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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또넛 Jun 29. 2023

스스로를 사랑하자

아이유님의 노래, 아이와 나의 바다를 들으며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아물지 않는 일들이 있지
내가 날 온전히 사랑하지 못해서 맘이 가난한 밤이야
거울 속에 마주친 얼굴이 어색해서 습관처럼 조용히 눈을 감아 
밤이 되면 서둘러 내일로 가고 싶어
수많은 소원 아래 매일 다른 꿈을 꾸던
아이는 그렇게 오랜 시간 겨우 내가 되려고 아팠던 걸까
쌓이는 하루만큼 더 멀어져 우리는 화해할 수 없을 것 같아 
나아지지 않을 것 같아

-아이유님의 아이와 나의 바다 中


 퇴근길 선선한 바람을 맞으면서 에어팟을 끼고 여러 노래를 듣던 중 갑자기 어느 순간 귓가에 꽂히는 멜로디 그리고 서정적인 가사. 이 전에 플레이 리스트에 추가는 해두었으나, 주의 깊게 듣지 않았던 노래 중 하나인 '아이와 나의 바다' 줄여서 '아나바다'라고도 불리는 이 노래는 성장 관련된 노래라고 생각된다. 처음 시작 가사 중 내가 날 온전히 사랑하지 못해서 마음이 가난한 밤이야 라고 하는 구절이 왜 이렇게 서글프고 크게 들리던지. 유난히 그런 날들이 있다. 이 큰 세상 속 내가 작아지는 것만 같고 한 없이 초라해진 것 같은. 옆에 지나가는 사람들은 위풍당당하게 걷거나 뛰어가는 데 나만 목적지를 몰라 지도를 멍하니 바라보고 두리번거리기 바쁘거나 향해야 하는 곳을 알지만 속도가 그들만큼 나지 않을 때. 안정적인 삶 속 나만 불안정한 것 같고 흔들리고 있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 

 

 지금은 직장에서 정규직으로 근무를 하고 있으나 계약직으로 근무할 때, 취준생일 때 그런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취업 준비를 하고 있을 때 다른 동기들은 턱턱 회사의 문을 열고 들어가는 데 수많은 불합격들 통보가 오니 이러다가 손가락만 빨면서 사는 거 아닐까 라는 망상에 빠지기도 했었다. 야간 근무를 하며 낮에 토익 공부를 하고 야간 근무 끝나고 밤을 새워서 시험을 보러 가던 때가 떠오른다. 내가 생각했을 때에는 노고를 다했었는 데 상대평가이다 보니 다른 지원자들에 비해 부족했고, A 회사 면접을 보고 나오는 길에 B 회사 탈락 통보를 받아 돌아오는 길 편의점에서 캔맥주를 사서 대낮부터 거리에서 원 없이 마셨던 기억이 있다. 처음에는 자연스럽게 가족들과 불합격 얘기를 나누면서 보완해야 할 점이 뭘까도 토의를 해보고, 분위기를 환기해보고 했지만 그 기간이 늘어나고 길어지면 길 수록 이번 결과도 잘 안 됐다고도 말하는 데에 스스로 상처를 입었다. 부모님께 죄스러운 마음이 들었고, 작아지는 자신감과 자존감이 있었다.


 상반기가 지나가고 친구들의 직장 이야기를 들으며 웃을 수가 없었다. 내가 겪어보지 못한 사회 초년생들의 힘든 경험들은 부러움으로 덮어지고 공유할 수 없는 공감대들은 친구들과의 교류마저 멀어지게 했었다. 와 내가 이렇게까지 사회에서 부정당해야 하는 존재였던 걸까라는 생각이 들 때쯤 지금의 연인을 만나게 되었던 것 같다.



 내가 충격받았던 연인의 이야기는 "왜 너는 스스로를 사랑해주지 않아?"였다. 너는 충분히 누군가에게 사랑받지 않아도 스스로 사랑해 줄 만하다고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이 세상에 내가 나를 제일 사랑해야지 어째서 더 작게 생각하냐고 했었다. 그래서 그 이후로 나는 나를 조금씩 사랑해 보기로 했다. 세상을 좀 사랑스럽게 바라보기로 생각했던 것 같다. 나를 조금씩 사랑하기 위해 했던 방법은 일단 사람은 어떤 목표를 설정하고, 성취해 가면서 혐오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하루에 조금씩 내가 할 수 있는 목표를 설정했다. 평소에 운동을 잘하지 않았던 나는 모든 엘리베이터를 사용하지 않고(바쁘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은 것을 제외하고) 걸어 올라가기도 하고, 하루 시작과 끝에 샤워하면서 깨끗이 하고 스킨로션을 바르면서 여유를 느끼기도 했다. 출근할 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르의 노래를 들으면서 출근함에 있어서 스트레스받지 않게 하고, 하늘을 자주 바라보았다. 출근하면서 혹은 퇴근하면서 걸을 때 핸드폰을 보기보다 노래 들으면서(노래는 빠질 수 없었다 . . ) 하늘을 바라보고, 거리를 자주 관찰했었다. 오늘의 하늘은 이런 색이구나, 저런 모양의 구름도 있구나 분위기가 환기되면서 어느 순간부터 기분이 가벼워지고 계단을 걸어 올라갈 때 이만큼 올라왔었을 때 숨이 벅찼는데 그 이상 올라가도 가뿐할 때 성취감을 느끼며 자존감도 조금씩 올라가고 있었다. 


 책도 읽고, 업무 하면서 모르던 전공 공부도 다시 하고 능력도 조금씩 채워나가면서 자신감도 차오르기도 했다. 작년에 한 두 권쯤의 책을 읽었다면 6월달인 지금은 벌써 5권의 독서를 진행했다. 아주 무거운 책은 아니었지만 책을 읽었다는 성취감도 있었고 느끼는 바도 다채로워졌다. 이 전보다 훨씬 밝아진 모습을 혼자서도 느낄 수 있다. 요새는 하루를 마감하는 데 만족스럽기도, 시작하는 데 두렵지 않아졌다.


 오늘의 하루를 버텨낸 잘 보낸 당신에게 칭찬해주며 사랑해주고 보듬어주는 마무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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