께 구매평까지 남겼다. 며칠 뒤 구매 적립금이 쌓였다. 만원 가량의 적립금에 용돈이라도 받은 듯 신이 났다. 혹시나 하고 또다시 뽑기를 했다. 오호! 이번엔 10퍼센트보다 더 높은 할인 쿠폰이 당첨이다. 그냥 날려버리기엔 아까워 장바구니에 담아두었던 치마와 바지를 구매했다. 허리가 좀 크긴 하지만 입을 만하다.


 

 난 하루에 한 번씩만 주어지는 뽑기 기회를 놓칠세라 몇 번씩 사이트를 들락거렸다. 방문 횟수와 비례하여 내 장바구니에 담기는 아이템도 하나 둘 늘어갔다. 며칠 뒤 또 궁금한 마음에 뽑기 버튼을 눌렀다. 대박! 이번엔 16만 원 할인이다. 내 손이 금손이라도 된 듯 뿌듯하다. 일정 금액 이상이라는  조건이  붙지만  거의 16 퍼센트 추가 할인이라는 엄청난 혜택. 장바구니에서 그 금액에 맞추어 살만한 아이템을 고른다. 마침내 겨울 코트와 머리띠가 선택되었다. 머리띠를 하는 일은 좀처럼 없지만 가격을 맞추자니 어쩔 수 없다. 그리고 흔쾌히 구매 버튼을 누른다.

 

 코트는 살짝 무거우나 내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난해한 디자인의 머리띠는 이리 대고 저리 대 보아도 영 어색하다. 그래도 거저 얻은 사은품 정도라고 생각해야지 하는 찰나 번쩍 정신이 든다. 머리띠 가격을 제하니 10퍼센트도 되지 않는 할인. 제정신이었다면 그깟 머리띠를 이 가격에 샀을까 싶어 쿠폰에 매달린 내가 한심해진다. 평소 물욕이 많지 않은 편이라 쌓아두는 편도 아니면서 그놈의 6주년 행사 쿠폰에 정신을 놓았다. 알뜰하자고 받은 쿠폰으로 낭비도 이런 낭비가 없는 것이다.


 은 택배 박스가 뻔질나게 드나들 때부터 알아봤다며 혀를 찼다. 난 아직도 머리띠를 썼다 벗었다를 반복해보지만 애초부터 내 얼굴엔 어울리지 않는 것이었다. 슬프게도 딸마저 쓰지 않겠다고 하니 서랍 안 구석에 고이 놓아두는 수밖에. 이유 없는 호의엔 대가가 따르는 법이다. 이번 쇼핑을 마지막으로 당분간 놓았던 정신줄을 다시 당겨오는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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