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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dre Feb 01. 2024

추억의 영화음악

부베의 연인(La Ragazza De Bube)

아침 지하주차장에서 차를 타려는데 아파트 방송실에서 들려주는 음악의 멜로디가 나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였다. 

..........? 

나는 한참을 생각하고 나서야 나의 뇌세포에 저장된 기억을 끄집어낼 수 있었다.     


'부베의 연인'    


80년 광주 5.18 사태 이후 전국의 대학교는 모두 휴교에 들어갔고 나는 고향에 내려가서 기한 없는 방학을 보내게 되었다. 그러다  어쩌다  클래식 기타를 붙잡고 세월아 네월아 하게 되었고, 몇 달 동안 고군 분투한 덕분에 어렵다는 트레몰로 주법의 ' 알함브라의 궁전'도 흉내 낼 수 있었다. 지금은 악보의 콩나물대가리는 눈에 들어오지 않고 손가락도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지만,

  

그때는 '알함브라의 궁전'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그저 구슬픈 기타 소리에 매료되었을 뿐이다. 스페인 여행을 가면 너나 할 것 없이 필수 코스로 들르는 곳이 그라나다의 알함브라 궁전이라는 사실을 안 것은 한참 후의 일이다.


그때 구입한 클래식 기타 교본에는 영화음악을 기타 연주용으로 편곡한 음악이 있었는데      

‘부베의 연인러브 스토리남과 여안개 낀 밤의 데이트’ 이런 곡들이다. 그때는 영화를 본 적도 없었지만 음악 만으로도 좋았다. 나는 이런 영화음악을 접하면서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일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를 알게 되었고 자연스러이 클래식음악으로 옮겨갈 수 있었다. 그러니까 이런 영화음악이 내가 음악감상을 취미로 하게 된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세월이 한참 지난 후에 그런 영화를 찾아보기도 하였는데 영화 ‘부베의 연인’에 대한 기억은 아물 아물 하지만 멜로디는 나의 뇌에 잘 저장되어 있다.


마치 낚싯줄을 당기면 물고기가 끌려 올라오듯이 영화 '부베의 연인'의 멜로디는 나의 기억 저 밑에 숨어있는 '클래식기타'와 '영화음악에 대한 기억'을 의식의 표면 위로 끌어올린다. 외부의 특정 자극에 의하여 자동적으로 머릿속에서 연상되는 것은 개인의 경험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는데, 나의 경우는 이렇게 뇌회로가 형성되어 있다.

 

이제 시간이 흘러 영화 ‘러브 스토리’의 남자주인공 배우 라이언 오닐이 별이 되었다는 안타까운 뉴스를 얼마 전에 접하였고 '남과 여'의 남자 주인공 역할을 하던 배우 장루이 트랭티냥은 전에 이미 별이 되었다.


     

이런 추억의 명화들은 가슴을 촉촉하게 적셔준다. 요즘 영화와는 사뭇 다른 정서를 담고 있다.  그때의 영화들은 빛바랜 사진처럼 나의 기억에 남아있고 제목만 들어도 가슴이 설렌다.

요즘 젊은이들도 이런 영화를 좋아할까? 

                                                         영화 부베의 연인 포스터


언제부터인가 음반매장에 가면 아예 별도의 ‘Original Soundtrack(영화배경 음악 전체에서 등장인물의 목소리 등을 삭제한 것)’ 코너가 별도로 있을 정도로 영화음악이 독립된 장르로 자리 잡고 있다.  


오늘날 영화음악 없는 영화는 생각할 수없다. 그것은 아마 반찬 없이 맨밥을 먹는 느낌과 비슷할 것이다. 영화음악은 관객들로 하여금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정서를 느끼게 하고  감정의  깊이를 더해 주는 역할을 한다.   


얼마 전에 별이 된 영화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반은 영화음악 하나만으로도 모두의 사랑을 받고 있다. ‘엔니오 모리꼬네’라는 이름은 몰라도 영화 ‘시네마 천국, 미션’의 영화음악(Original Score)을 들려주면 누구나 ‘아, 이 곡은 많이 들어 봤지요’ 할 정도이다.     


나의 작은 방구석에는 아직 검은색 하드케이스 위로 먼지를 뒤집어쓴 채로 잠자고 있는 클래식기타가 있다.

저걸 언제 다시 만져야 할 텐데··· 

쓸데 없이 몸과 마음이 분주하다 보니 생각만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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