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시 쓸데없지만 좋은 것들을 꿈꾸게 되었다.
오늘은 배를 타고 별과 플랑크톤을 보러 밤바다로 향했다. 로비나에서는 아침 배를 타고 돌고래를 보러 간다는데 우리의 관심사는 별을 향해있었다. 예전부터 하늘 가득한 별 보는 게 간절한 소원이었는데. 어느새 소원을 잊고도 살아지는 삶이 되었다.
밝은 아침의 돌고래를 찾아다니는 재미만큼이나 까마득한 밤에 비추는 빛은 넋을 놓고 보기에 아주 좋다. 하루가 지나가고 있음을 의미하는 그 빛들은 오늘 내내 지나온 시간들을 되짚어준다. 괜히 말이 없어지고 모든 것에 생각이 깊어지는 그 시간은 인생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무언가를 깨닫게 해 준다.
배를 타고 나간 밤바다엔 별뿐만이 아니라 달에 비추는 윤슬과 먼바다에서 바라보는 육지의 조명들이 조화를 이룬다. 그 모든 것들은 사진에 잘 담기지 않아 강제로 핸드폰을 끄고 눈으로만 보게 되는데, 사실 그게 좋았던 이유 중 하나이다. 남겨두고 싶어도 잘 남겨지지 않는, 그래서 지금이 더욱 소중해지는 그런 순간 있지 않나. 나 같은 사람들은 일부 강제성이 필요할 때가 있다.
추억하는 내 일생에선 별구경에 대한 기억이 없다. 별, 하늘을 가득 채운 별들을 늘 갈망했지만 이뤄지지 않는 꿈이었다. 혼자서 여기저기 여행할 적엔 별 보려고 나선 무모한 여정에 겁도 안 내곤 했는데. 갈수록 조금씩 나이가 드는지 싸한 밤공기에 용기를 뺏겼다. 남편이 있어 망정이지 이곳 또한 혼자 왔더라면, 나는 혼자서 밤배를 타고 바다를 나갈 수 있었을까.
남편과 조용한 바다에 떠있는 배 위에서 별을 본다는 건 마치 잃어버린 로망이 채워지는 기분이었다. 결혼 후엔 지극히 현실적으로 살아온 우리에게, 생각지도 못했던 로맨틱한 순간이 찾아온 것이다. 그러고 보니 아직 신혼인데. 어쩌면 우리는 별도 돌고래도 아닌 이 순간을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나온 것이 아닐까.
때로는 목표가 수단이 되어 또 다른 결과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플랑크톤은 생각보다 적고 잘 보이지 않았으며, 별 또한 숙소에서 보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이로써 나는 다시 쓸데없지만 좋은 것들을 꿈꾸게 되었다. 어른의 길목 스물일곱에 다시 꿈을 꾸게 되다니, 나는 정말 잘 살고 있구나.
우리 오늘 밤은 잊고 살았던 소원을 다시 꺼내보아도 좋을 것 같다. 이뤄졌으면 하는 그 설레는 마음만으로도 오늘 좋은 꿈을 꿀 수 있을 것이다.