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
우리 집 개 우디는 2010년에 태어나 벌써 14살이 되었다.
사실 사랑하는 내 개에게 보다는 사랑하는 내 강아지라고 제목을 적고 싶었다. 항상 내가 "우리 집 강아지가~ " 하면 남자친구는 이성적인 면모를 보여주며 14살이 강아지는 아니지 개지라고 정정해주곤 한다. 그렇지만 나에게는 항상 아기 같은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늘 강아지 같은 걸 하고 넘긴다.
언젠가부터 우리 우디의 등에 쥐젖 같은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눈이 뭔가 뿌옇게 되는 거 같기도 했고.
처음에는 백내장 아닌가 소스라치게 놀라 한걸음에 동물병원에 달려가
" 우리 집 강아지 눈이 뿌옇게 됐는데 혹시 이거 아파서 그런 건가요? 괜찮은 건가요?"
하고 물었더니 돌아오는 수의사 선생님 답변은
"괜찮습니다. 노화로 인해서 뿌옇게 보이는 거 같네요. 백내장은 아닌 것 같습니다"였다.
아 그렇구나. 사랑하는 내 개가 벌써 노견이라고 불러져야 하는 나이였구나. 눈앞이 뭔가 차오르는 느낌이었다. 사실 지금 글을 작성하면서도 눈물이 차오르는 것 같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항문 쪽에 무언가 물혹 같은 것이 보였고 검사를 해보자고 하셨다. 덜컥 내려앉는 마음이었다. 물혹이라니 그게 무엇인데.
악성종양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눈앞이 컴컴해졌다. 검색해 보니 중성화되지 않은 강아지들에게서 잘 보이는 항문 주위 선종(이 당시에는 양성종양인 줄 몰랐다.) 일수도 있다는 것 그리고 드물게 악성종양일 수도 있다고 했다. 그때 데이트 중이었는데 집 가는 지하철 30분 동안 혹시나 악성종양이면 어쩌지 하면서 내내 울면서 갔다. 집에 달려가 엄마를 끌어안고 왜 이런 일이 있냐고 악성이면 어쩌냐고 펑펑 울었다.
그때 정말 어쩌면 우디가 내 곁에 얼마나 더 있어줄지 모르는구나를 깨달았다. 다행히 양성종양이었고, 지금도 사이즈가 커지지 않아서 수술하지 않고 잘 지내는 중이다! 그 깨달음을 얻고 하루하루가 소중했다.
그리고선 역시나 인간은 소중함을 적응한다고 하던가. 가끔 나한테 배가 고프다고 칭얼거리면 그만하라고 머리를 마구 부비기도 하고 와아아 하고 발을 물어버리기도 했다.
이 글을 작성하게 된 건
며칠 전부터 문을 열고 들어오면 집 비밀번호를 누를 때부터 이미 마중 나와있던 총명한 눈의 강아지가 이제는 곤히 잠들어있는 걸 보고
'아 귀가 이제 그 정도로 밝지 않구나'
더욱 크게 사랑한다고 이야기해 줘야겠구나.
사랑한다고 그리고 미안하다고.
어렸을 적에 부모님이 맞벌이하시고, 나도 학교에 학원에 늦게 돌아와 너를 혼자 두게 해서 너무 미안했다고. 가끔은 귀찮아해서 미안했다고. 피곤하다며 산책 가자는 너를 외면했어서 미안했다고.
그리고 사랑하고 고맙다고. 앞으로 남은 시간이 얼마나 길지 모르지만 그 매 순간 최선을 다하겠다고.
우디야.
10년 전에 내게 와 너무 많은 기쁨과 사랑을 느끼게 해 줘서 고마워. 별 걸 안 해줬는데도 나를 사랑해 줘서 고마워. 밤늦게 와도 왔냐며 마중 나와줘서 고마워. 우리 앞으로 지낼 시간이 더 많았으면 좋겠어. 내 삶의 시간을 떼 줄 수 있다면 더 떼어주고 싶어. 나는 너로 인해서 정말 행복했어. 앞으로도 그럴 거고. 언니가 앞으로도 잘할게 더 많은 시간을 보내자. 사랑해 영원한 내 강아지 우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