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무디 Jun 06. 2022

발리의 아침

우리의 아침은 희망적일 수밖에 없다.


비둘기 울음소리가 귓가에 선명해지면 몸을 뒤척여 빛을 찾는다. 아침이 왔다. 빛이 없으면 잠이 잘 안 깨어지는 나를 위해 남편은 커튼을 걷고 문을 열어준다. 살짝 꿉꿉한 습도에 선선한 바람이 새어들어 내 살결을 간지러이 깨운다. 발리의 아침은 조용하고 고요한 숲 속 같다. 새들 울음소리와 날갯짓 소리, 풀장의 수면 위로 떨어지는 나뭇잎 소리까지 어떤 방해 없이 공간에 퍼진다. 밤새 사람들의 흔적이 떠내려가고 새로 채워진 가벼운 공기를 힘껏 들이마시며 스트레칭을 시작한다. 몸이 많이 굳었다는 건 밤새 꼼짝 않고 푹 잘 잤음을 의미한다. 기계에 기름칠을 하듯 내 몸의 마디마디를 기분 좋게 건드리며 유연한 하루를 준비한다.


아침은 다른  말고 나를 둘러싼  공간에 채워진 것들을 가득 느끼는 것으로 시작한다.  시간을 마주하고 계절을 느끼고  모습을 둘러 챙기는 것으로 시작한다. 시작의 기점엔 분명 희망이 담겨있기에, 우리의 아침은 희망적일 수밖에 없다. 그것은 엄연히 기대감과는 다른 의미를 뜻한다. 어떤 일이 일어나도 상관없으니 지금은 좋은 하루가   있다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나는 오늘도  희망을  쥐어잡는다.


남편의 큰 몸짓과 함께 쿵쿵 발자국 소리가 들리면 방 쪽을 바라본다. 갓 잠에서 깬 그의 모습은 어린아이 같은 순수함이 묻어있다. 아침에 일어나 사랑하는 이의 얼굴을 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 순간 깨닫는다. 이 좋은 시간에 혼자 있으면 무엇하리, 모든 같이 느끼고 함께 나눠야 행복은 배가 된다. 그 사람의 인기척 만으로 내 마음이 빈틈없이 채워지는 아침이다.


 바다로 출발한다. 이곳은 발리, 잊지 말고 즐겨야 한다.

작가의 이전글 남편의 노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