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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무디 May 31. 2022

알람이 없는 일상

나에게 진정한 휴일은 알람이 없는 날이다.



일 년 중 알람이 없는 아침을 맞이할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될까. 나 같은 경우엔 휴일에도 약속이 있으면 알람이 필요하니, 365일 중 30일도 채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나는 알람 없이 일어나는 걸 무척이나 좋아하는 사람이다. 휴일에 알람이 울리지 않고서 눈이 떠질 때 그 여유롭고 포근한 침대에서 다음과 같은 행동들을 즐긴다.


과연 내가 얼마나 잤길래 스스로 눈이 떠졌는지 시간을 확인해 보고 그로써 ‘아, 나는 8시간 정도는 자야 되는구나’ 깨닫는다. 그 시간에 따라서 이번 주가 피곤했는지 수월했는지 그 판단 기준이 된다. 알람 없이 얼마나 자고 일어났는지 시간을 확인하는 것이 휴일을 맞이하는 나만의 어떤 특징적인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고는 뜬 눈으로 천천히 내 주변을 둘러보며 어젯밤에 꾸었던 옅어진 꿈을 샅샅이 기억해보고, 앞 뒤 맞지 않는 그 꿈 이야기를 남편에게 들려주기 위해 막 횡설수설한다. 또 오늘만은 빨리 일어날 필요 없는데 되려 얼른 일어나서 뭔가 하자고 부추긴다. 그런 게 줄곧 나의 휴일의 시작이었다.


나에게 진정한 휴일은 알람이 없는 날이다. 아침부터 나를 의무적으로 움직이게 만드는 알람이 울리지 않는다는 건, 곧 자유를 뜻한다. 내 시간을 방해받지 않고 온전히 내 의지로 움직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 매일 해야 하는 것들로 종일을 보내다가 이날만큼은 해야만 하는 것이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보통 이런 휴일엔 약속을 잡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지 말고 종종 나만을 위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다. 나와의 시간을 잘 보내는 것은 어디 좋은 곳에 여행을 떠나는 것과 같다. 여행에서는 내가 가고 싶은 곳 먹고 싶은 것 먹으며 종일 뒹굴거나 놀아도 되는 것처럼, 신경 쓸 대상 없이 혼자만의 시간은 그 모든 걸 가능케한다.


꾸밈없는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둘 때의 그 편함과 조용히 적막한 공간 안에서 괜히 센치해질 때 드는 감정적인 생각들. 모두 나를 알아가는 시간이 되어준다. 늘 밖에서 누군가와 비교하며 보던 내적 외적인 모습들을 벗어내고 그대로의 나를 바라봐주기에도 아주 좋은 시간이다.


나는 여행을 시작하며 단 한 번도 알람을 켠 적이 없다. 시간도 잘 보지 않고 그저 신체의 흐름대로 움직인다. 꼭 7시, 8시 정각에 시작하거나 끝내는 일 따위를 하지 않으며 적당히 요가를 하고 적당한 시간에 밥을 먹는다. 알람이 없는 일상은 내가 원하는 대로 하루가 흐른다. 가끔은 내가 원하는 것들이 꼭 전부 만족스럽게 흘러가는 건 아니지만, 그로 인해 꼭 고집스럽던 무언가가 유연해질 때도 있다.


알람이 없는 아침을 기록해보길 권한다. 내가 나에게 주는 자유로움을 누려보길 바란다. 한주를, 일 년을 살아갈 마음의 여유를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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