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 2023 7/15
유유자적한 하루
여유로운 하루다. 기억나는 게 없는 걸 보면. 카페에서 점심으로 샌드위치를 먹은 것 말고는 오전과 오후 모두 호텔 안쪽의 가든풀장에서 유유자적하며 시간을 보냈다. 호텔 프론트에 있는 수영장은 너무 북적이고, 중간에 위치한 수영장은 사람들로 붐벼서 우리는 적당히 적막한 가든풀장을 우리 스타일이라고 정의하고 대부분의 시간을 거기서 보냈다. 호텔은 그저그런 곳이었지만, 무료 쿠폰으로 마시는 술은 달다.
포테이토 헤드 발리에서 칵테일 한잔 하고 싶었는데 프라이빗 파티 중이라고 거절당했다. 뭐야 뭐야. 왜 또 나만 빼놓고 재밌게들 놀아...
해변을 따라 걸으면 호텔에 딸린 바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K와 내가 절반씩 날아와 함께 여행할 곳을 고르다 보면 목적지가 동남아가 되는 경우가 많다. 개발도상국을 여행할 때 좋은 점을 꼽자면 이런 게 아닐까? 비치프론트 호텔은 말 그대로 모래사장 바로 옆에 있고 낭만은 넘치고 규제는 모자라다. 규제 지옥에 살다 오니 더 강렬하게 느껴지는 해방감. 지구인으로서는 사구가 환경에 얼마나 중요한데 모래사장 옆에다가 건물을 지었냐고 분노하겠지만, 여행자인 나는 낭만에 부푼다.
우바의 분위기가 좋아 보여서 찾아갔더니 파티 중이어서 입장권을 사야 한단다. 한 사람당 5만 원이라길래 우린 칵테일 한잔 하려던 것뿐이라고 얘기하고 돌아섰다. 이미 거리가 꽤 멀어졌는데 표를 팔던 여자분이 우리에게 헐레벌떡 뛰어오더니 슈퍼바이저랑 얘기했는데, 두 사람에 5만 원 해줄 수 있다며 베스트 프라이스란다. 제안은 고맙지만 괜찮아, 웃으며 등을 두드려주고 돌아선 우리의 밤바다 산책은 계속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