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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enna Dec 07. 2021

가리운 길

 토요일, 아이를 데리고 나간 길, 평소와 다르게 길이 막혔다. 대형 덤프트럭이 하얀 자동차와 서 있는 걸로 보아 사고가 난 듯했다. 차량이 정체되는 사이 엠뷸런스가 오고 들 것에 실린 사람의 신발이 보였다. 차량의 상태로 보아 부서진 곳이 없어 큰 사고는 아닌 듯 해 다행인 듯했다. 몇 분 사이 내가 될 수도 있었던 사고였으니 피하게 해 주셔서 감사드렸다.


 월요일 학교를 다녀온 아이는 목소리에 기운이 없다. 같은 학교 학생이 교통사고를 당한, 안 좋은 일이 있다고 했다. 규모가 크지 않은 학교인지라 선생님, 아이들 모두 충격이 큰 듯했다. 학교 주변으로 여기저기 아파트 재건축 공사가 이루어지고 있어 드문드문 보이는 덤프트럭이 괴물이라도 되는 듯 아이들에게 꼭 조심하라고 당부에 당부를 더하지만 마음이 항상 불안했다. 그래도 학교 근처라 안전에 주의를 기울일 테니 설마 하는 마음이었는데 기어코 사고가 나고 말았단다.


 딸아이 친구의 어머니께 전화를 받았다. 아이가 근처에 있는 성당에 가던 길이었다고 했다. 우리 부모님도 다니시고 둘째도 성당 유치원을 다녔기에 나도 매일 들르던 곳이다. 사고는 별난 남자아이어서 불식 간에 뛰어든 것도 아니었고 무단횡단을 한 것도 아니라 했다. 초록색 불에 횡단보도를 건너던 아이였다. 아이는 아무 잘못이 없었다. 불과 성당을 몇백 미터 남겨두지도 않고 난 사고였다.


 초등학생이 되도록 키운 자식을 보내는 부모 마음은 내가 짐작조차 할 수 없다.  꿈에서조차 아이들의 사고 장면에 비명조차 내지르지 못할 만큼 막막했었다. 얼굴을 모르는 아이지만 같은 학교 아이라는 사실만으로 가슴이 이리 저릿한데 아이를 알고 있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비통한 바람이 스밀 것이다. 둘째는 같은 태권도를 다니는 형인 줄도 모르고 학교에 까만 차가 들어왔다며 찻길에서 조심해야 한다고 선생님이 당부하셨다고 했다. 혹여 아이가 마음에 상처를 받을까 무서워 누구인지 말해 주지 못하는 내가 참 못났다.


 하루 종일 그 사고가 내가 아니었음에 안도했던 내가 부끄럽고 죄스러워 한숨이 났다. 내가 드린 감사 기도가 독이라도 된 듯 해 '하느님, 도대체 무슨 뜻으로 그런 일을 만드셨습니까?' 원망이 깃들었다. 어차피 당신에게 가던 길, 무엇이 급하다고 아직 어린아이를 부모에게서 떼어놓으시는지 의중을 알 수 없어 괴로웠다. 분명 사고의 가능성이 있었음에도 내 삶이 바쁨에 외면하고 무관심했음에 뒤늦은 후회가 밀려온다. 내 새끼 일이 아니라고 안도하던 이기심이 참으로 한심하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오늘 하루 나를 진심으로 고민하게 하는 힘든 질문이다. 그래도 스치는 인연으로 분명 몇 번 만났을 아이를 위해 그리고 그 가족을 위해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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