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데이

발리 2023 7/14

by Jay

동네 마실


세미냑에 머무르면서 정작 그 중심가는 돌아다니지 않은 K와 나. 아침에 산책을 나가 내친김에 쇼핑도 했다. 여행할 때 따로 기념품을 사지는 않는 대신 나만의 전통, 슈트케이스에 붙일 여행지(나라 혹은 도시)의 스티커 사냥에 나섰다. 언제나처럼 이쁜 스티커는 역시 서핑 브랜드에 있다. 서핑 브랜드 편집샵에서 내 것을 하나 사고 K도 하나 사게 권했다. 일년에 한 번 외국으로 떠나는 우리의 역사를 증명하는 무언의 증거.


점심을 먹으러 K가 고른 벼룩시장 근처 레스토랑에 갔다가 옆에 앉으신 중장년 부부와 대화가 시작됐다. 은퇴하시고 일년에 여행을 3, 4개월씩 하시는 사이좋은 부부였다. 패키지도 아니고 자유여행이라니. 이런저런 대화 끝에 내가 한국을 떠나 해외에 체류 중인 이후로 코로나 격리 기간을 제외하고는 매년 한 번씩 여행지로 각자 날아와 몇 주씩 같이 여행한다는 얘기에 쉽지 않은 일이라고 감탄하셨다.


이름이 잘 기억나지 않는 연예인이 친구들과 한 달에 한 번은 '굳이데이'라는 걸 정해서 '굳이' 싶은 일을 함께 하는 날을 가진다고 했다. 낭만을 찾으려면 귀찮음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란다. 계획성이라고 없는 둘이서 수년에 걸쳐서 일정을 조율하고 장소를 고르며 함께 꾸려 나간 우리만의 전통을 생각한다. 언젠가 그 노력을 이어가기 힘든 순간이 온다면 난 이 날들을 아주 그리워할 거야, 친구야.




IMG_1088.jpg


오후에는 숙소로 돌아와 공짜 맥주를 마시며 리조트 뒤쪽 수영장에서 수영을 했다. K는 이게 발리에서의 첫 수영이라고 하며 하하 웃었다. 이게 힐링이지, 힐링이 별 거냐.


저녁도 리조트 안에서 해결했다. 공짜 바우처로 3코스 디너. 두 번째로 사용해서 메뉴에 있는 요리들을 야무지게 다 먹는다. 라이브 밴드가 연주하는 신나는 라틴 음악에 취한 아줌마, 아저씨들이 슬금슬금 일어나 춤추는 이 느낌, 이것이 바로 동남아다. 그러고 보니 우리 같이 클럽 간 지도 오래됐다, 친구야. 이젠 생각만 해도 좀 피곤하지 않니...?


하루 대부분을 너무 숙소에만 있었나 싶어 양심상 술 한 잔 하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가 라이브 바를 찾았다. 루프탑이라 공기는 좋은데, 음악이 왜 이래. 왜 여기서 이 시간에 자기 만족을 위한 발라드 노래를 부르죠? 아까 그 밴드가 나와서 라틴 음악을 불러주면 춤 출 준비가 됐었는데.

망한 라이브 바 대회 하면 오늘이 1등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바이크 트립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