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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enna Dec 09. 2021

사촌의 사돈도 찾아주는 알고리즘의 세계

 별스타그램을 한지도 7년 정도 된 듯하다.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이나 취미생활 등을 담은 잡다한 주제의 SNS 다. 가끔 인플루언서의 공구에 혹해 화장품 따위를 구매하기도 하는데 나의 눈길을 끈 것이 제주 천혜향. 나무에서 갓 따서 배송되니 얼마나 신선하고 맛있을까. 겨울이면 손끝이 노래지도록 박스를 끼고 앉아 귤을 까먹는 나기에 탐스러운 귤나무  사진들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우선 팔로우를 하고 별스타에 있는 전화번호로 연락을 드린 후 입금을 했다. 바로 다음날 빠르게 배송이 되었다. 두근두근 택배가 오는 날은 내 돈 주고 선물 받는 기분. 박스 테이프를 뜯어내니 역시 나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탐스럽고 싱싱한 천혜향이 푸른 입사귀까지 단 채 옹기종기 들어 있다. 별스타에서 물건을 고를 때 내 나름의 기준이란 것이 너무 상업적인 느낌이 없는 사람 냄새나는 피드를 보는 것인데 다행히 이번에도 대성공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명절이니 주변에 선물로 드릴 것까지 같은 곳에서 한라봉을 예약해두었다.

 


 습관처럼 인스타 피드에 좋아요를 누르던 중 예쁜 아이의 동영상이 눈에 들었다. 아이를 좋아하기도 하거니와 "아빠 마시떠요~." 아이들 특유의 귀여운 발음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띄어진다. 보아하니 천혜향 별스타 주인분의 손주인 듯 하다. 그런데 가만 보자... 이 꼬마를 내가 알던가? 큰 눈이 익숙하다. 사촌 동생 어릴 적 모습이 오버랩되고 문득 사촌 동생 시댁이 제주도에서 귤 농사를 지으신다고 들은 기억이 났다. 고모가 주문해서 보내주신 귤을 먹었던 것도 생각났다. 혹시 에이 설마 하는 마음으로 엄마에게 전화해 여쭈어보니 입금한 성함과 사돈어른 성함이 같았다. 우와! 6단계만 거치면 지구촌 대부분의 사람과 연결이 된다던 케빈 베이컨의 말은 헛소리가 아니었다. 나는 넓고도 좁은 별스타 세상에서 사촌의 사돈을 뵈었다.




 다음 날 고모에게 얘기를 전해 들었는지 사촌 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아빠를 빼닮은 아이를 보고 어떻게 알아봤냐며 신기해했다. 하하 내가 보는 눈이 그렇게 없다. 주말에도 한라봉 선별하는 걸 도우러 제주에 갔었다며 아마 내가 주문한 것들에도 자기가 고른 한라봉이 있을 거라고 웃으며 통화를 마무리했다. 


 밥 한번 먹자 하면서도 사촌 동생들 한번 만나는 게 집안 행사 말고는 쉽지 않다. 차로 1시간도 안 걸리는 거리지만 보지 못한 시간이 길다 보니 친밀함의 거리가 좀 더 걸려서일 것이다. 다행히 별스타 구매를 계기로 사촌 동생의 계정도 팔로우 해 가끔씩 올라오는 근황을 볼 수 있게 되었다. 곧 집안 행사에서 단체로 먹는 식사가 아닌 내가 사는 밥 한 끼 같이 할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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