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메이키 Aug 10. 2024

7. 스카치에그 명이나물 덮밥

아침 6시 30분을 알리는 스마트폰 알람이 울리자, 아로는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켜 스마트폰 알람을 끈다.

그러고는 바로 대자로 눕는다. 그냥 누워서 천장의 전등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보통날은 요가로 몸을 풀지만, 오늘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유치원 학부모 상담기간인 요즘은 출근하면서부터 퇴근할 때까지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오늘 아침은 눈을 떴지만 정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그렇게 대자로 누워서 멍하게 있는데 갑자기 지난번 Q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나는 아침에 일어나면 그냥 누워 있는데... 배가 고파야 일어나게 되더라고".

아로는 그 말이 떠오르자 바로 몸을 일으켜 스마트 워치를 착용하고 주방으로 향한다.


늘 하던 대로 커피를 내리며 아로는 예전의 대형 커피 체인점 직원으로 있었을 때를 떠올려 본다.


커피에 관심이 많았던 아로는 그 당시 대학가 근처마다 있었던 대형 커피 체인점 직원으로 취업을 하였고, 정직원이 되기까지 열심히 일했고, 커피에 대해 혼자 공부도 했지만, 그 당시만 해도 커피 체인점의 점장이 되려면 4년제 대학 졸업자에 한해서 지원이 가능하였고, 아로와 같은 전문대 졸업자는 점장 아래의 직급까지만 지원이 가능했던 시절이었다.


직장에서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는 아로는 좋아하는 커피 관련 일을 접고 입학하기는 쉬워도 졸업하기가 어렵다는 방송통신대학교로 다시 진학을 하였다. 그곳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하고 그 어렵다는 졸업에 성공하여, 현재까지 유치원 선생님으로 열심히 살고 있으며 여전히 커피를 좋아하고, SCA 국제 바리스타 자격증도 가지고 있다.


좋아하는 커피는 취미로 하자, 좋아하는 것을 일로 하면 싫어지게 될 터이니 안정적인 직업을 가지자, 그렇게 생각하고 선택한 것이 유아교육이었고, 관련 자격증과 경력을 쌓아 어린이집 원장이 는 큰 그림도 그려보며 성실히 공부를 했고, 자격증을 땄고, 유치원 선생님으로 10년이 넘게 경력을 쌓았지만, 본인도 모르게 언젠가 갑자기 그만두겠다는 말이 튀어나올 것 같아 늘 불안하다.






"남아로 선생님, 잠깐 이야기 좀 해요".

아이들의 하원과 방과후반까지 끝내고 퇴근 준비를 하고 있는 아로에게 원장이 다가왔다.

"선생님 손에 네일 아트 한 거 너무 이쁘네~ 근데 약지 손가락 손톱에 붙인 큐빅은 뗄 수 없을까? 아니 아까 한 학부모가 아이들 케어하는 선생님 손이 너무 화려하다고(헛웃음) 지금 보니까 선생님 손톱도 길지 않네~그런데 손톱에 아이들 긁히기라도 하면 어떡할 거냐며 민원 전화가 와서... 참 아무것도 아닌데 난리다 그쵸~오".

굳이 그 말을 퇴근해야 하는 사람을 붙잡고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원장이 얄밉다.

내일 출근 후에 말해도 되는 것을.


아로는 큐빅은 떼려면 뗄 수는 있는데, 그러고 싶지 않다고 말을 하였고, 그 외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원장과 나눈 후 퇴근을 하였다.


유치원에서 벗어나 지하철역까지 가는 길에 아로는 자신의 총자산이 어느 정도인지 따져 보았다.

40대 중반이 되면서부터 창업에 대한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카페를 창업해서 운영하는 자신의 모습을 자주 상상 하곤 한다.


지하철역 개찰구를 통과하여 플랫폼으로 가는 길에 과자 자판기가 눈에 띄자 아로는 바삭한 게 먹고 싶어 진다.

"그 집이나 가자".

혼잣말을 내뱉으며 아로는 그 집으로 향한다.

노란 집.

아로가 혼자 가서 먹는 집.


몇 년 전 수지가 일본식 스카치에그를 맛 보인 이후 아로의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로 선정 되기도 한 것으, 어느 겨울 추위와 배고픔에서 벗어나려 그녀가 있는 곳에서 가장 가까운 식당으로 들어간 집이 노란 집이었고, 놀랍게도 스카치에그를 파는 집이었다.


스카치에그와 명이나물은 한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조합이었데 한번 먹은 이후로 계속 찾게 되는 아로가 혼자만 알고 싶어 하는 메뉴이다.

스카치에그 명이나물 덮밥 / 숟가락 한번 들면 접시를 싹싹 비우게 만드는 맛 <사진-개인소장용>

음식을 받고 자리에 앉자마자 아로는 스카치에그를 한입 먹는다. 바삭바삭 소리가 날 때마다 원장의 얼굴이 떠오르고, 민원 전화를 한 상상의 얼굴도 떠오른다.

'다 씹어 버리겠어!'


이전 06화 6. 무명(無名)의 핑거푸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