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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enna Nov 24. 2021

고래 싸움에 바쁜 새우 Ep.2

- 청개구리는 어쩌다 그리 되었나?

 목요일 저녁, 엄마는 저녁에 올 것인지 확인 전화를 했다. 다행히 큰 아이 수업이 일찍 끝나는 날이다. 난 평생 반대하는 아빠도 이해가 가지 않지만 기어코 나가는 엄마도 어지간하다고 했다. 후환이 두려우면 걸리지 않거나 것도 아니면 감당할만한 뚝심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이도 저도 아니니 매번 곤혹스럽지 않냐고. 또한 상대가 말을 안하면 엄마도 하지 않으면 될 일을 뭐 그리 조갑증을 내냐고 했더니 나처럼 강하지 않아서 그렇다나. 아니 딸은 그렇게 키워 놓고 정작 본인은 꽃길만 가겠다는 심산인가...


 부라부랴 아이들을 챙겨 친정으로 갔다. 보일러도 틀어놓은 집에 감정의 냉기가 느껴진다. 모르는 척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고 저녁 식사를 했다. 이럴땐 분위기 파악 못하는 아들 녀석이 꽤 도움이 된다. 할아버지 옆에 자리를 잡고 휴대폰 게임을 하다 그마저도 지루해지자 할아버지 정수리 사진을 찍어 대머리라고 놀려대니 어이가 없어진 아빠가 웃음이 터지셨다. 그제서야 슬그머니 엄마에게 말을 트기 시작하신다. 이제는 엄마가 토라져 한바탕 퍼붓지만 한 숨 돌리는 안도의 공격이다. 다음 날 여느때처럼 두 분은 어시장으로 함께 장을 보러 가셨다.


 다음 며칠간 엄마는 전화가 없다. 그렇게 밥 먹으러 언제 올 거냐고 바쁜 날 채근하더니만. 농담처럼 "뭐야 날 쓰고 버리는거지?" 이사 간 동생에게 얘기했더니 하루가 멀다하고 친정에서 밥 먹던 본인의 소중함을 알아야한다나.


 집이 좋아 집귀신처럼 지내는 나로서는 왜 그리 집에 있는 것이 갑갑한지 의문이었다. 무엇이 그리 답답해 해야할 일을 만들고 또 만들며 쉼이 없는지. 비슷한 문제로 고민하는 지인들도 넌 어떻게 집에서 그리 잘 지내냐고 한다. 누구도 간섭하지 않는 내 집에서 편히 잘 지내는게 뭐 이상한 일인가. 가만히 살펴 보면 통제하고 본인의 기준에 맞추려고 하는 집들은 상대방이 기어코 나가려 애를 쓴다. 가두려고 하니 역으로 자꾸만 나가고 싶어하는 듯 하다.


상자에 갇힌 청개구리는 언제고 기회만 있으면 도망을 친다. 하지만 풀어둔 청개구리는 실컷 놀다가도 제 편한 자리를 찾아 돌아오게 마련이다. 엄마에게 밤 9시 이전엔 문을 열어주지 않겠다 하면 기어코 집에 있으려 할텐데 아빠에겐 과한 도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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