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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이키 Jul 20. 2024

2-1. 청주

고단했지만 진정한 힐링

2024년 2월 생애 첫 장거리 운전으로 3박 4일 나의 평생 친구와 함께 했던 여행 이야기를 하는 중이다.

삼량진에서 즐거운 1박 2일을 보내고, 3시간을 달려 지인의 결혼식이 있을 청주에 도착하였다.

호텔에 도착한 시간이 저녁 6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고 나와 7살 친구는 식사를 어떻게 할까로 진지한 대화를 나누었으나 장거리 운전을 한 나와 같은 시간 동안 차 안에 앉아 있던 아이는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어 호텔 아래 편의점에서 컵라면과 간식거리를 사 와 그냥 호텔 안에서 간단히 끼니를 우고 바로 잠이 들었다.

둘 다 정말 피곤했는지, 잠자리가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한 번도 깨지 않고 그다음 날 아침이 올 때까지 꿀잠을 잤다.




토요일 아침을 맞이하였고, S의 결혼식에서 반가운 얼굴들도 만나고, 수다 삼매경에 빠져 식장 뷔페에서 제일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하객들이었던 우리들.


배고팠던 타국 생활에서 힘들고, 어려울 때 함께 있어주고, 서로의 고통들에 같이 아파하던 우리들.

그런 우리들이 8년여 만에 만났는데 풀어야 할 이야기보따리는 한 보따리는 턱도 없고 세 보따리는 풀어야 할 판이었다.


우리들의 주니어들도 만나보고, 주니어들끼리 노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뭔가 신기하면서도 뿌듯했다.

우리들의 주니어들

다들 [잘 살아왔구나] 생각이 절로 들면서 오래전 타국에서 생활했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가기도 했다.

서울에서, 양산에서, 부산에서, 대구에서, 장거리로 온 우리들이라 오랜 시간 함께 할 수 없어 수다의 장을 정리하고 아쉬움을 뒤로하고 각자의 목적지로 향해갔다.

밤늦게 호텔로 돌아온 나와 아이는 샤워 후 바로 잠들 줄 알았는데 여행의 마지막 밤이라 그런지 아이도 쉬이 잠들지 못하고 재잘재잘 떠들며 졸음을 이겨 내는 듯했다.

"우리 내일 새벽 6시에 일어나야해"

내일의 기상시간을 몇 번을 알려 줬음에도 자고 싶지 않다는 7살 친구를 재우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했다.




그렇게 일요일 새벽이 다가왔고 나와 7살 친구는 6시 반에 체크아웃 후, 3박 4일간의 여행을 마무리하고 오전 10시에 있는 주일 예배를 드리기 위해 일산으로 출발했다.


제시간에 도착하여 예배를 드리고, 무사히 집으로 도착하여 짐 정리 후 쉼을 취하였다.

저녁 즈음 되자 긴장이 풀렸는지 몸살기가 나에게 찾아왔고, 쌍화탕과 몸살 약을 먹고 세상모르게 잠들었던 기억이 난다.

귀는 모든 게 생생하게 들리나, 몸이 움직이지 않는 신비함도 체험했다.

새벽엔 다리에 쥐가 나서 통나무가 되기도 했고, 내가 고는 코골이 소리에 놀라서 깨다가 다시 잠들기도 했다.

결국 그다음 날 병원에서 몸살감기약을 처방받았고, 목소리도 안 나오고 하루 종일 몸은 아파서 골골 됐지만

고속도로를 달렸을 때의 기분, 오랜 벗들과 만나서 하룻밤을 보낸 기분, 결혼식장에서의 기분들이 향기가 되어 마치 캔들 연기처럼 내 콧속으로 흡입되는 듯하였다.

언젠가 멀지 않은 날에 다시 또 나의 평생 친구와 자동차 여행을 하고 싶다고 간절히 원하면서 몸살에 시달렸다.

정말 몸은 고단했지만, 내 마음은  알 수 없는 무언가의 기대감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이래서 <여행>을 해야 한다고 하나보다.
이것이 진짜 <힐링>이라고 하나 보다.
힐리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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