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외출이 뜸해지고 굳이 차려입을 필요가 없어지면서 제대로 된 옷을 살 일이 없어졌다. 그러나 슬슬 단계가 완화되고 모임도 생기는데 거진 2년을 청바지나 트레이닝복으로 지내다 보니 마땅히 외출할 때 입을 옷이 없어아쉽다.
재킷이라도 하나 사려고 쇼핑몰을 뒤적이다 보니 예전 자주 입던 브랜드에서 6주년 행사라며 쿠폰을 준다고한다. 뽑기처럼 하루 한번 여러 종류 중 하나의 쿠폰을 주는데 첫날 10 퍼센트 추가 할인쿠폰을 뽑았다. 좋은 가격에 추가 할인까지 더하니 공짜라도 얻은 마냥 기분이 좋다. 난 재킷이 품절되기 전에 서둘러 주문했다. 얼마 뒤 도착한 재킷이 마음에 든 나는 사진과 함께 구매평까지 남겼다. 며칠 뒤 구매 적립금이 쌓였다. 만원 가량의 적립금에 용돈이라도 받은 듯 신이 났다. 혹시나 하고 또다시 뽑기를 했다. 오호! 이번엔 10퍼센트보다 더 높은할인 쿠폰이 당첨이다. 그냥 날려버리기엔 아까워 장바구니에 담아두었던 치마와 바지를 구매했다. 허리가 좀 크긴 하지만 입을 만하다.
난 하루에 한 번씩만 주어지는 뽑기 기회를 놓칠세라 몇 번씩 사이트를 들락거렸다. 방문 횟수와 비례하여 내 장바구니에 담기는 아이템도 하나 둘 늘어갔다. 며칠 뒤 또 궁금한 마음에 뽑기 버튼을 눌렀다. 대박! 이번엔 16만 원 할인이다.내 손이 금손이라도 된 듯 뿌듯하다.일정 금액 이상이라는 조건이 붙지만 거의 16 퍼센트 추가 할인이라는 엄청난 혜택. 장바구니에서 그 금액에 맞추어 살만한 아이템을 고른다. 마침내 겨울 코트와 머리띠가 선택되었다. 머리띠를 하는 일은 좀처럼 없지만 가격을 맞추자니 어쩔 수 없다. 그리고흔쾌히 구매 버튼을 누른다.
코트는 살짝 무거우나 내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난해한 디자인의 머리띠는 이리 대고 저리 대 보아도 영 어색하다. 그래도 거저 얻은 사은품 정도라고 생각해야지 하는 찰나 번쩍 정신이 든다. 머리띠 가격을 제하니 10퍼센트도 되지 않는 할인. 제정신이었다면 그깟 머리띠를 이 가격에 샀을까 싶어 쿠폰에 매달린 내가 한심해진다. 평소 물욕이 많지 않은 편이라 쌓아두는 편도 아니면서 그놈의 6주년 행사 쿠폰에 정신을 놓았다. 알뜰하자고 받은 쿠폰으로 낭비도 이런 낭비가 없는 것이다.
딸은 택배 박스가 뻔질나게 드나들 때부터 알아봤다며 혀를 찼다. 난 아직도 머리띠를 썼다 벗었다를 반복해보지만 애초부터 내 얼굴엔 어울리지 않는 것이었다. 슬프게도 딸마저 쓰지 않겠다고 하니 서랍 안 구석에 고이 놓아두는 수밖에. 이유 없는 호의엔 대가가 따르는 법이다.이번 쇼핑을 마지막으로 당분간놓았던 정신줄을 다시 당겨오는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