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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무디 Jun 07. 2022

부부의 시간, 개인의 시간

함께 사는 인생을 잘 살아가려면


남편과 나는 모든 걸 함께하는 편이다. 결혼 전부터 통했던 마음 중 하나는 ‘둘만의 시간’을 가장 소중히 여겼던 점이다. 바쁜 현대 사회에서 하루 중 일하는 시간을 빼면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시간은 얼마 없다. 그 소중한 시간을 다른 복잡한 인간관계에 애쓰기보다, 가장 소중한 사람과 서로 알아가는 시간에 쓰자는 주의였다. 그런 마음의 연장으로 제주도에 신혼살림을 차리고 함께 장사를 하면서 우리가 함께 있는 시간은 지금껏 점점 더 늘어왔다.


사실 남편과 나는 서로의 관심분야가  맞지는 않다. 남편은 액션, 호러 영화를 좋아하고 나는 코미디를 좋아한다. 남편은 웹툰을 좋아하고 나는 에세이 글을 좋아한다. 생활 방식도 마찬가지다. 나는 집에 있고 싶을  남편은 나가고 싶어 하거나 나는 자기 싫은데 남편은 불을 끄자 한다. 이렇게 되돌려 기억해보니 대부분의 것들이 모두 다른 사람이었다.


그런 우리가 선택한 방식은 서로의 시간을 존중해주는 것이다. 함께 하는 시간 후엔 자연스럽게 서로 각자의 취미를 즐기는 시간을 갖고, 그 시간은 웬만해선 방해하지 않는다. 무엇을 보고 무엇을 듣던 터치하지 않고 잘 물어보지도 않는다. 함께 있지만 ‘온전히 나만의 시간’이 필요함을 알고 서로에게 채워주는 것이다.


 ‘결혼해도 각자 방이 있으면 좋아. 개인 시간과 공간은 중요하거든’ 결혼 전에 결혼하지 않은 이들에게 들었던 얘기다.


사실상 내 가치관으론 이십 대 신혼부부가 살 수 있는 신혼집에 각자의 방이 있기란 힘들다. 그 말은 즉 안방을 제외하고 두 개 이상의 방이 있어야 한다는 뜻인데, 큰돈을 들여 큰집에 들어가 각자의 방을 꾸미느라 또 큰돈을 들인다? 적어도 우리 부부에겐 있을 수 없는 선택지다. 둘이 살 집에 서너 개의 방이 있다는 건 사치이자 분수에 맞지 않다는 생각이다. 결국 우리는 함께 한 공간에서 잘 살아봐야 한다는 결론을 잘 받아들이며 살고 있다.


나는 원래 살면서 나만의 방을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꼭 내 공간이 필요하다는 주의도 아니지만, 뭐든 같이 있어도 각자의 할 일을 할 수 있는 사이가 훨씬 이상적이란 생각이 든다. 우리의 공간에서 서로의 할 일을 할 때면 존중받는 느낌과 안정감이 들기도 한다. 프라이버시라 불릴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줄어들긴 하지만 그건 또 그만큼 가까운 사이라는 것을 말해주기도 한다. 덧붙이자면 우리는 서로에게 하나의 비밀도 숨겨지지 않는다. 그게 불편했던 시절도 분명 있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사소한 일거리나 감정도 숨기려 하지 않아서, 함께 있으면 가장 편한 존재가 되었다.


부부의 시간은 ‘함께’와 ‘개인’ 모두 지켜져야 한다. 개인적인 시간은 함께일 때의 시간을 더욱 풍족하게 만든다. 예를 들면 ‘아까 내가 유튜브에서 본 영상이 있는데 우리 앞으로 이렇게 하면 좋을 것 같아’라는 대화로 이야깃거리가 다양해지며 서로의 가치관을 나눌 수 있다. 점점 함께 하는 삶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되는 것이다.


오늘도 자기 전 각자의 시간을 보낸다. 나는 쓴 글을 읽어주며 잘 준비를 할 생각이다. 이 시간을 허락해준 남편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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