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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린봄 Oct 03. 2022

13. 제라늄, 나의 겨울 정원 가꾸기

아파트 베란다 꽃밭 만들기 2.




13. 제라늄, 나의 겨울 정원 가꾸기

아파트 베란다 꽃밭 만들기 2.

글 그린봄



가을비가 오고 난 후에는 조금 더 쌀쌀해진 가을 공기가 가득해진다. 말라버린 낙엽들이 바닥에 쌓여가는 이 가을과 겨울 사이의 말라버린 앙상한 나무 가지들처럼 마음도 몸도 더욱 움츠리게 만드는 것 같다. 또 한 해가 마무리되어 가는 겨울이 다가오면 무슨 일을 시도하기에는 너무 늦어버렸다는 생각만 든다. 나는 여전히 한 살 한 살 나이만 먹어가기만 하고 뭐 하나 해 놓은 것이 없다는 지난날들을 생각할수록 더욱 우울하기만 했다. 왜 나는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끝없는 집안일만 하면서 우울 하기만했을까 생각하다가 나도 모르게 제라늄 화분을 집으로 데리고 오게 되었다.


처음에는 이 계절에서, 설마 아파트 베란다에서 꽃 화분을 가꾸는 일은 믿을 수 없다고만 생각했다. 나는 여전히 초보 식물 집사였고, 꽃을 키우는 일은 더욱 어려운 일이었다. 더군다나 어떤 생명도 자라기 어려운 이 계절에 꽃이라니! 사실 오래 못 키울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나는 작은 제라늄 화분을 키우기 시작했다.

제라늄 혹은 페라고늄이라고 불리는 이 식물을 처음 만났을 때는, 생각보다 큰 잎을 보고 놀랐던 기억이 난다. 꽃을 보는 식물이라고 하기에는 잎은 두꺼웠고 줄기와 잎 주변에는 작은 털이 나있었고, 만지면 익숙하지 않은 특유의 향이 났다. 작고 귀여운 들꽃과 같은 꽃들에 익숙했던 나는 제라늄 식물이 조금은 당황스러웠다. 그동안 꽃이 가진 연약한 분위기가 아니라 뭔가 실내화분으로의 꽃 식물과는 크기와 색깔도 모두 달랐다. 특히 꽃이라면 있을 법한 달콤하고 향긋한 꽃향기는 나지 않았다.




집으로 온 제라늄 화분은 추운 겨울이 되어서 며칠이 지나지 않아 꽃을 보여 주었는데, 크고 화사한 꽃을 피워주었다. 그 꽃은 일주일이 넘는 기간 동안 베란다에서 꽃을 보여줄 정도로 오래 피었다! 그리고 또 다른 꽃이 피고 지고를 반복했다. 그 겨울을 보내고 나서 나는 다른 꽃 색깔과 잎 모양의 제라늄 화분으로 데리고 와서 키워왔고, 몇 년이 지난 지금은 매년 겨울에 이렇게 베란다 가득 꽃을 보여주고 있다.


요즘은 아파트 베란다에서 키울 수 있는 제라늄 종류가 다양하다. 유럽 제라늄부터 국내에서 또 다른 제라늄까지 잎모양 꽃 모양 꽃 색깔 조금씩 다른 제라늄 종류가 많기 때문이다. 유럽 제라늄은 말 그대로 유럽에서 온 제라늄 종류로 어느 나라의 공주 이름처럼 예쁜 제라늄 종류가 많다. 베란다 환경에서 키우기가 조금은 어려운 식물도 있고 그렇지 않은 편도 있지만 사계절이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대체로 까다롭기도 하다. 식물을 키우는 아파트 베란다의 환경이 어떤지에 따라 키우는 방법도 조금씩 다르다. 그중에서 유럽 제라늄과 국내의 제라늄 사이의 변종 제라늄 경우는 우리나라 환경에서 잘 자라는 편으로 강한 생명력이 있는 편이지만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하기는 쉽지 않다.       




아파트 베란다에서 5년 정도 키워온, 제니 제라늄


1. 제라늄 키우기     

제라늄은 서늘하고 통풍이 잘 되는 환경에서 잘 자란다. 고온다습한 환경은 제라늄이 자라기에는 어려운 환경이 되기도 한다. 제라늄의 잎과 줄기를 살펴보면 다른 꽃 식물보다는 수분이 많이 있는 편이기 때문에 특히 과습에 유의해서 키워야 한다. 이러한 식물 특징 때문에 뿌리 통풍이 잘되는 흙으로 만든 화분인 토분에 키우는 것이 좋다. 사실 식물 초보자가 키우기는 조금 어려운 식물 하나로 과습을 피하려면 매번 화분의 물마름을 확인해 주고 물 주기를 잘 확인하고 주어야 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나 역시 처음 제라늄 키울 때는 물 조절하지 못한 탓에 여름마다 까맣게 무르는 무름병이 와서 오래 키우지 못했던 식물 중 하나였다. 특히나 장마 기간의 제라늄은 관리를 잘해주어야 한다.

제라늄은 화사하게 피는 꽃도 예쁘지만 잎 모양이 예쁜 제라늄 종류도 많다. 그중에서 오래 키우고 있는, 제니 제라늄이라고 불리는 이 제라늄은 우리 집 아파트 베란다에서 5년 정도 오랫동안 키워온 제라늄 종류 중 하나이다.





2. 제라늄 가지치기 후 삽목 하기     

긴 여름의 계절이 지나고 나면 잎도 몇 장 없는 기다린 줄기만 남은 제라늄들이 많다. 그래서 가을이 오면 제라늄들을 가지치기해주고 분갈이를 해주면 더욱 잘 자라는 제라늄 화분을 만날 수 있다. 제라늄은 무더운 여름을 잘 보내고, 가을이 오면서 조금씩 가지치기해 주는데, 이때 가지치기를 한 후 그 줄기를 잘라 심어도 잘 자라는 식물이다. 보통의 꽃 식물의 경우는 꽃이 시들고 난 후에 곧 시들어간다거나 다시 봄이 되어 새 모종 구해서 키우는 식물들이 많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제라늄의 경우는 가지치기를 해서 그 가지에 뿌리가 내려 화분을 늘여 키울 수 있다! 물론 처음에는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하지만, 베란다에서 식물을 키우면서 나는 식물의 대단한 생명력에 놀라고 감탄하게 되었다. 그렇게 매년  크고 작은 식물들을 가지치기도 해주고 또 심어 키우면서 어려울 것 만 같았던 제라늄을 5년 가까이 키우고 있다.


가지치기 후 삽목하여 키우는 제라늄 화분





3. 제라늄 씨앗 키우기  

1월 2월의 제라늄은 꽃이 지고 난 후에는 도깨비 뿔과 같은 씨앗을 만들기도 한다. 이 씨앗을 심으면 또 새싹이 자라는 제라늄! 이 씨앗을 만난다면 어린아이처럼 씨앗 키우기의 재미에 푹 빠질 것이다. 식물들에게는 조금은 흔하고 보통의 일들이지만 아파트 베란다에서 태어나는 작은 떡잎과 본잎의 태어나는 과정을 만나게 된다면 그 성장을 함께 하고 싶은 생각이 들것이다. 이 씨앗은 키우는 환경에 따라 엄마 식물처럼 자라기도 하고 또 다른 꽃이 피기도 하기 때문에 아이를 키우는 마음처럼, 어떤 꽃을 보여줄까 하는 기대와 설렘을 주기 때문이다. 아파트 베란다에서 이토록 키우기가 신기하고 재밌는 식물이 또 있을까! 아파트 베란다에서 꽃 식물을 키워보고 싶다면 제라늄을 꼭 한 번씩 키워보기를 추천한다. 꽃을 보면서도 독특한 씨앗을 키워보는 일은 또다른 재미와 기쁨이 있다.

 






사계절이 있는 아파트 베란다에서 제라늄을 키우는 일은 조금은 어렵기도 한 환경이다. 여름이 오면 고온다습한 계절이 제라늄에겐 어려운 계절이 되고 특히 장마기간에는 검게 무르게 되면 더 자라기 어렵게 된다. 하지만, 그 여름을 견디고 나면 서늘한 가을바람이 불어오는 날들도 만난다. 조금씩 가지에도 새 싹이 나오고 다시 꽃을 피워줄 준비를 할 수 있는 그 시기가, 그 화려한 꽃을 피울수 있는 시기가 언젠가는 있다는 것을!

인생을 펼쳐 놓고 보면 사계절을 보내는 것과 같을 때가 있다. 누군가에게는 봄처럼, 또 누군가에게는 봄을 기다리는 겨울처럼 그렇게 지나가는 계절이 보는 것과 같다.


겨울에 만나는, 빨간 분홍색 꽃을 본 적이 있는가!

집안을 일을 하다가 우연히 베란다에서 그 꽃을 만난다면 나도 모르게 꽃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다. 그 겨울에 꽃이 피기까지 새 잎을 내어주고 꽃대가 올라오고, 꽃이 피는 그 과정을 가까이 지켜본다면 그 꽃이 얼마나 애쓰며 꽃을 피웠는지를 왠지 모를 공감과 위로를 보내게 되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래서 제라늄의 꽃을 볼 수 있는 겨울이 기다리게 되었다. 나는 꽃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겨울 동안은 한동안 꽃만 보고 지내고 싶은 그런 계절 중에 하나가 되었다. 나에게 작은 정원인, 아파트 베란다 꽃밭은 그래서 더 좋아하는 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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