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아침은 희망적일 수밖에 없다.
비둘기 울음소리가 귓가에 선명해지면 몸을 뒤척여 빛을 찾는다. 아침이 왔다. 빛이 없으면 잠이 잘 안 깨어지는 나를 위해 남편은 커튼을 걷고 문을 열어준다. 살짝 꿉꿉한 습도에 선선한 바람이 새어들어 내 살결을 간지러이 깨운다. 발리의 아침은 조용하고 고요한 숲 속 같다. 새들 울음소리와 날갯짓 소리, 풀장의 수면 위로 떨어지는 나뭇잎 소리까지 어떤 방해 없이 공간에 퍼진다. 밤새 사람들의 흔적이 떠내려가고 새로 채워진 가벼운 공기를 힘껏 들이마시며 스트레칭을 시작한다. 몸이 많이 굳었다는 건 밤새 꼼짝 않고 푹 잘 잤음을 의미한다. 기계에 기름칠을 하듯 내 몸의 마디마디를 기분 좋게 건드리며 유연한 하루를 준비한다.
아침은 다른 것 말고 나를 둘러싼 이 공간에 채워진 것들을 가득 느끼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 시간을 마주하고 계절을 느끼고 내 모습을 둘러 챙기는 것으로 시작한다. 시작의 기점엔 분명 희망이 담겨있기에, 우리의 아침은 희망적일 수밖에 없다. 그것은 엄연히 기대감과는 다른 의미를 뜻한다. 어떤 일이 일어나도 상관없으니 지금은 좋은 하루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나는 오늘도 그 희망을 꼭 쥐어잡는다.
남편의 큰 몸짓과 함께 쿵쿵 발자국 소리가 들리면 방 쪽을 바라본다. 갓 잠에서 깬 그의 모습은 어린아이 같은 순수함이 묻어있다. 아침에 일어나 사랑하는 이의 얼굴을 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 순간 깨닫는다. 이 좋은 시간에 혼자 있으면 무엇하리, 모든 같이 느끼고 함께 나눠야 행복은 배가 된다. 그 사람의 인기척 만으로 내 마음이 빈틈없이 채워지는 아침이다.
곧 바다로 출발한다. 이곳은 발리, 잊지 말고 즐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