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빛 시간들... 내가 병들어간 이유
지금 생각해 보면
'그래서 내가 암에 걸린거야'라는
생각이 든다.
우연의 일치 일지는 몰라도 모든 일든은 그때부터
시작 되었다. 코로나가 잠잠해질 무렵 나는 이태원 쪽 회사에 미팅을 다녀왔다. 회의가 끝난 후부터 열이 나기 시작했다. 느낌이 이상해서 다음날 아침에 병원에 갔다.
코로나라고 했다.
조심한다고 했었는데... 걸리고 말았네.
그렇게 일주일을 앓아눕고선 새로 옮긴 회사로 첫 출근을 했다. 바쁘다고 듣긴 했지만 출근 첫날부터 야근이었다. 다음날 오전에 PT란다.
"너무해. 나 이상한 회사로 옮겨 온 거야?"
불길한 예감이 들었지만
그걸 곱씹을 여유는 없었다.
코로나 때문에 안 좋아진 컨디션이 다 회복되지도 않았는데... 하지만 그 후로 6개월 동안
야근과 철야가 이어졌다.
팀원들 모두 아우성이었다.
"그래도 우리 좋은 프로젝트 하잖아".
"공부 많이 될 거야"라고 다독이며 버텼다.
20대들도 난리인데 30대?
40대? 50대!!! 나는 정말 죽을 것 같았다.
"하루이틀도 아니고 이건 너무 하잖아'~
몸이 말을 하고 있었다.
"이이사는 야근하지 마. 정팀장 있잖아".
대표의 그 말이 더 얄미웠다.
그럴 상황이면 이렇게 하겠어요? 하루 12시간씩 책상 앞에 앉아 있으니 안 아픈 데가 없었다.
나는 섬유근통 이란병을 앓고 있다.
온몸의 통증이 심하다. 진통제와 항염제. 그 외 여러 가지 약들을 먹는다... 자가면역체계의 이상?
약 없으면 못 견디는 병. 매일 먹는 진통제도 독하지만 너무 피곤하니까 아픈 데만 늘어서 약만 더 늘어갔다.
그렇게 큰 프로젝트 2개를 끝내고 나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은 너무 뿌듯했다.
'이 맛에 일하는 거지 '
그런데 갑자기 대표는 디자인팀을 폐쇄했다.
회사가 너무 어려워서 망할 것 같다고 했다.
"그럼 우리는 왜 뽑았니?'
우리가 왜 그렇게 열심히 했는데!!!
우리는 좋은 회사를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우리는 그 두 프로젝트륻 하기 위해
임시로 뽑은 거짓 정규직이었다.
'이런 젠장할 못된 대표. 안 잡아가나요?'
진짜 고소라도 하고 싶었다!!!
그날의 울분과 화는 나의 몸에 뱌로 나타났다.
12월 마지막 날 나는 기절을 해서
1월 4일에 정신이 돌아왔다. 처음 겪는 경험이었다.
병원에서는 감염내과에 가보라고 했는데
혈액 검사만 하고 경과를 지켜보기로 했다.
그렇게 시름시름 앓다가 봄이 되었다.
어느 날 집에 가다가 산부인과 앞에 멈췄다.
그냥 이번에는 가봐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지난겨울에 한 야근 때문에 문제가 생긴듯했다.
약국약도 안 들어서 큰맘 먹고 병원에 갔다.
의사 선생님은 빨리 큰 병원으로 가보라고 했다.
'왜요? 귀찮게 ㅠㅜ'
다행히 예약이 빨리 되어 큰 병원에 가서
이것저것 검사를 했다. 결과가 나왔다.
자궁내막암 3기인데 수술을 빨리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암의 진이속도가 빠른 것 같은데
전이 여부는 열어봐야 알 것 같다.
"뭐라고요?' '암이요?'
나는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래서 결정도 판단도 할 수 없었다.
엄마가 빨리 해주세요라고 했다.
나는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암 이래. 다음 주에 수술하래.
해봐야 안대. 어떻게 하지?"
"뭘 어떻게 해? 빨리 해야지"
무덤덤하게만 보이던 그 사람이 바빠 보였다.
수술 날은 남편이 있고
항암 첫째, 둘째 날은 엄마가 있기로 했다.
수술전날 점심때 힘이 나는 음식을 먹자고 갔는데
사실 기억이 잘 나지를 않는다
울지는 않았지만 속으로는 많이 심난했나 보다.
아침 일찍 수술실에 들어간 나는 오후가 되어 나왔다.
전이가 많이 되어 수술 시간이 많이 걸렸다고 했다.
잘된 것 같으니 잘 회복하자고...
그리고 회복하기 위해 빨리 움직이라고.
정말 고통스러웠다. 차라리 그냥 죽게 해 주세요.
그렇게 며칠을 빌었다. 진통제는 계속 들어가는데 나는 딱히 효과가 없었고. 또 다른 약, 다른 약...
배에 돌덩이 같이 무거운 걸 올려놓고 있었는데
통증 때문에 그 무게감도 못 느꼈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지나니까 그래도 숨은 쉴만해졌다. 문득 옆에 있는 남편 얼굴이 보였다.
피곤해 보였다. 미안해.. 속으로 말했다.
이제 난 괜찮아진 걸까?
'이런 바보. 이제 시작이다.'
난 정말 암이란 병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
수술했으니까 다 된 줄 알았다.
퇴원이 가까워지자 난 항암을 시작했다.
의사 선생님은 빨리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
간호사 선생님이
손에 묻으면 안 되는 약물들을
내 몸속으로 집어넣었다
암세포가 죽으면 좋은 세포도 죽는 거지?
언제 또 살리니...
나의 '암과의 싸움'은 이제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