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무디 May 31. 2022

아침 요가

아침에 하는 요가는 특별하다.



로비나의 풀빌라에 오고 나서부턴 아침에 요가를 시작했다. 워낙 오래 운동을 쉬어서 몸이 다 굳어져있다. 이대로 요가를 배우러 가면 풀리지 않은 몸에 따라주지 않는 동작들로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 뻔하다. 센스 있게 숙소에 요가매트가 준비되어 있은 덕에 아침 요가를 맘껏 즐겨보기로 했다.


5월 말 6월 초 이맘때, 발리의 아침은 따뜻하고 신선하다. 점심시간 전까진 봄 같은 바람이 불며 햇볕이 그리 뜨겁지 않아, 한두 시간 바깥에 몸을 두기에 좋다. 나는 항상 7시에서 7시 반 사이에 눈을 뜨면 커튼 사이로 세어 든 빛에 꿈뻑 꿈뻑 졸음을 쫓는다. 간단히 양치 후 고양이 세수만 한 뒤에 바다를 향해 요가매트를 깔고서 스트레칭을 시작한다.


아침부터 반짝이는 윤슬에 호강하며 밤새 굳은 몸을 열심히 풀어준다. 나는 코어 힘이 약해 허리를 조심해야 한다. 전에 욕심내어 필라테스 요가를 했다가 도수치료까지 받은 전적을 가지고 있다. 이후 요가는 다시 해보지 못하고 허리를 회복하는 데에 1년이 넘은 시간이 걸렸다. 다시는 있어선 안 되는 일이기에 조심 또 조심하며 조금씩 몸을 다루는 법을 익힌다.


요가, 특히 아침에 하는 요가는 특별하다. 하루를 시작하며 우선으로 내 몸과 마음을 챙기는 일이기 때문이다. 몸상태를 자연스레 확인하고 마음을 곱게 다듬기에 최적의 시간이 되어준다. 나의 아침 요가 시간은 보통 이렇게 흐른다.


 자, 과하지 않은 동작들로 근육을 풀어내면서 아직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은 하루에 무엇이든 상상해본다. 그러면 이상하리만큼 오늘은 너무너무 좋은 일들이 가득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이다. 이 지금에서는 어제의 일들이 생각나지 않고, 오늘 하루 중 가장 이른 시간이라는 점에서 안도감과 풍족함을 느낀다. 왠지 부자가 된 것 같기도 하다.


다시 시원한 바람을 살결로 충분히 느끼며 내 몸의 부족한 부분을 찾아낸다. 나는 두어 번 더 힘을 들였다 뺐다를 반복하며 내 몸과의 대화를 이어간다. 어느새 아프고 불편한 동작도 조금씩 부드러워진다. 발끝에 닿는 손의 면적이 점점 넓어지고 쓸 수 있는 근육에 힘이 붙는다. 나만 아는 ‘나의 발전하는 모습’에 기분이 좋아진다.


적당히 열이 나더니 조금씩 땀이 맺히면 슬슬 배가 고픈 게 분명해진다. 배가 고프면 집중력이 떨어진다. 그즈음에서 나는 등을 바닥에 붙이고 아침메뉴를 생각하는데, 혼자 먹는 게 아니면 여러 가지 리스트를 생각해두고 얼른 물어볼 계획을 한다. 나름 점심과 저녁에 먹을 것도 고려해서 제일 알맞은 걸 선정해둔다. 생각이 끝남과 동시에 요가 끝이 난다.


대게 삼십 분에서 사십 분 정도. 짧지도 길지도 않은 시간 동안 내게 일어나는 긍정적인 에너지는 놀랍도록 거대하다. 굳이 표현하자면 남편에게 할 잔소리도 안 하게 되는 힘이다. 말하고 싶은 것도 좋은 것만 하게 된다는 뜻이다. 긍정적인 생각과 말은 벌써부터 나를 좋은 사람으로 만들고 좋은 곳에 데려다 놓는다.


매일 우리 요가로 아침을 시작해보자. 작은 행동 하나가 내 전부를 바꿀 수 있음을 경험할 수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