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살아간다는 책임

양재진의『복지의 원리』를 읽고

by 익명의 독서중독자


내가 원하는 사회는 무엇인가. 정치사회책을 읽는 이유는 가치관 정립을 위해서다. 양재진 교수님의 다른 저작인 『정부의 원리』 를 추천받았을 때 재미있게 읽어, 연관독서로 『복지의 원리』를 도전해 보았다. 해당 책은 복지의 원리뿐만 아니라 가장 중요하게 논의되고 있는 보험, 연금, 노동시장(실업 급여), 기본소득에 대해 논의하고 있어, 사회복지제도에 대한 입문서, 기본서로 손색이 없을 듯하다.



복지국가의 기원과 철학


최초의 사회보험은 놀랍게도 독일의 철혈재상 비스마르크가 도입했다. 1878년 '사회주의탄압법'으로 사회주의자를 단속한 것이 채찍이었다면 1883년 사회보험을 도입함으로써 그들을 포섭하고자 했다(p.32).

p.35-7 사회보장 영역은 개인보다 국가 개입이 합리적이며, '보이지 않는 손'보다 '보이는 손'이 필요한 영역이다. ……공적 연금은 장수의 위험을 관리하는 데 개인보다, 그리고 후술 할 시장의 사적연금보다 월등하다. 1975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허버트 사이먼이 주장했듯이 인간은 기껏해야 제한된 합리성만을 가질 뿐이다. 정보가 완벽하지 못하다. 개인은 자기 수명을 예측하지 못한다. 개인별 수명 예측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공동체 수준에서 통계적으로 평균수명은 예측할 수 있다.…… 이를 토대로 연금제도를 설계할 수 있다.

특히 민간시장에서 의료보험이 어려운 이유는 발병 가능성이 높은 사람만 보험에 가입하게 되는 역선택(reverse selection) 때문이다(p.39). 가입자가 질병 이력을 숨기고 계약을 하기 때문에 보험회사는 보험료를 높이게 되고, 가입 유인이 감소하여 건강한 사람은 가입을 회피하게 되는 악순환이 벌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신뢰할 만한 의료기록과 거시적 설계가 가능한 국가가 의료보험의 주체가 되는 것이 합리적이다.


2장에서는 롤스의 정의론에서 나온 '무지의 장막'을 언급하며 복지론의 기원을 이야기한다. 롤스는 사회 운영원리의 기초로 자유의 원칙과 차등의 원칙을 이야기했다. 이 중 차등의 원칙은 개인의 자유로운 발전이 모여 이룬 유무형의 사회적 부가 불운한 최소수혜자(the least advantaged)에게 최대한 도움이 되도록 차등적으로 배분되어야 한다는 뜻이다(p.49). 이는 선천적 장애, 빈곤가정, 지리적 불리함과 같은 불확실한 위험에 대한 사회보장을 의미한다.


또한 2장 후반부에서는 복지국가와 대표적인 사회복지정책에 대해 개괄적으로 설명한다. 복지국가는 탈노동이 아닌 완전고용을 목표로 한다(p.52-56).


사회복지정책의 구분


1. 소득활동에 따른 네 가지 구분(p.58-60)

정상적 소득활동 -> 사회적 위험으로 상실
산업재해, 실업, 노령, 질병, 출산, 육아, 장애 및 가장의 사망이 이에 해당한다. 이에 대해 산업재해수당, 실업급여, 육아휴직급여 등이 있다.

정상적인 소득활동을 못하는 경우 혹은 워킹푸어 상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같은 공공부조와 근로장려세제가 이를 위한 복지정책에 해당한다.

*최저임금 인상도 워킹푸어 저소득자의 가처분소득을 올려주는 효과를 낸다. 다만 주체가 고용주이므로 사회복지정책으로 분류 x

취업 역량이나 정보가 부족해 취업 x
고용서비스를 통해 취업정보와 직업훈련을 제공한다. 고용주에게 고용보조금과 단기근로 일자리 제공 등이 포함.

정상적인 소득활동을 하지만 '사회적으로 인정되는' 지출이 급증해 실질소득이 줄어들 경우
질병, 출산 및 육아, 장애아 출산 및 장애를 갖게 된 경우가 이에 해당하며, 공공 의료서비스, 재활 및 치료, 장애수당, 공보육을 통해 공동체가 함께 비용을 분담한다.


2. 급여 형태에 따라(p.61-63)

사회복지 정책은 급여의 형태에 따라 현금과 현물로 나뉜다. 현금은 낙인효과가 없으나 오남용 가능성이 높다. 현물 급여는 목표효율성이 높지만 자율성이 크게 제한된다.


3. 재원에 따라(p.63-65)

사회보험 사업과 일반재정 사업으로 나뉜다. 4대 사회보험은 연금, 의료, 산재, 실업 보험이며 일반재정

사회보험료는 소득의 많고 적음과 관계없이 정률 flat rate로 납부하지만 다른 세금은 기본적으로 누진 구조다. ……따라서 공공부조는 다른 사회보험보다 수직적 재분배, 즉 고소득자로부터 저소득자에게로의 소득 재분배 효과가 크게 난다. p.65


한국의 복지

3장은 OECD와 비교해 한국의 복지 수준과 정책, 사회 기조를 설명한다.


한국 육아휴직급여의 소득대체율은 80%로 OECD 평균을 웃돌지만, 상한액이 월 150만 원에 불과해 실질소득대체율은 37.5% 수준이다(p.78) 때문에 가계수입 감소로 인한 저출산과 남성의 육아휴직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이다.



한국이 '작은'복지의 나라가 된 이유로는 수출지향 산업화 당시, 수출경쟁력을 위해 국가가 임금 인상 억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했기 때문이다(p.82-83). 이는 노동운동에 대한 억압과 '저부담 조세체계'를 통한 노동비용 절감으로 나타나며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p.83-87). 다시 말해, 케인스주의보다는 레이거노믹스에 기초한 산업화 정책이었다. 저부담 조세체계가 존속되는 이유는 대통령제의 한계와도 맞물려있는데, 현재 승자독식구조에서는 보편증세와 복지축소를 이야기하는 순간 유권자를 잃기 때문이다(p.95-96).

한국은 서구 복지국가와 달리 국가주도 산업화를 이루었다. 1960년대 초 군사정변으로 집권한 박정희 정권 때 청와대와 경제기획원이 주도해 경제발전계획을 세우고 본격적으로 산업화를 시작했다. 방법은 독특하게 수출지향 산업화였다. 대만과 싱가포르도 비슷한 전략을 세웠다. 나머지 후진국들은 수입품을 자국 상품으로 대체하는 데 목표를 두고, 국내 시장을 보호하며 산업을 키우는 수입대체 산업화를 채택했다 p.82


권력자원론은 산업화 이후 서구 복지국가의 발전을 설명하는 이론이다(p.87). 권력자원론은 한국의 복지를 완벽히 설명해주지 못하는데, 유럽에 비해 한국은 기업별로 노사 간 단체협상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p.89)


정치제도와 복지정책

소선거구제는 조그만 지역구에서 1등 당선자를 국회로 보낸다. 지역구 후보자는 전체 국민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복지 정책을 선거이슈화해서 투표에 의해 보상받을 가능성이 크지 않다. …… 반면 비례대표제는 정당지지율이 중요하다. 정당은 전국을 상대로 지지를 동원해야 한다. 복지 같은 공공정책이 주요 선거공약이 될 확률이 크다. p.94

또한 저자는 재정경제원(김영삼 정부)-기획예산처(김대중·노무현 정부)-기획재정부(이명박 정부~)로 이어진 경제부처가 복지 확대의 거부점으로 작용함을 이야기한다(p.97-99). 재정건전성을 위한 부처이지만 경제부처가 강한 나라에서는 복지지출을 확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의료보험

4장에서는 한국의 복지정책 중 가장 눈에 띈다고 볼 수 있는 의료보험에 대해 이야기한다. 2021년 기준 한국은 국방비의 2배에 이르는 105.2조 원을 건강보험 진료비로 지출했다(p.105). 의료보장 체계 유형은 재원과 의료공급 주체에 따라 네 개 유형으로 나뉘며 이중 한국은 민간 공급과 보험료로 운용되는 제1 유형에 속한다. 한국의 의료보험은 1980년대 대기업을 중심으로 조합주의 방식을 통해 도입되었으며 1999년 국민건강보험법을 제정해 통합시켜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 출범되었다(p.120-121).


지불 방식도 일본처럼 행위별 수가제 fee-for-service를 채택하고 있다. 행위별 수가제란, 국가가 의료인의 서비스와 약제에 가격(수가)을 미리 정해놓고, 제공된 진료행위와 약제의 숫자만큼 곱해서 진료비를 산정한 후 사후 지급하는 제도다. p.114

행위별 수가제는 과잉진료와 이로 인한 의료비 증가가 단점이기 때문에, 이를 막고자 포괄수과제 bundled payment도 일부 활용된다(p.115) 한국은 OECD 기준 국민 1인당 외래 진료수가 가장 많으며 본인부담금이 가계 소비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위이다(p.126-7).


저자는 문재인 케어의 전면 급여화를 비판하며, 의료 과용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재정적으로 부담이 될 것을 이야기한다(p.129-130). 이를 보완하기 위해 혼합진료 금지, 포괄수과제/총액예산제 전환, 3대 비급여의 급여화 반대, 그리고 경증 치료 배제를 제시한다(p.131-132). 유럽 복지국가의 의료비 보장률 80%에 대해서는 긍정적이지만, 스웨덴 등에서 전체 의료비 지출을 통제하는 것처럼 조절 또한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연금

그다음으로 논의하는 것은 국민연금이다. 국민연금을 폐지하고 사적연금만 운용하면 국민에게 이득일까?

저자는 세 가지 이유를 들어 국민연금의 우수성을 이야기한다(p.140~); 수수료, 장수의 위험, 인플레이션


이 중 마지막 인플레이션을 보자.

사적연금은 자신이 평생 모은 연금자산을 연금 수급기간으로 나눠 받는 구조다. 인플레이션이 와도 이를 연금액에 반영해주지 않는다. 그런데 근로세대가 납부하는 보험료 수입으로 은퇴 자가 연금을 받는 공적연금에서는 물가상승률에 따라 연금액을 올려줄 수 있다. 이 마법은 인플레이션이 오면 실질 소득이 정체되더라도 어느 정도 시차를 두고 *명목소득이 오르기 때문에 가능하다(월급이 최소한 물가만큼은 오를 거라는 뜻이 다). 인플레이션이 반영되어 소득이 오르게 되면 덩달아 국가의 보험료 수입도 오르게 되어 있다. …… 증가한 보험료 수입만큼 연금액을 올려줄 수 있다.……일반적으로 공적연금은 사적연금보다 인 플레이션 문제에 대응력이 높다. p.143

*실질소득은 명목소득에서 물가 변동을 반영해 구매력을 계산한 것으로, 물가가 오르면 실질소득은 줄어든다.


연금제도는 지급과 급여지출 충당 방식에 차이가 있다. 연금 지급 방식은 확정급여 방식(DB; defined benefit)과 확정기여(DC; dcfined contribution) 방식으로 구분된다(p.145). 한국 또한 소득대체율 40%를 보장하는 확정급여 방식이다. 개인의 입장에서는 안정성 측면에서 확정급여 방식이 유리하지만, 고령화, 저출산과 같은 사회변화가 보험료에 영향을 미친다는 단점이 있다. 때문에 스웨덴은 1999년부터 확정급여에서 확정기여 방식으로 수정했다(p.149). 급여지출 충당, 즉 재원조달은 부과 방식(PSYG, pay-as-you-go)과 적립(funding) 방식으로 나뉜다(p.151). 한국의 경우 원리상 부과 방식으로 분류한다.


*국민연금은 소득 재분배 기능이 들어있다.


막연하게 저출산과 고령화로 연금을 둘러싼 세대갈등이 일어나고 있다는 건 알았지만, 제도의 방식을 알고 나니 더 잘 이해되는 느낌이 들었다.

지금 재정안정화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2088년이 되면 후세대들은 소득 대비 37.7%를 연금보험료로 내야 한다(이는 출산율 1.05를 가정한 수치인데, 현재 출산율은 이보다 낮아져 1 미만이다. 현재 6%대인 건강보험료율 또한 고령화와 함께 지금의 몇 배로 오를 것이 예상된다. 여기에 고용보험료, 소득세, 부가세, 재산세 등을 내고 나면 생활비는 남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앞서 지적했듯이, 스웨덴은 소득의 18.5%, 독일은 22% 수준에서 연금보험료율을 법으로 동결하고, 연금액을 자동삭감하는 고육지책을 택했다. 대신 인생 이모작이 가능하게 노인 일자리를 늘리고 정년을 연장하는 정책을 병행하고 있다. 그리고 공적연금 급여가 서서히 줄어드는 만큼 부족해지는 노후소득을 개인연금 등 적립 방식의 사적연금으로 보완하고 있다. '확정기여+적립 방식'에서는 세대 간 소득이전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p.158

스웨덴의 '프레미어연금'과 독일의 '리스터연금'이 '확정기여+적립 방식'의 예시다.


책을 읽은 후 연금 개혁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찾아보았다.

청년의 ‘이유 있는’ 연금 불안, 연속 개혁으로 답해야

3월 개혁에 따른 국민연금 체계에서도 지금 청년들이 낸 돈보다 더 많이 받는 국민연금 혜택을 누릴 예정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 단지 앞 세대와의 비교에서 그 몫이 적을 뿐이다. - 위 기사


저자는 연금 고갈에 대한 방안으로 퇴직 연금을 제안한다(6장). 퇴직연금은 중도에 회사를 이직할 때 일시금으로 타면 28.6%까지 세금을 내야 하지만, IRP 계좌에 넣었다가 55세 이후 연금으로 수령하면, 퇴직소득세를 30% 줄일 수 있게 세제혜택을 주는 제도다(p.182). 국민연금의 낮은 급여를 보충할 수 있는 좋은 제도이지만, 퇴직연금은 OECD에서 연금으로 인정받고 있지 못하다. 왜냐하면 퇴직금처럼 운영되기 때문이다. 퇴직연금 가입자는 국민연금의 1/4 정도이며, 65.7%가 연금이 아닌 일시금으로 수령했다(p.186). 이에 저자는 일시금 수령을 엄격히 제한하거나(스위스), 아예 연금으로 받게 하는 등(네덜란드)의 수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노동시장 - 실업 급여


노동시장은 인간의 노동력이 상품으로 거래되는 시장이다(p.199).

자유경쟁 노동시장에서는 이론적으로 실업이 발생하지 않는다. 노동시장이 완전경쟁 상태에 있다면 노동력의 수요와 공급은 균형을 찾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동시장에서는 땡처리가 불가능하다. …… 임금은 사람값으로, 생계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즉 노동력의 재생산이 가능한 수준에서 하한가가 형성된다. p.207

이런 배경에서 실업급여, 실업보험의 도입을 소개한다. 실업은 개인의 의지와 상관없는 사회적 위험(IMF 경제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이지만 자동차 사고와 달리 위험발생 확률이 상호독립적이지 못하다(p.208). 같은 회사, 동종 산업, 국내 경기의 부침에 따라 실업의 위험이 같이 움직이기 때문이다(p.209).


실업급여는 소극적 노동시장정책이며, 상향 재취업을 돕는 조치는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이다(p.213)

저자는 스웨덴의 사민당 정부와 노동조합총연맹(LO)의 노력으로 이러한 개혁이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한다.

* 독일의 하르츠개혁


대한민국의 노동시장은 OECD와 비교해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의 이동이 낮은 편이다(p.218). 이는 노동시장의 이중화 labor market dualization이며, 1차(정규직)와 2차(비정규직) 노동시장 내 이동이 원활하지 않은, 새로운 계급 사회를 의미한다(p.217). 이는 경력 단절로 인한 저출산 현상과도 관련이 있으며 8장에서 논의한다.


출산파업 - 돌봄 노동의 사회화


뮈르달은 책 『인구 위기』에서 스웨덴의 '종족 자살' 개념을 이야기하며 출산과 양육 비용을 개별 가정의 책임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p.243).

인구 위기 | 알바 뮈르달.군나르 뮈르달외 | 알라딘


스웨덴의 육아휴직 제도는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선진국형이며, 육아휴직자 중 남성은 45.9%, 여성은 54.1%로 성평등 정도가 매우 높은 편(p.247) 반면 미국식 자유주의 경로는 육아휴직급여보다는 유연한 노동시장에 있다(p.250). 경력단절 여성도 정규직 재취업이 가능한 구조인 것이다.


저자는 한국에서 사실 제대로 예산 투입을 한 적도, 제도 개혁에 나선 적도 없다고 비판한다(p.255).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기준 사업예산은 43조 원이지만, 신혼부부나 청년층 대상 부동산 임대·융자 사업예산이 56.1%이며 저출산과 직접 관련이 없는 일반 고용지원 사업 또한 3조 9천억 원 대이기 때문이다. 그는 출산·난임 지원과 가족정책 지출 등 직접적으로 관련된 예산은 13조 원에 불과한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한국은 그간 저출산 대책으로 공보육에만 의존했다고 볼 수 있다(p.257). 앞선 스웨덴과 독일의 사례에서 보듯, 소득이 보장돼야 출산율 반등이 따라오는 것이다. 또한 박근혜 정부에서 시도하다 중단된, 정규직 시간제의 확대 등의 방안도 이야기한다(p.258).



기본소득

기본소득은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소득 및 자산, 노동시장 참여 여부와 관계없이 일정한 금액이 정기적으로 현금 형태로 개인에게 지급되는 것"으로 정의된다. p.267

또한 기본소득은 개인성, 무조건성, 주기성, 현금성, 보편성을 가지고 있으며, 급여 수준에 따라 완전기본소득과 부분기본소득으로 구분된다(p.268). 기본소득은 자유주의와 사회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다. 전자는 우파 버전의 기본소득, 후자는 좌파 버전의 기본소득이라 일컫는다.


우파 버전 기본소득

우파 버전의 기본소득은 밀턴 프리드면의 역소득세에서 기원한다. 고소득자에게는 세금을 떼고, 저소득자에게는 기초소득보장급여를 제공하자는 개념이다.


이러한 기본소득의 단점으로는 근로의욕감퇴가 있다. 프리드먼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역소득세율을 주장했다.

오세훈의 '안심소득'이나 핀란드의 기본소득 실험이 이에 해당한다. 핀란드의 실험에서 기본소득과 재취업 여부는 통계학적으로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는 사회의 경제 상태나 다른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보인다.

핀란드와 네덜란드 기본소득 실험의 방법론적 의미와 한계, 그리고 시사점


기본소득과 근로의욕 감퇴에 관한 확장된 논의는 아래 강의를 추천한다.

'보편적 기본소득'은 우리를 게으르게 만드는가?


좌파 버전 기본소득

핵심은 기본소득을 통해 근로와 급여의 연계성을 단절시키는 데 있다(p.279). 4차 산업혁명으로 가속화된 기술적 실업과 고용 없는 성장으로 기본소득은 불가피해질 것이라고 예측한다.

또한 비정형 노동의 확산이라는 변화에서도 도입 이유를 찾고 있다(p.280-281)

이들은 노동자이면서 동시에 자영업자 성격을 갖고 있다. 불안정한precarious 노동력 이외에 생산수단이 없는 노동자proletariat라는 의미에서 '프레카리아Precariat'라고 불리기도 한다. -p.281

좌파 기본소득론자들은 현대 자본주의 사회가 차별적인 보상을 통해 근로를 유인하지 않아도 될 만큼 풍부한 부를 만들어내는 생산력에 도달했다고 본다(p.283)


저자는 여기서 좌파 버전의 기본소득을 비판한다. 재정 확보의 어려움도 있지만, 기존 복지수혜자들의 피해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무차별적' 보편주의 아래에서는 매우 낮은 수준의 기본소득만이 가능하며, 그럴 경우 목적은 달성하지 못한 채 사회보장 효과 또한 챙길 수 없는, 가성비 낮은 대안이라고 비판한다.



증세 없는 복지확대는 가능한가

일본은 세계 최고의 고령화국으로 연금과 의료비 지출이 막대하지만 조세부담은 OECD 평균 이하다(p.317). 이는 공채 발행, 연금 부채를 사용했기 때문인데, 일본이 기축통화국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저자는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부채가 높아지면 자본이탈이 심화되기 때문에 일본이 아닌 스웨덴식 방식을 따라야 할 것을 주장한다.


또한 증세가 불가능한 이유 중 하나로 다수대표제를 꼽았는데, 전작인 『정부의 원리』에서도 논리적으로 비판하던 지점이라 납득 가고 재미있었다.


대안 및 제언

실증연구에 따르면, 한국에서 부가가치세율을 인상하더라도 세입 단계에서 역진적 소득 재분배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나온다. 반면 부가가치세를 활용해 복지지출을 늘리면, 소득 재분배 효과는 크게 양의 효과를 나타낸다. p.323

저자는 세 가지 대안을 제시한다.

1. 부가가치세율 인상

홍성훈, and 성명재. 부가가치세제 발전방향 연구. KIPF, 2013.


2. 퇴직연금보험료 이용 및 사회보험료 인상 (6장에서 다룬 바 있다).

이전에 다룬 바 있다.

3. 소득세 - 과표구간 조정 x



마무리하며

★★★★☆

뉴스로는 많이 접했지만 원리와 작동방식에 대해서는 잘 모르던 제도들을 공부할 수 있어 좋았다. '품위'는 나와 같이 살아가는 공동체에 책임을 지는 행동을 할 때를 의미한다고, 어떤 책에서 언급했다. 내가 영위하는 기술과 토대를 만든 사회, 그리고 그 안의 구성원과 최소한의 존엄성을 공유하며 살아가는 것. 그것이 복지의 목적일 것이다. 기본소득과 물가의 인과관계, 기본소득의 비판점 등을 제시하지 않은 점은 아쉬웠지만 개인적으로 공부하면 될 듯하다. 양재진 교수님의 다음 저작도 응원한다.


너무 정치책만 읽는 것 같은데 다음 서평은 소설로 써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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