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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enna Nov 23. 2021

고래 싸움에 바쁜 새우 Ep.1

- 끼 많은 청개구리

 엄마는 재주가 많다. 그러니 공사다망하다. 노래를 잘해 여기저기서 한곡 불러보라며 불러내는 건 흔히 있는 일이고 시낭송으로 전국 메이저 대회에서 대상을 받아 시낭송가가 되었다. 또 언젠가는 취미 삼아 한다던 연극으로 무대에 오르고 연출까지 했다. 그리고 컴퓨터 모니터에 얼굴을 바짝 대더니만 어느 날 수필가로 등단하셨다. 내가 글을 쓰게 된 연유도 서당개 3년, 엄마의 원고를 퇴고하는 걸 도와주면서이다.


 모가수는 노래가 99%의 재능과 1%의 노력이라고 했다. 타고난 예술적 재능, 흔히 끼라고 불리는 것의 절대성을 잘 표현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참으로 중요한 자산이며 감사한 대물림이다. 허나 엄마에게 가장 큰 문제가 나의 친가이자 엄마의 시댁은 이 끼라는 것에 질색을 한다는 것이다. 경상도 제일 끄트머리, 얌전히 인사 잘하고 살림 야무지게 살며 순풍순풍 아들이나 잘 낳아줄 후덕한 며느리가 1순위였던 집안에  충청도 끼 충만한 아가씨가 시집을 왔다. 그게 다가 아니다. 하필이면 고른 것이 종갓집 맏며느리. 뽑기로 치면 꽝도 이런 꽝이 없다.


 우리 엄마, 요즘 말로 할많하않(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 사연 많은 시간을 두고 할머니가 된 지금도 아빠와 줄다리기를 하신다. 승패가 결정되지 않은  연장에 연장을 거듭하는 치열한 게임 중이다.


 엄마는 얼마 전 창원의 제법 큰 대극장에서 연극 공연을 하셨다. 나 또한 아이들과 관람을 했다. 서울에서 연출자가 내려왔다더니 이번 공연은 지난번보다 스케일이 커지고 군더더기가 없어져 눈에 잘 들어오는 것이 성공적이다. 관객들의 박수세례가 이어진다. 딸아이도 할머니를 향해 물개 박수를 보낸다. 공연장 밖, 이미 꽃을 든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 로비에 엄마의 모습이 보인다. 가지고 간 꽃을 안기기도 전에 지인분들이 우르르 엄마에게 모여든다. 엄마가 한 분 한 분 사진 촬영을 하고 나서야 우리 차례가 왔다. 저녁이라도 먹고 가려했더니 우리를 보자마자 엄마는 빨리 집으로 가야겠다고 받은 꽃을 나에게 떠밀다시피 안겼다. 졸지에 내가 여우주연상이라도 받은 것처럼 꽃더미에 묻히고 엄마는 총총히 사라졌다.

꽃다발을 하나로 정리해 인사라도 드리라고 사진으로 보냈다.


 다음 날, 잘 들어갔냐며 전화가 왔다. 통화하는 엄마의 목소리에 힘이 없다. 대충 짐작이 간다. 연극 후 부랴부랴 집으로 달려갔으나 주말 내 연이은 리허설로 집을 비운 엄마 때문에 아빠가 단단히 화가 나셨다고 했다. 그게 무어 그리 화가 나고 역정을 낼 일인가 싶지만 나는 아빠가 아니니 나름의 감정 상하는 지점이 있겠지 할 따름이다.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아빠는 화를 풀지 않으셨다. 사람 많은 데서 코로나라도 걸리면 어쩔 것이냐 난리셨다지만 아빠도 엄마도 나도 모두 알고 있다. 애초에 코로나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래도 엄마는 코로나 검사까지 하고 음성 판정을 받았다. 허나 요지부동인 아빠 때문에 나에게 SOS를 보낸다. 사나흘쯤 지난 지금이 내가 나설 타이밍이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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